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두산 베어스가 이 자리까지 올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긍정적인 요소를 찾기 어려웠다.

절기상 '입동'이 지난 현재, 두산이 가을야구를 하고 있다. 4위로 정규시즌을 끝내고 나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까지 연이어 치르고 이제는 플레이오프 무대에 입성했다. 두산을 위협했던 팀이 하나둘 떨어지면서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를 제외하곤 전부 시즌을 마감했다.

선수 개개인의 분발도 영향이 없진 않았으나 결국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면서 위기를 헤쳐나간 김태형 감독이 그 중심에 있었다. 자칫하면 8위까지 주저앉을 뻔했던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것도 모자라 단기전에서의 노하우를 살린 특유의 노련함으로 올가을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운영의 묘 빛난 김태형 감독
 
 정규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준플레이오프까지 노련한 운영으로 팀을 이끄는 김태형 감독이 이번에는 '정규시즌 2위' 삼성을 마주하게 된다.

정규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준플레이오프까지 노련한 운영으로 팀을 이끄는 김태형 감독이 이번에는 '정규시즌 2위' 삼성을 마주하게 된다. ⓒ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곽빈과 김민규를 차례로 선발로 기용한 김태형 감독은 정규시즌 최종일 선발투수였던 최원준까지 엔트리에 합류시키면서 총력전을 선언했다. 외국인 투수 없이 엔트리를 꾸려야 하는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결과적으로 최원준이 나올 일은 없었다. 다만 두 경기 연속으로 필승조를 가동하는 등 과감한 투수교체로 상대를 압박했다. 2차전서 좌타 라인을 상대로 우완 사이드암 한현희를 두 번째 투수로 꺼낸 이후부터 와르르 무너진 키움의 홍원기 감독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3판 2선승제로 진행된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1차전, 5회초 무사 1루서 번트를 시도한 정수빈이 비디오판독 끝에 아웃되자 곧바로 덕아웃에서 뛰쳐나왔다. 원래대로라면 판정에 대한 항의로 퇴장 조치되는 시나리오였는데 김태형 감독은 주심에게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면서 퇴장을 모면했다.

이를 덕아웃서 지켜본 LG 트윈스 류지현 감독도 그라운드에 나와 이 부분에 대해 긴 시간을 할애하면서 강력하게 어필을 이어나갔고, 그 사이 선발 수아레즈와 야수진의 발이 묶여있었다. 항의 시간보다 결과를 항의하기에 급급했던 상황이 지나가자 두산은 5회초에 한 점을 더 보태면서 확실하게 분위기를 잡았다.

필승조 기용 대신 추격조 기용으로 여유롭게 마운드를 운영한 2차전과 달리 3차전에서는 2회말부터 필승조 투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헤맨 상대 벤치를 완전히 흔들면서 일찌감치 승부의 추가 기울어졌다. 감독 커리어에 있어서 첫 번째 가을야구였던 홍원기, 류지현 감독은 쓴맛을 맛보며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 했다.

김태형호가 도전하는 두 가지 기록

연이어 '도장깨기'를 성공 중인 '김태형호'는 '잠실 라이벌' LG까지 꺾은 덕분에 한결 부담을 덜어냈다.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면서 많은 힘을 쏟아부었다. 지금부터는 말 그대로 '보너스 게임'이나 다름이 없다. 물론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결코 플레이오프에서 시즌을 끝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

두산은 9일부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를 소화한다. 준플레이오프와 똑같이 3판 2선승제로 열리기 때문에 1차전을 잡는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최원준과 뷰캐넌의 선발 맞대결로, 두 팀 모두 선발투수 예고를 통해 기선제압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4위 팀의 기적을 써 내려간 두산이 삼성마저 넘게 된다면 두 가지 기록을 새롭게 쓴다. 우선,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후 첫 번째 4위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간 2016년 LG 트윈스, 2017년 NC 다이노스, 2018년 키움 히어로즈 모두 한국시리즈로 향하지 못한 만큼 '4위 팀 징크스'를 깰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두 번째 기록은 7년 연속 한국 시리즈 진출이다. 지금껏 6년 연속으로 가장 높은 무대로 향한 팀(2007~2012년 SK 와이번스, 2010~2015년 삼성 라이온즈)은 있어도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팀은 전무했다. 두산의 바람대로 시리즈가 원활하게 흘러간다면 팀도, 김태형 감독도 KBO리그의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된다.

정규시즌 2위 팀 전력 답게 투-타 모두 만만치 않은 팀인 반면, 삼성을 진두지휘한 허삼영 감독도 홍원기, 류지현 감독과 더불어 올 시즌 전까지 단기전 경험이 없다는 게 변수가 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여우 같은 곰'으로 변신할 준비를 마친 김태형 감독의 탄력적인 팀 운영이 플레이오프에서도 위력을 뽐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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