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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7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에서 캠프 관계자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4월 7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에서 캠프 관계자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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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청년 세대의 보수화.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언론 등에 부쩍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그들이 보수 야당 후보를 당선시킨 일등 공신이라는 거다. 여당의 일부 정치인들은 과거 보수 정권 10년 동안 학교 교육을 받은 결과라는 독특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도 'MZ세대'(1980~1994년생인 밀레니얼세대와 1995~2005년생인 Z세대)라고 불리는 그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거라고들 한다. 이념 지향적이지 않고 여야 구분 없이 실용적인 관점에서 투표하는 첫 세대라는 것이다. 일부 보수 언론은 그들의 투표 성향을 바람직한 변화인 양 추켜세우는 듯한 논조를 편다.

'그들이 언제 진보적일 때가 있었나?'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오는 '꼰대 같은' 분석을 접하며 순간 혼잣말처럼 되뇌던 생각이다. 성급한 일반화일지 모르지만, 지난 23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온 기억을 되짚어볼 때 호사가의 억측일 뿐이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보수화되었다고 규정할 만큼 진보적이었던 적이 없다. 

근거 삼아 미리 전제해둔다. 지금 20~30대라면 초임 시절부터 지금까지 학교에서 줄곧 만나온 아이들이다. 첫 제자가 올해 42세이고 작년 졸업한 아이들이 20세이니, 그들과 동고동락한 세월이 곧 나의 교직 경력이다. 지금 보수화되었다고 싸잡아 말하는 세대와 정확히 겹친다.

한 해에 수업 중 만나는 아이들이 얼추 200~300명쯤 되니 근무한 햇수를 곱하면 지금껏 수천 명을 헤아린다. 더욱이 해마다 상전벽해인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으니, 호사가의 억측에 대꾸할 만한 자격은 된다고 본다. 아무튼 그들이 보수화되었다면, 내 몫 또한 있을 것이다.

당장 요즘 아이들에게 진보와 보수라는 말은 어색하다 못해 생뚱맞은 단어다. 혹, 교사가 '나는 진보다' 또는 '나는 보수다'고 성향을 밝힌다면, 아이들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식의 표정을 지을 것이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그 두 단어를 입에 담는 교사는 거의 없다.

20세기 잣대로 21세기 사람을 재단

진보와 보수로 편 가르는 건 지금 40~50대 기성세대가 과거 20~30대 시절의 관점으로 요즘 아이들을 규정지으려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다. 그들은 진보와 보수라는 개념조차 낯설어한다. 어쩌면 둘로 나눠 이해하기에는 세상이 훨씬 복잡다단해졌다고 해야 맞을지도 모르겠다.

종종 진보와 보수의 의미 차이를 질문하는 아이들이 있긴 하다. 시대마다 사회마다 정의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어 사전적인 의미로 답변을 대신하곤 한다. 진보는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고, 보수는 기존의 전통과 가치를 유지하려는 인식이나 태도라고 무미건조하게 설명한다.

"그럼 기존의 전통을 보존해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동시에 사회도 변화시켜야 한다고 믿는 저는 어디에 속하는 건가요?"

그의 반문에 듣고 있던 친구들이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정책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순 있어도, 사람의 성향을 두고 칼로 두부 자르듯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건 황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20세기의 잣대로 21세기의 사람들을 재단하려는 바보짓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서로 상대되는 개념이지만, 진보와 보수를 당시 아이들은 적대적이거나 옳고 그름의 문제로 치환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진보와 보수는 세심함과 대범함, 유연함과 강직함 등과 같이 대비되는 여러 가치 단어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특별하달 게 없는 보통명사로 받아들인 것이다.

청년 세대가 보수화되었다는 표현이 타당하다면, 보수화의 개념부터 재정의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 해가 갈수록 청년 세대가 기존의 전통과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고? 보수화의 사전적 의미를 대입하면 이토록 우스꽝스럽다. 그런데도 굳이 쓰겠다면 사전적 의미를 수정해야 옳다.

