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해리 케인(오른쪽)이 2021년 11월 25일 목요일 슬로베니아 마리보르에서 열린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무라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에서 활약하고 있다.

토트넘의 해리 케인(오른쪽)이 2021년 11월 25일 목요일 슬로베니아 마리보르에서 열린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무라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에서 활약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제는 3급 대회에서도 우승을 노리기가 어려운 전력이라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명장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마주한 토트넘 홋스퍼의 냉정한 현실이다.

토트넘은 26일(한국시간) 슬로베니아 마리보르에 위치한 류드스키 브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NS 무라(슬로베니아)와의 2021-2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조별리그 G조 4차전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콘테 감독이 부임 이후 토트넘이 당한 첫 패배였다.
 
토트넘으로서는 대참사에 가까운 경기였다. 토트넘은 올시즌부터 신설된 유로파 컨퍼런스리그에서 AS 로마(이탈리아)와 함께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다. 반면 무라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4전 전패 2득점 10실점을 기록중이던 최약체팀이었다. 토트넘은 앞서 홈에서 무라를 5-1로 대파한 바 있다.
 
대실패로 끝난 콘테 감독의 로테이션

콘테 감독은 무라전에서 주포 해리 케인을 제외하면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 등 대부분의 주전들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대신 그동안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델레 알리, 탕귀 은돔벨레, 라이언 세세뇽, 다빈손 산체스, 맷 도허티 등을 내보냈다. 상대가 최약체 팀인 만큼 로테이션으로 빡빡한 일정에 지친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하고 백업멤버들의 경기력도 점검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콘테 감독의 로테이션은 대실패로 끝났다. 토트넘은 전반 11분 만에 무라에게 선제 실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무라의 호르바트가 산체스를 드리블 돌파로 무너뜨리고 왼발 슈팅을 시도해 골문 상단을 정확하게 찔렀다. 여기에 토트넘은 31분에는 세세뇽이 무리한 태클로 두 번째 경고를 받아 이른 시간에 퇴장을 당하며 수적 열세까지 몰렸다.
 
다급해진 콘테 감독은 결국 후반 들어 10분 만에 손흥민을 비롯한 주전들을 한꺼번에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끌려가는 토트넘으로서는 골을 넣기 위하여 공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교체투입 이후 얼마되지않은 후반 12분 단독 드리블 돌파로 무라 수비수들을 제친 뒤 첫 유효슈팅을 시도하며 경기 흐름을 뒤바꿨다. 토트넘은 후반 33분에는 모우라의 침투 패스를 받은 케인이 박스 오른쪽으로 침투 이후 칩샷을 시도해 결국 동점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끝내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공세를 퍼붓던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 49분 아마데이 마료샤에게 역습을 허용하며 뼈아픈 극장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로서 무라는 구단 역사상 유럽 대회 첫 승리를 빅리그 강호인 토트넘을 상대로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반면 토트넘은 2승 1무 2패 승점 7점으로 G조 2위가 됐다. 조 3위 비테세(네덜란드)와는 승점과 상대전적에서 모두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앞섰다. 조 선두인 스타드 렌(프랑스)이 5차전까지 승점 11점을 기록하며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조 1위를 확정했다.
 
유로파 컨퍼런스리그는 조 1위팀만 토너먼트로 직행하고, 2위는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3위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쳐야한다. 토트넘은 그나마 2위라도 자력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종전을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또한 이긴다고 해도 플레이오프 때문에 경기수가 더 늘어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컨퍼런스리그는 유럽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에 이어 올해 신설된 유럽클럽대항전이다. 강팀들에 밀려 유럽클럽대항전 출전기회를 얻기 힘든 변방리그나 빅리그 중위권 팀들을 위한 대회다.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밟았던 토트넘으로서는, 클럽대항전으로서는 3급 수준인 컨퍼런스리그로 떨어진 것도 굴욕인데 만일 여기서도 조기탈락한다면 엄청난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콘테 감독 "현재 우리 팀의 수준 높지 않다"

한편으로 이 경기가 바로 토트넘의 냉혹한 현실을 또 한 번 보여줬다는 평가다. 토트넘은 누누 산투 전 감독이 이끌던 지난 8월 파수드 드 페헤이라(포르투갈)와의 컨퍼런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10월 비테세와의 컨퍼런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에서 각각 0-1로 패한 바 있다.

콘테 감독의 '무라 참사'에 이르기까지 3경기 모두 대대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한 경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선수층이 얇은 토트넘은 상대적으로 자국 리그나 컵대회에 비하여 비중이 낮은 컨퍼런스리그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했지만 하나같이 결과는 최악이었다.
 
토트넘은 포체티노-무리뉴 전 감독 시절부터 이미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약점이 지적되어 왔다. 주전들도 손흥민과 케인 정도를 제외하면 '월드클래스'나 '게임체인저'라고 할 만한 선수가 부족하다. 한때 리그 정상급 공격형 미드필더를 다투던 델레 알리는 성장이 정체되며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세세뇽, 산체스, 은돔벨레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력으로 방출 대상에 거론되고 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얀 베르통언, 카일 워커 등 포체티노 시절의 전성기를 이끈 멤버들이 하나둘씩 이적하면서 이들의 빈 자리를 메울 만한 영입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러다보니 손흥민과 케인에 쏟아지는 부담도 점점 가중될 수밖에 없다. 케인은 시즌 초반 이적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빚으며 슬럼프에 빠졌다가 이제야 조금씩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손흥민은 꾸준히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혹사 논란 속에 올시즌 벌써 몇 차례나 잔부상에 시달리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토트넘은 무라전에서 케인과 손흥민에게 휴식을 주지 못했고 심지어 경기까지 패배하며 엎친 데 덮친 꼴이 됐다.

유벤투스-첼시-인터밀란 등 수많은 팀을 정상으로 이끌며 명장으로 불리는 콘테 감독이지만 토트넘에서의 도전은 험난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콘테 감독은 무라전 패배 이후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 팀의 수준은 높지 않다. 다른 상위팀들과 비교했을 때 격차가 존재한다. 선수단의 퀄리티를 더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쓴소리를 했다. 구단을 겨냥하여 적극적인 투자와 선수단 물갈이 없이는 좋은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콘테 감독이나 손흥민-케인의 이름값을 거론할 때 컨퍼런스리그는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대회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토트넘으로는 컨퍼런스리그가 아닌 어떤 대회에서도 우승을 노리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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