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 직후인 2분 15초 만에 광주 FC가 자랑하는 국가대표 공격수 엄원상의 헤더 골이 나왔지만 그들은 활짝 웃지 못했다. 시즌 마지막 게임과 상관없이 광주 FC가 2년 만에 다시 2부리그(K리그2)로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엄원상은 선수단의 마음을 담아 관중석에 있는 1178명 홈팬들에게 두 손 모아 고개를 숙이는 인사로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김호영 감독이 이끌고 있는 광주 FC가 4일(토) 오후 3시 광주 전용구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1 파이널 B그룹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최종 라운드에서 1-1로 아쉽게 비기고 1부리그와 다시 작별했다.

4부리그 출신 '유동규', 감격의 데뷔골

홈 팀 광주 FC는 게임 시작 후 2분 15초 만에 멋진 첫 골을 터뜨렸다. 공격형 미드필더 헤이스가 왼쪽 측면을 휘젓다가 오른발로 날카롭게 감아올린 크로스를 엄원상이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사이로 빠져들어가며 정확한 헤더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하지만 박수 소리조차 크게 들리지 않았다. 광주 FC가 아슬아슬한 강등 소용돌이 속에서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입장에서 맞이하는 최종 라운드였기 때문이다.

2년 만에 다시 2부리그로 내려가게 되었지만 그래도 홈팬들 앞에서 이기고 싶었기에 광주 FC는 추가골 기회를 잡았다. 29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의 어이없는 실수를 틈 타 미드필더 김종우가 상대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키퍼 이태희는 각도를 과감하게 줄이며 달려나와 온몸으로 김종우의 슛을 막아냈다.

아주 오랜만에 2부리그 강등 걱정 없는 시즌 마무리를 경험하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38분에 귀한 동점골을 터뜨리며 멀리까지 찾아온 서포터즈에게 보답했다. 그 골의 주인공이 남다른 사연이 있는 인물이기에 더 특별한 순간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찔러준 전진 패스를 키다리 골잡이 김대중이 밀어주었고 유동규가 이 공을 받아 기막힌 터닝 동작으로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2021 시즌 K리그 1 유니폼을 입고 6게임 만에 얻어낸 유동규의 소중한 데뷔골이었다. 그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 골잡이 제이미 바디를 떠올릴 정도로 4부리그 FC남동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최상위 K리그1까지 올라온 인물이어서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더 큰 박수를 보내주었고 유동규는 이 골의 의미를 잘 알기에 벤치로 달려와 조성환 감독에게 허리를 구부려 진심을 담은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어진 후반전에는 예상됐던 선수 교체를 통해 양 팀 모두 결승골을 노렸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2부리그로 내려가야 하는 광주 FC 선수들의 발걸음은 점점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고 게임 직후 광주 FC는 김호영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2021 K리그1 파이널B 최종 라운드 결과(12월 4일 오후 3시, 광주 전용)

★ 광주 FC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엄원상(3분,도움-헤이스) / 유동규(38분,도움-김대중)]

광주 FC 선수들
FW : 엄원상
MF : 헤이스(80분↔두현석), 이순민(76분↔이지훈), 이찬동(46분↔이희균), 김종우(46분↔김주공), 엄지성(86분↔한희훈)
DF : 이민기, 이한도, 알렉스, 여봉훈
GK : 신송훈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김대중(71분↔이준석), 유동규(82분↔이종욱)
MF : 김채운, 표건희, 이강현(78분↔구본철), 정성원(46분↔최범경), 김민석(46분↔김보섭)
DF : 최원창, 박창환, 김동민
GK : 이태희

◇ 2021 K리그1 파이널 B그룹 최종 순위
7 FC 서울 47점 12승 11무 15패 46득점 46실점 0
8 인천 유나이티드 FC 47점 12승 11무 15패 38득점 45실점 -7
9 포항 스틸러스 46점 12승 10무 16패 41득점 45실점 -4
10 성남 FC 44점 11승 11무 16패 34득점 46실점 -12
11 강원 FC 43점 10승 13무 15패 40득점 51실점 -11 *** 승강 플레이오프
12 광주 FC 37점 10승 7무 21패 42득점 54실점 -12 *** 2부리그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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