부박한 우리 언론이 가져온 폐해
 
지난 1일 서울시청 시민청에 마련된 청년 취업준비생을 위한 원스톱 지원공간 '청년활력소'에서 직원들이 점검을 하고 있다. 청년활력소는 코로나19로 비대면 화상 면접이나 인공지능(AI) 면접을 확대하는 최근 취업 시장에서 면접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는 취준생을 지원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자료사진.
 지난 1일 서울시청 시민청에 마련된 청년 취업준비생을 위한 원스톱 지원공간 "청년활력소"에서 직원들이 점검을 하고 있다. 청년활력소는 코로나19로 비대면 화상 면접이나 인공지능(AI) 면접을 확대하는 최근 취업 시장에서 면접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는 취준생을 지원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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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들이 진보화되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 성싶다. 사회의 현실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비록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긴 싫어도 변해야 한다는 열망만큼은 강렬하다. 그들은 보수화된 게 아니라,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의 사회를 살다 보니 더 이기적이고 무기력해진 것이다. 

20~30대 청년 세대를 애꿎은 진보와 보수라는 말로 갈라치려는 건 기성세대의 비열한 수작이다. 지금 그들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단연 'IMF'(국제통화기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그 엄혹한 시기에 태어났거나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이다. 한마디로 외환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다. 

외환 위기의 후유증은 2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나라의 곳간 걱정은 사라지고 있는지 몰라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생채기는 치유되기는커녕 점점 악화하는 모양새다. '곁눈질 말고 앞만 보고 달리자'는 한 아이의 슬픈 좌우명이 피폐해진 우리 사회를 방증한다. 

지금의 30대가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고 외쳤다지만, 그것도 옛말이다. 지금의 20대는 대학 진학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고, 요즘 10대는 대학을 선택하기 전 취업률부터 따져본다. 애초 직업훈련기관으로 전락한 대학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닐 겨를이 없다.

청년 세대가 보수화되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고작 보수 야당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서다. 제1야당이 보수 정당으로 명명되다 보니 집권 여당은 졸지에 진보 정당으로 규정됐다. 가랑비에 옷 젖듯, 여야에 대한 지지를 진보와 보수로 등치시키는 아이들이 시나브로 느는 형국이다.

아이들이 진보와 보수를 양극단의 정치적 성향으로 받아들이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선거를 마치 승자독식의 게임인 양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부박한 우리 언론이 가져온 폐해다. 공약엔 별 관심이 없고 지지율의 등락에만 눈길을 보내는 건 애어른 할 것 없이 마찬가지다.

황폐해진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

대선을 앞둔 요즘은 아이들에게도 정치의 계절이다. 주말이나 등하굣길에 이른바 '정치 유튜브'를 몰아 보며 키득거리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교실마다 삼삼오오 모여 내년 대선과 관련된 여론의 추이와 여야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특히 내년에 투표권을 갖게 되는 아이들의 대화는 기성세대 못지않다. 대개 그들의 대화는 진보와 보수 중 누가 이길 것인지 내기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 등 너머로 그들의 판단을 엿듣다 보면, 언론에서 공표되는 여론조사의 추이나 결과와 판박이처럼 똑같다는 걸 알게 된다.

한 아이는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다며 자신이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을 두 곳 소개해주었다. '홍카콜라'와 '가로세로연구소'. 짐짓 태연한 척했지만, 순간 화들짝 놀랐다. 성향을 떠나 자극적인 유튜브를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이유는 무엇보다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머리에 쏙쏙 박힐 만큼 재미있다는 것이다. '엄근진'하지 않은 데다 위선적이지 않고 솔직하다는 점도 인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유튜브든 뭐든 장황하고 '꼰대스러운' 건 딱 질색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심지어 국가혁명당 허경영의 강연을 구독하고 있다며 추천하는 아이도 있다. 여야 후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사람은 여럿이어도, 또래 중 그를 싫어하는 이는 못 봤다고 했다. 다음 선거에선 무조건 허경영에게 투표할 거라는 말에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요컨대, 청년 세대는 보수화된 게 아니라 '예능화'되었다. 그들은 일단 재미가 없으면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고 선선히 말한다. 아무리 옳고 보탬이 되는 조언도 재미가 없으면 눈과 귀를 닫아버린다. 그들에게 허경영을 지지하는 이유를 물으면, 큰 재미를 주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무한경쟁에 주눅이 든 열패감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 무력감 등을 그렇듯 자극적인 유튜브를 통해 위로받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부모가 아닌 시대를 닮는다고 했던가. 지금의 20~30대 청년 세대는 황폐해진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사족 하나. 한 아이는 "촌스럽지 않고 유머 감각이 있으며 옷 잘 입는 매력적인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대통령의 조건이 당혹스럽긴 했지만, 요즘 세대의 정서를 보여주는 것 같아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런 세대에 진보냐 보수냐를 따지는 게 가당키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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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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