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야심차게 선보인 새 밀리터리 서바이벌 <더솔져스>가 기대보다 고전하고 있다. <더솔져스>는 전 세계 특수대원들과 겨룰 대한민국 국가대표 특수요원을 뽑는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특전사(육군 특수전사령부), 정보사(국군 정보사령부), CCT(공군 공정통제사), UDT(해군 특수전전단), 707(제707 특수임무단), SSU(해난구조전대), SDT(군사경찰 특수임무대), 해병대수색대 등 국내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 20명이 참가자로 도전장을 던졌다.
 
여기에 출연자들의 멘토이자 팀장으로 영국 'SAS' 출신의 제이 모튼, 미국 '그린베레' 출신의 윌 라벨로, 스웨덴 'SOG' 출신의 요한 레이스패스, 한국 대표 '707 특임대' 출신의 이창준이 가세했고, 해병대 출신으로 유명한 배우 김상중이 MC를 맡았다.
 
'글로벌'이라는 요소로 기존의 밀리터리 서바이벌과 차별화를 내세운 <더솔져스>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특수부대는 어디인가', '한국 특수부대가 세계무대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지닐까'라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매력포인트다. 그동안 <국가가 부른다> <가짜 사나이> <강철부대> 등 수많은 밀리터리 서바이벌이 있었지만 스케일 면에서는 그야말로 역대 최고이라고 할 만하다.
  
<더솔져스> 시청자 반응은 미지근
 
 SBS <더솔져스>의 한 장면.

SBS <더솔져스>의 한 장면. ⓒ SBS

 
하지만 화끈한 물량공세에도 불구하고 <더솔져스>를 향한 시청자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지난 3일까지 3회차가 방송된 <더솔져스>는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회가 2.8%로 그나마 가장 높았고 2회 2.6%, 3회는 2.1%에 그치며 오히려 회를 거듭할수록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요일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지상파 예능으로는 굴욕적인 수치다. <더솔져스>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채널A <강철부대>가 첫 회부터 각 특수부대원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보여주며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과 대조된다.
 
<더솔져스>의 초반 부진 원인으로는 먼저 경쟁 구도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 진부한 구성과 편집을 꼽을 수 있다. <강철부대>의 경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수부대 6팀간의 '팀전'이라는 확실한 구도를 제시하며 '어느 특수부대가 최강인가'라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첫 회부터 우승후보로 꼽힌 UDT와 707의 신경전, 각 부대의 상반된 분위기와 대원 각자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부각시킨 연출은 긴장감을 높였다. 여기에 방송 중간마다 '관찰자' 역할을 맡은 연예인 MC들의 깨알같은 드립과 유머러스한 편집이 더해지며 '군알못' 시청자라고 해도 스토리에 부담없이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반면 <더솔져스>는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도 아직까지 딱히 기억나는 장면이나 서사가 전무했다. 3회까지는 사실 4개조로 구성될 글로벌 팀원들을 선발하기 위한 과정이었는데 혹독한 미션의 난이도에 비하여 정작 볼거리는 별로 없었다는 평가다.

출연자들은 첫 만남부터 30kg 더플백을 운반하는 산악구보 미션을 비롯하여 에스케이프(탈출) 기습 미션, 1차 미션인 8단계 장애물 극복 달리기 미션, 참호 타이어끌기와 수중탱그속 매듭묶기, 탈락자 선정을 위한 참호 격술대결 등을 진행했다. 대부분 전술이자 주특기보다는 극한의 체력과 근력을 요구하는 미션이 훨씬 많았다.
 
물론 멘토들도 강조했듯이 강인한 기초 체력은 특수부대원이라면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밀리터리 서바이벌에서 기대하는 서사는 팀전의 경쟁구도나 전술적인 전문성을 보여주는 데 있지, 끝도 없는 '체력장'을 원했던 것이 아니다.
 
180kg 타이어 뒤집기-12미터 외줄오르기-군장구보-60kg 타이어끌기 등으로 구성된 장애물달리기 미션은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부대 출신들도 완주조차 못하는 인원들이 속출할 정도였다. 707 홍범석이나 CCT 김창완처럼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준 멤버들도 있었지만 개인전이고 실력차가 크다보니 경쟁의 긴장감은 반감됐다. 똑같은 미션 과정이 지루하게 반복되면서 후반부에는 결과만 보여주고 대충 넘어가는 조도 발생하는 등, 편집도 무성의하고 엉성했다.
 
여기에 외줄타기를 하던 참가자가 추락하며 아찔한 부상 위기를 겪는다거나, 앞선 미션에서 부상을 입었던 참가자가 다음 미션에서 핸디캡을 안게되는 등 출연자들의 안전관리에 대한 문제도 여전했다. 특히 마지막 탈락자를 가리는 1대 1 참호 격술대결은 상대를 '때려눕혀야' 생존할 수 있는 데스매치 방식이라는데서 지상파 프로그램치고 룰이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불편함을 안겨줬다. 실제로 격술대결에서 승리한 출연자들도 바로 종전까지 동거동락하며 친해진 동료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표정이 밝지 못했다.
 
공감대 느낄 수 있는 요소 부족

시종일관 진지한 경쟁 분위기에 빡빡하게 진행되는 미션을 소화하는 데만도 벅찬 출연자들간의 자연스러운 캐릭터나 케미는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다. 여기에 MC 김상중이 오랫동안 진행해온 <그것이 알고싶다>와 전혀 다를 게 없는 딱딱한 진행스타일은 가뜩이나 경직된 <더솔져스>를 지루한 스포츠 중계나 다큐프로그램의 분위기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군대나 특수부대에 사전 정보가 부족한 시청자들이라면, 참가자들이 왜 이런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지, 특수부대원에게 왜 저런 능력이 필요한 것인지, 미션과 인물에 몰입하며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절대 부족하다.
 
편성시간대도 <더솔져스>에는 그리 좋지 않았다. 동시간대에는 오랫동안 터주대감으로 자리잡은 MBC <나혼자산다>가 최근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6%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엠넷 힙합서바이벌 <쇼미더머니10>의 하이라이트격인 후반부 회차와도 시간대가 겹쳤다.

<더솔져스>는 3회 중반부가 되어서야 비로소 팀매칭을 완료하며 본격적인 단체전에 접어들었다. 브라보(SAS 제이)팀은 특전사 송병석-UDT 공기환-UDT 김현곤-707 김영환을, 알파(707 이창준)팀은 707 홍범석-CCT 김창완-SSU 김호종-해병수색대 추부연을, 찰리(요한)팀은 해수색 박한결-특전사 조승준-특전사 박세원-정보사 고인호를, 델타(윌)팀은 707 홍국성-UDT 박성민-해수색 이강우-특전사 박혁규를 각각 팀원으로 결정했다.
 
글로벌 팀장들도 몰랐던 첫 번째 팀 미션의 정체는 '5km 장애물 산악행군'이었다. 드라마로 치면 불필요하게 길고 지루한 오프닝으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첫 인상을 주는 데 실패한 <더 솔져스>가 화려한 스펙과 커리어를 가진 글로벌 팀장들이 본격적으로 참전하면서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솔져스 밀리터리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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