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부터 3경기를 내리 잡은 KT 위즈가 단 4경기 만에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KT는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8-4로 승리를 거두면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과 더불어 첫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이미 3승을 가져간 KT가 확률상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였고, 4차전 역시 경기 초반부터 두산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불안한 제구로 두산 선발 곽빈이 1회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 내려갈 때부터 우승을 직감한 KT가 시종일관 경기를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활화산처럼 터진 타선

1회초 리드오프 조용호의 볼넷에 이어 2번타자 황재균의 1차점 적시타로 시작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선취점을 올렸다. 장성우와 배정대까지 1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두 점을 더 보탠 타선이 파울 지역에서 몸을 풀던 선발투수 배제성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2회초에도 선두타자가 출루한 KT는 황재균과 호잉의 적시타로 5점 차까지 달아났다. 이날 패배가 곧 시즌 마감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승진, 최승용 카드까지 다 꺼내 들었지만, KT 타선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두산이 4회말 김재환의 1타점 적시타로 뒤늦게 추격에 나서자 KT는 5회초 공격에서 신본기의 솔로포로 다시 5점 차까지 달아났다. 6회말 페르난데스의 2타점 적시타에 두 팀의 간격이 3점 차까지 좁혀지기도 했으나 구원 투수들이 호투 릴레이를 펼치면서 상대의 추격을 뿌리쳤다.   

여기에 이전 타석까지 3안타를 기록한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이 8회초 2사 1루서 김강률의 4구째를 그대로 잡아당겨 승리에 쐐기를 박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두산 팬들은 호잉의 투런포가 터지자 하나둘 야구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8회말 무사 1루에서 페르난데스의 병살타로 사실상 승패가 결정됐다.   

8회말 2사부터 마운드를 책임진 KT 마무리 김재윤은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헹가래 투수가 됐다. 김재윤이 9회말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그라운드는 물론이고 1루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선수들이 뛰쳐나와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막내 구단이 보여준 패기   

KT가 30경기만을 남겨두던 9월 24일, 2위 삼성 라이온즈와 5.5경기 차까지 벌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삼성은 KT보다 5경기를 더 치렀던 만큼 현실적으로 따라잡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앞섰다. 그러나 시즌이 막바지로 향할수록 오히려 격차가 더 줄어들더니 결국 10월 23일 맞대결 결과로 두 팀의 자리가 바뀌었다.   

다행히 2위로 내려간 이후 계속 삼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1위 결정전이 열리게 됐고, 윌리엄 쿠에바스의 호투에 힘입어 승리를 거둔 KT가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어쩌면 이것이 통합 우승 도전에 있어서 KT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예상대로 2주간 재정비의 시간은 약이 됐고, 실전 감각 문제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쿠에바스, 소형준, 데스파이네 등 충분히 휴식을 취한 선발 투수들이 호투를 펼치면서 이강철 감독 입장에서도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에게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울 수 있지만, 단기전에서 이기는 법을 알고 있던 이강철 감독은 필요한 선수들만 활용하며 현명하게 선수단을 운영했다.   

지난해까지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혔던 멜 로하스 주니어가 떠나면서 전력이 약화됐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선수단은 두려움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했고 구단 창단 8년 만에 한국리시즈 우승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정규시즌 우승에 안주하지 않고 2021년의 가을을 자신의 무대로 화려하게 장식한 KT는 이제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2022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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