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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니아 5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행사에 참여한 코펜하겐 시민들(2021.9.22).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아니아 지역은 1971년 9월 26일에 설립되었다.  덴마크는 9월 10일 시행 중인 나머지 코로나 조치를 해제했다.
 "크리스티아니아 5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행사에 참여한 코펜하겐 시민들(2021.9.22).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아니아 지역은 1971년 9월 26일에 설립되었다. 덴마크는 9월 10일 시행 중인 나머지 코로나 조치를 해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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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더는 우리 사회의 중대한 위협이 아니다."

지난 9월 코로나19에 대한 모든 방역 규제를 해제한 덴마크 정부의 성명이 두 달 만에 뒤집혔다. 지난 8일 덴마크 정부는 식당 등에 '코로나 패스'를 재도입하고, 코로나19를 다시 '사회적으로 중요한 질병'으로 분류했다. 두 달 사이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신규 확진자는 17일 기준 약 3900명이다. 전체 인구가 581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유행 규모가 큰 셈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코로나19를 이긴 국가'라고 표현한 것이 무색할 지경이 됐다. 

네덜란드는 다시 '거리두기'... '미접종자' 실내 시설 출입 금지되기도

덴마크뿐만이 아니라 유럽 전역이 위기다. 프랑스, 이탈리아뿐 아니라 백신 접종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축에 속하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도 11월 들어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신규 확진자 2만 명을 넘어선 네덜란드는 12일부터 3주간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지며, 식당과 슈퍼마켓 등도 오후 8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다. 자택 모임도 최대 4명까지만 허용했고, 재택근무도 권고했다. 

오스트리아는 백신 미접종자의 출근, 식료품 구매, 산책 등의 기본적인 외출을 제외한 실내 시설 출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부분 봉쇄다.

독일도 상황이 심각하다. 17일 신규 확진자만 6만8천명으로 매일 최대 확진자 수를 경신하고 있다. 실내 시설에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출입을 제한한다고 밝히는 주(州)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유럽 국가 중에는 그나마 8~9월 대유행을 겪고, 상대적으로 일찌감치 부스터샷 접종률을 45%까지 끌어올린 이스라엘만이 유행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새로운 길 열 수 있을까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벤치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벤치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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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겨울철 대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유럽은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그나마 지난해보다 나은 점은 분명 백신 접종을 통해서 위중증으로 갈 확률이나 사망률이 줄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델타 변이로 인해 백신 효과가 감소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확진자 숫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의료 체계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이로써 한국의 '위드 코로나' 역시 롤모델을 찾기 어려워졌다. 높은 백신 접종률만으로도 코로나19 유행을 아예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유럽이 이미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방역 완화, 마스크 의무화 해제 등은 '위드 코로나'의 중지라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OECD 5위의 접종완료율,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시민들의 높은 방역 의식, '백신 패스' 등이 상대적으로 큰 반발 없이 정착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한국은 분명 유럽 국가들보다 상황이 낫다. 문제는 한국 역시 확진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이틀째 확진자 3000명대를 기록 중이며, 오후 6시 기준 어제(17일)보다 확진자가 97명 많다.

나아가 17일 확진자 중 60대 이상 비율이 36%나 됐다. 지금까지의 누적 확진자 중 60대 이상의 비율이 20%에 불과했던 걸 감안했을 때, 현재 고령층 감염 비율이 굉장히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연히 고령층 감염의 증가는 위중증과 사망률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추가접종 간격 단축'이다. 60대 이상의 접종 간격을 4개월까지 단축시키면서 75세 이상은 지금 바로 추가접종을 실시할 수 있고, 기본접종을 완료한 60~74세 대부분도 올해 내에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에 포함시켰다. 최대한 빠르게 추가접종을 실시하는 것을 해법으로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추가접종 예약율이 어느 정도일지 미지수이며, 60대 이상 상당수가 추가접종을 완료할 때까지 위중증 환자의 증가를 막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1300만 명이 접종한다고 하더라도 국민 1/4이 접종하는 것인데, 추가접종률 25% 정도로는 전체 유행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지금 추세로는 결국 60대가 추가접종을 하기 전에 대유행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라며 "그 이후에는 지난 4차 유행 때처럼 면역이 떨어진 20~30대가 주도하는 대유행이 다시 한 번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정부는 자꾸 괜찮다고 하지만, 대유행을 막기 위해선 방역 조정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3000~4000명대 확진자 규모가 유지되고, 위중증 환자가 지금처럼 늘어난다면 일단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라며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를 잠시 멈추고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어야 된다고 밝혔다. 

이어 "고연령층뿐만 아니라 성인 모두 추가접종을 해야 한다"라며 "또 먹는 치료제를 확보하고, 코로나19 중환자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태그:#코로나19,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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