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진행된 '세이브아워시네마' 행사 관련 사진.

지난 4일 진행된 '세이브아워시네마' 행사 관련 사진. ⓒ 영화진흥위원회


 
저마다 마음에 간직했던 첫 영화의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 팬데믹 2년 차, 위기를 맞고 있는 극장 산업과 관련해 국내외 영화인들이 한뜻으로 독립예술영화관과 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전국독립영화전용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등이 주관한 '세이브 아워 시네마' 캠페인이 지난 4일 유튜브로 중계됐다. 현장엔 양익준, 공민정, 이환, 정하담 배우를 비롯해 김태용, 김종관, 윤가은, 윤단비 감독 등이 참석했다. 

시작은 서울아트시네마, 인디스페이스, 아트나인 등 전국 각지에서 어렵게 운영되고 있는 독립예술영화 전용 극장 관계자들의 인사말이었다. 

각 영화관의 존재 이유와 특징을 전하던 이들 관계자 중 하효선 시네아트리좀 대표는 "2017년 폐관 위기를 겪은 뒤 지금도 휴관 중"이라며 독립예술영화관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공개했다. 경남 지역 유일한 예술영화전용관인 시네아트리좀은 현재 예산 부족 등으로 또다시 폐관 위기에 놓여있다. 필름포럼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그간 우리 극장을 찾은 여러 관객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필름포럼이 그대로 있어줘서 고맙다는 거였다"며 뭉클했던 순간을 전하기도 했다.

<똥파리> 등을 연출하고 최근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 형사로 분한 양익준 배우는 "2003년 부산영화제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을 극장 관객석 맨 뒤에 쭈그리고 앉아서 봤다"며 "그땐 제가 아무 것도 아닐 때였는데 세상에 이런 영화가 다 있구나! 작은 극장이나 영화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공민정 또한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 그게 독립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잊기 쉬운 것에 관심을 갖게 하는 매개체가 바로 독립예술영화"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진행된 '세이브 아워 시네마' 행사 관련 사진. 배우 양익준의 모습.

지난 4일 진행된 '세이브 아워 시네마' 행사 관련 사진. 배우 양익준의 모습. ⓒ 영화진흥위원회


 
"예상 뛰어넘는 모금액에 눈물 날 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캠페인을 강하게 지지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일본에서도 2019년 펜데믹 이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하마구치 류스케, 후카다 코지 감독 등이 주축이 돼 '세이브 더 시네마' 운동이 일어났고, 일본 내 예술영화관 운영을 위한 펀딩이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약 3억 3000만 엔에 달하는 금액이 모인 바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모금액에 눈물이 날 뻔했다"고 당시 소회를 전하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 일로 용기를 얻었고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나라에서 영화관들이 위기이고, 만드는 사람들도 늘 조마조마한데 세이브 더 시네마 운동이 성과를 내면서 뭔가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래도 아직 도쿄엔 예술영화관이 꽤 있긴 하다. 이런 영화관들이 날 키워줬다는 느낌이 있다"며 "한 도시에 단 하나의 예술영화관만 있으면 마치 슈퍼마켓처럼 여러 영화들을 다 가지고 와서 틀어야 하는데 예술영화관의 개성을 살리긴 어렵게 된다"고 더욱 많은 수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생겨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또한 극장에서 관객이 봐야 하는 영화라는 인식도 강조했다. "예전엔 극장에 별 생각 없이 다녔는데 이제는 갈 때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고 있다"며 "저 또한 극장에서 꼭 개봉해 보여줄 영화라는 확신이 드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떻게 젊은 관객들이 예술영화관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요? 예술영화 부흥기였던 1980년대를 마냥 그리워할 순 없습니다. 그땐 남들이 안 보는 걸 보면서 스스로 발굴하고 발견하려는 태도를 높이 쳐줬던 것 같은데 요즘은 다들 보니까 본다는 태도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 멀티플렉스 상영관은 심하면 8개 관 모두 같은 영화를 틀 때가 있습니다. 

한국도 아마 마찬가지 일 겁니다. 관객 다수가 거대 상업 영화 1편에 집중하는 상황은 변하진 않을 것입니다. 다만 독립예술영화관을 존속시키면서 거기서 상영 가능한 영화를 끊이지 않게 하고 관객이 찾을 수 있게 하는 방법 외에 특효약은 상황적으론 없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세이브 더 시네마를 하며 스스로 힘을 얻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용기를 얻은 사람이 영화를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건 아름다운 일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운동의 여파가 온다면 더욱 좋을 겁니다. 저 또한 힘을 보태겠습니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행사 말미엔 직접 극장을 운영하고 독립예술영화를 배급하는 담당자들의 대담이 이어졌다. 최근 배우 유태오의 첫 다큐멘터리 연출작 <로그인 벨지움>을 배급한 엣나인필름 박혜진 팀장은 "방역 지침이 상황에 따라 많이 바뀌면서 혼란스럽기도 했고, 힘들었다. 무력감을 느꼈던 지난 2년이었다"며 냉혹한 현실을 전했고, 서울아트시네마 김보년 프로그래머는 "그럼에도 극장의 미래는 걱정되지 않는다. OTT 플랫폼이 대세라지만 극장 없이 이들이 좋은 콘텐츠를 관객과 더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효과적 홍보, 더 많은 관객 확보를 위해 OTT는 극장과 함께 가야 할 것이라 본다"고 낙관론을 펼쳤다.

총 5시간 동안 4부에 걸쳐 진행된 이번 '세이브 아워 시네마' 캠페인은 오는 31일까지 유튜브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4일 진행된 '세이브아워시네마' 행사 관련 사진.

지난 4일 진행된 '세이브아워시네마' 행사 관련 사진. ⓒ 영화진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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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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