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 FIS 평창 스노보드 월드컵 당시 특별 해설로 현장을 찾은 이상호 선수.

지난 2020 FIS 평창 스노보드 월드컵 당시 특별 해설로 현장을 찾은 이상호 선수. ⓒ 박장식

 
한국 스노보드 간판 선수 '배추보이' 이상호(하이원) 선수가 한국 선수 최초로 FIS 주최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냈다. 

이상호는 11일 러시아 반노예에서 열린 2021-2022 FIS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알파인 평행 대회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상호는 월드컵 통산 3개의 메달을 획득했던 바 있고, 주니어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적도 있지만 월드컵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2020 시즌 어깨 탈구 부상을 입었던 이상호는 지난 시즌까지 부상 여파로 충분한 기량을 내지 못했다. 그랬던 지난 시즌을 딛고 이번 시즌 이상호는 생애 첫, 그리고 태극마크를 단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까지 기록하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의 활약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예선 2위로 안착... 결승까지 한 달음에

본선에 앞서 열렸던 예선 경기에서부터 이상호의 저력이 빛났다. 이상호는 블루 코스를 35초 72로 주파하며 2위에 올랐다. 이상호는 이어진 레드 코스 주행에서도 37초 10를 기록해, 블루와 레드의 합산 기록을 1분 12초 82로 만들며 슬로바키아의 팀 마스트나크에 이은 2위에 올랐다.

16강에서부터 이상호의 저력이 빛났다. 이상호는 폴란드의 미하우 노와지크를 상대로 레이스 초반부터 리드폭을 벌렸다. 이상호는 노와지크를 상대로 0.29초를 빠르게 들어오며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동료 선수인 김상겸(하이원)을 만나 '태극마크 일전'을 펼치기도 했다. 서로 거의 비슷한 시각에 게이트를 통과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인 두 선수였지만, 조금씩 뒤쳐지던 김상겸이 게이트를 세 개 남짓 남긴 상황에서 코스를 이탈하며 DNF로 김상겸이 탈락하게 되었다.

4강에서 이탈리아의 미르코 펠리체티를 만난 이상호는 초반 0.5초가량 뒤처지며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경기 중후반 이상호가 펠리체티를 역전해나가기 시작했고, 그 순간 펠리체티가 코스를 이탈하면서 이상호는 승리를 굳혔다. 2019년 12월 있었던 이탈리아 코르티나 담 페초 월드컵에 이어 2년만에 결승에 오른 순간이었다.

우승으로 부상 완전 회복 알린 이상호

이상호는 2년만에 월드컵 메달을 확보했지만, 결승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결승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월드컵 시즌 우승 기록이 있던 독일의 슈테판 바움에이스터와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

블루 코스에서 출발한 이상호는 경기 초반 슈테판 바움에이스터에 뒤처지나 싶었지만, 중반부터 바움에이슈터와 비슷하게 게이트를 통과하던 이상호는 어느 순간 바움에이슈터보다 근소한 차이로 빠르게 기문을 넘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바움에이슈터는 무리하게 이상호를 따라잡으려다 결승까지 5개의 게이트를 남겨둔 시점에서 코스를 이탈했다. 그렇게 이상호는 무리 없이 결승선을 넘을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슬라이딩을 제외한 설상 종목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이었다.

이상호는 그동안 FIS 월드컵에서 은메달 2개, 그리고 동메달 한 개를 차지한 바 있었다. 하지만 금메달은 이번이 처음. 한국에 설상종목 첫 올림픽 메달을 안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시즌 때에도 없었던 기록임을 감안하면, 이상호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넘어 더욱 좋은 컨디션으로 올라왔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상호는 올림픽 시즌 월드컵 개막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의 길에 청신호를 켰다. 지난 2월 인터뷰에서 "베이징 때는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던 이상호의 목표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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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이상호 배추보이 금메달 평행 대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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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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