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던 '14승 투수' 백정현이 사자군단과 동행을 이어간다.

삼성은 15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FA 백정현과 4년간 계약금 14억 원, 연봉 합계 20억 원, 인센티브 4억 원 등 최대 총액 38억 원의 조건에 사인했다. 삼성은 FA 협상 개시 이후 백정현 측과 꾸준히 논의했고, 계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전날 박해민의 이적으로 내부 FA 단속에 적신호가 켜진 삼성은 올 시즌 데이비드 뷰캐넌, 원태인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던 백정현과 도장을 찍으면서 일단 한시름을 돌리는 분위기다.
 
 계약 이후 기념사진을 촬영한 삼성 라이온즈 원기찬 사장(왼쪽)과 투수 백정현(오른쪽)

계약 이후 기념사진을 촬영한 삼성 라이온즈 원기찬 사장(왼쪽)과 투수 백정현(오른쪽) ⓒ 삼성 라이온즈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 성공적이었던 백정현의 2021년

2007년 삼성 2차 1라운드 8순위에 지명돼 프로 무대를 밟은 백정현은 꽤 오랜 기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1군에서 300경기 이상 등판할 정도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전천후 역할을 했지만, 만족스러운 시즌은 거의 없었다.

불과 지난해만 하더라도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1군 11경기 등판에 그쳤던 백정현은 FA 자격을 취득을 앞둔 올 시즌,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정규시즌 27경기에 등판해 157⅔이닝 14승 5패 ERA(평균자책점) 2.63을 기록하면서 팀이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구속이 그렇게 빠르진 않지만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상대 타자들을 맞춰잡았고, 그 결과 프로 데뷔 14년 만에 커리어하이 시즌을 달성하는 기쁨을 맛봤다. 평균자책점의 경우 미란다(두산 베어스)에 이어 전체 2위로,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 선발 투수 중에선 가장 낮았다.

9월 23일 LG 트윈스전 도중 다리에 타구를 맞고 보름 넘게 전력에서 이탈하는가 하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 조기 강판해 아쉬움을 남긴 적도 있었다.다. 그러나 국내 선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던 삼성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 백정현의 활약이 반갑기만 했다. 

백정현은 계약 직후 구단을 통해 "협상에 어려움은 없었다. 신인 때부터 꿈을 키워온 삼성 라이온즈에서 FA 계약까지 하게 돼 너무 기쁘다.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하겠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삼성 라이온즈 구단과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백정현 잡은 삼성, 이제 남은 것은 강민호와 보상선수 지명

외국인투수 뷰캐넌과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나머지 한 자리를 채울 새 외국인 투수가 정해지지 않았다. 여기에 상무로 떠난 최채흥과 트레이드로 작별을 고한 심창민까지 마운드에서 플러스 요인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백정현의 재계약 여부가 중요했던 이유다.

이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FA 시장에 나온 삼성 선수 가운데 아직 행선지를 정하지 못한 선수는 한 명밖에 없다. 바로 주전 포수 강민호다. FA 시장 개장 초반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었고, 삼성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삼성은 최근 트레이드로 NC 다이노스서 활약하던 포수 김태군을 품었다. 삼성 측에서는 강민호의 협상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분위기였지만, 박해민을 놓친 이상 강민호까지 내보내면 조금 곤란해진다.

또한 보상선수 지명도 남아있다. 'A등급' 박해민을 LG 트윈스에 내준 삼성은 박해민의 직전 연도 연봉의 200%과 20인 보호선수 명단 외 선수 1명을 데려올 수 있고, 혹은 선수가 아닌 금전 보상만 택한다면 선수의 직전 연도 연봉의 300%로 보상을 대신할 수 있다.

돈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전력상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지명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년에도 라이온즈파크에서 가을야구를 하고 싶은 삼성이 남은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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