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이 약 1년간의 미국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광주로 돌아왔다.

KIA 타이거즈는 24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양현종과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30억원, 연봉 25억원, 옵션 48억원 총 103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전날 FA 나성범 영입에 이어 팀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와 도장을 찍은 KIA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1년간 마이너리그와 빅리그를 오가면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온 양현종은 썩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으나 도전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아 마땅한 선택이었다. 이제는 그를 기다려왔던 팬들과 구단을 위해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고 한다.
 
 24일 오후 KIA 타이거즈와 계약을 마무리한 이후 기념사진 촬영에 임한 양현종

24일 오후 KIA 타이거즈와 계약을 마무리한 이후 기념사진 촬영에 임한 양현종 ⓒ KIA 타이거즈

 
타이거즈 에이스의 도전, 성공은 아니었지만 의미는 있었다

2007년 1군에 데뷔해 10년 넘게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뛰었고, 두 차례의 통합 우승 순간에도 양현종이 함께했다. 2014년 이후에는 매 시즌 꾸준히 승수를 쌓아올리면서 미국 진출 직전 시즌이었던 2020년까지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그러던 중 양현종은 빅리그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구단의 문을 두드렸고, 가능성이 희박해지던 지난 2월 12일(이상 현지시간 기준) 텍사스 레인저스와 스플릿 계약을 체결했다. 스프링캠프 초청권이 포함된 계약으로, 조건보다는 양현종의 의지가 더 강력하게 반영됐다.

다른 팀들에 비해 마운드가 그렇게 강하지 않은 텍사스 선발진의 사정이라면 양현종이 충분히 경쟁을 뚫어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 5경기에 등판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기회가 있기는 했다.

개막 로스터 합류에 실패한 양현종은 4월 26일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본인의 빅리그 첫 데뷔전을 가졌다. 구원 등판이기는 했어도 4⅓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무사사구 2실점을 기록하면서 합격점을 받았다. 또한 5월 19일에는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빅리그 첫 선발 등판 경기를 치르면서 5⅓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6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고, 7월 이후에는 빅리그서 단 4경기밖에 나오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높은 벽을 체감한 양현종은 10월 초 한국으로 들어왔다. 올 시즌 보여준 것으로 다시 미국으로 가기 어려웠고, 사실상 KIA와의 협상이 거의 유일한 선택지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에이스 돌아온 KIA... 2022시즌 반전 노릴 수 있을까

정규시즌 일정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어도 양현종과 KIA의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으나 현실적으로 이적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던 게 사실이다. 타팀에서 'B등급' 양현종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선수의 기존 연봉인 23억원과 보상 선수 1명, 혹은 기존 연봉의 200%인 46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단장과 감독이 모두 교체되는 등 구단 안팎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고 장정석 단장과 김종국 감독이 선임되면서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오늘, 길고 길었던 양 측의 줄다리기가 마무리되고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계약 직후 양현종은 "최고의 대우로 다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 해주신 구단과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단단하게 몸을 만들어 KIA가 12번째 우승을 달성하는 데 전력을 쏟겠다. 본의 아니게 협상 과정에서 나온 여러 이야기로 팬 여러분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죄송스럽고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당장 외국인 투수 2명과 임기영, 확실한 선발투수라곤 이렇게 세 명이 전부인 KIA 선발진에서 양현종의 가세는 말 그대로 '천군만마'나 다름이 없다. MVP급 활약을 선보인 2017년 만큼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기본 10승 이상을 해 줄 수 있는 투수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이제 막 단장 및 감독 선임 작업, 나성범과 양현종의 계약이 끝났고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이 남아있다. '새판짜기'에 돌입한 KIA가 '돌아온 에이스' 양현종과 함께 2022시즌을 도약의 해로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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