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나라 출산율이 0.84명을 기록했다. 이는 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61명이고 1명 미만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사실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왜 문제가 지속되는 걸까?
 
지난 10월 24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정말입니까? 46조 원' 편이 방송되었다. 서울 시내에서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된 학교 이야기로 시작한 이 날 방송은 저출산의 문제의 원인을 짚어보고 한 해 저출산 예산이 46조 원이 어디에 쓰이는지 조명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6일 '정말입니까? 46조 원' 편 취재한 김태형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지난달 24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정말입니까? 46조 원' 편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번에 취재하면서 우리나라가 아이 키우기 힘든 나라라는 거 많이 느꼈습니다. 내년 초에 대선이 있는데 각 대선 캠프마다 저출산 문제를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저출산 문제를 취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실 이게 한 2년 전 데이터 저널리즘 팀에 있을 때부터 해 보고 싶었던 아이템이었어요. 저출산 문제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고, 저출산 예산도 해마다 나오는데 그 내용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단편적인 보도만 나와서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시작을 했고요. 이번에도 예산 내용을 엑셀 파일에 넣어서 나름대로 데이터 분석해서 기사를 작성하게 됐습니다."

- 서울에 폐교가 있다고는 생각 못 했는데요. 저출산 문제를 피부로 느끼게 해 주었어요.
"저도 서울에 폐교된 초등학교가 있는지 몰랐다는 얘기를 몇 분한테 들었습니다. 작년 봄에 폐교된 학교인데 서울에서 공립초등학교 가운데는 처음이에요. 당시 보니까 기사를 쓴 데도 있고 안 쓴 곳도 있어서 사람들이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가서 보니까 저희 방송에도 나왔지만 학교가 비어 있잖아요. 그러나 전철역도 가깝고 교통이 좋은 편이에요."

- 학교가 있던 위치가 서울의 변두리가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변두리라 할 순 없죠. 그 바로 옆에 큰 마트도 있고 대형 상가 건물도 있고 무엇보다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있습니다. 다만 그 주변에 한 2·30년 전에 학교를 많이 만들었대요. 그때만 해도 인구가 늘어나서 학교를 많이 만들었는데 인구가 더 이상 늘지 않고, 학생 수는 오히려 줄고 있는 것이죠. 당시 폐교할 때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나 동네에서 학생 수가 부족한 학교가 이곳뿐이 아닌데 왜 굳이 폐교까지 해야 하냐고 반대가 많았다고 해요."

-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김영석 관장의 가족 이야기로 시작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일반 회사원들은 일하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실감하기 쉽지 않거든요. 근데 학생 수가 줄어드는 걸 제일 쉽게 느낄 수 있는 데가 학교잖아요. 학교가 아닌데 학생 수 감소를 느낄 수 있는 데가 어디일까 생각해 보니까 태권도장이 떠올랐어요. 초등학생들이 태권도장에서 운동을 많이 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여기저기 연락했고 그중에 김영석 관장과 연락이 되었는데 마침 자녀가 세 명으로 다자녀 가정이고 또 아이들이 중학생과 초등학생으로 너무 어리지도 않았죠. 그래서 다자녀 가정 얘기도 들을 수 있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태권도장의 어려움 얘기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 김영석씨 사례를 소개하게 됐습니다."

- 김영석씨는 자영업자잖아요. 육아휴직 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렇죠. 본인이 쉬게 되면 도장이 쉬게 되는 거니까요. 육아휴직을 쓸 수는 없죠. 일반 회사원들이 육아휴직을 1년 쓰면 매달 100만 원 안팎이라도 꾸준하게 지원을 받잖아요. 그런데 김영석 관장 같은 경우는 본인이 쉴 수는 있지만, 그러면 태권도장에서 자신이 하던 일을 대신할 누군가를 또 써야 하잖아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죠. 김영석 관장도 17년 전 태권도 체육관 문을 연 이래, 사실상 휴직 없이 계속 일을 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이런 분들은 육아휴직 이야기가 나오면 나와는 관계없는, 다른 나라 얘기처럼 느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 일반 회사원의 경우,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급여가 충분하지 않아 일찍 끝내고 복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일반 회사원들의 경우 1년을 쓸 수 있는데,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되면 어쨌든 자기가 평소 받던 월급만큼은 못 받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가정에서는 먼저 회사에 복직하는 거죠. 안타까운 현실인데 그런 걸 줄이려면 육아휴직급여를 조금 더 올려줘야 되겠죠. 하지만 그렇게 올려 주려면 또 재정에 부담이 되잖아요. 또 하나는 제가 말씀드린 거처럼 육아휴직을 아예 못 쓰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분들에 대한 지원은 등한시하고, 육아휴직급여만 계속 올려 주는 게 바람직한 거냐는 질문을 할 수가 있는 거죠. 그래서 이게 어려운 문제라 할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혜택을 아예 못 받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이에요."

- 60·70년대에 우리나라 출산율이 높았다가 80년대 이후부터 점점 떨어졌잖아요. 산아제한 정책이 영향을 미친 걸까요?
"60년대 우리나라 출산율 높았던 이유는 베이비붐 세대 등장이 큰 원인이었고요. 60년대 만 해도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유명한 표어가 있었죠. 70년대에 조금씩, 조금씩 출산율이 떨어지다가 80년대 또 크게 낮아졌죠. 사실 OECD 대부분 나라가 낮은 출산율 고민을 하고 있고요. 그러나 출산율이 낮다 해도 한국만큼은 아닌 거죠. 우리나라는 유난히 출산율이 낮은 건데 출산율 낮은 이유는 굳이 원인을 찾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키우려면 집이 있어야 되고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야 되잖아요. 안정적인 소득이 있으려면 안정적인 직장이 있어야 되고 안 그래도 높았던 집값이 지금은 엄청나게 뛰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죠. 그러다 보니까 아이 키우기가 힘든 거죠. 아이 키우기 너무 힘든 상황이 되다 보니까 출산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유럽 국가들, 아동수당 만 15세 이상도 지급"

-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요?
"미국은 경우가 좀 다른 것 같고요. 유럽 나라들을 포함해 OECD 나라들 보면 아이가 있는 가정에 지원을 많이 하죠. 방송에서 얘기했지만 DECD 회원국이 한국 포함해서 38개 나라인데 29개 나라에서 아동수당을 만 15세 이상에도 지급 해요. 그런데 한국은 지금 출산율이 꼴찌인데 아동 수당 지급을 만 7세까지 하거든요. 6세 11개월까지 10만 원을 받다가 만 7세가 되면 아동수당 지급이 끊기는 것이죠. 그게 대략 초등학교 1학년 정도죠. 여러 어머니, 아버지하고 얘기해 보니까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서 학용품도 사야 하고 이것저것 돈 들어가는 데가 늘어나는데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저출산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시나요.
"일단 안정적인 직장과 집도 필요하지만 아이 키우려면 손이 되게 많이 가잖아요. 예를 들면 아이가 태어나서 만 3살 될 때까지는 누군가가 계속 24시간 거의 옆에 있어 줘야 되는데 지금은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다 보니까 엄마·아빠의 손만으로는 힘든 거죠. 또 어린이집 등·하원 문제 갖고도 고민하는 분들, 걱정하는 분들 되게 많이 봤고요. 또 하나는 갑자기 어디 일이 생겨서 밖으로 나갈 때 아이를 누군가한테 맡겨야 되는데 맡길 사람이 없어서 걱정하는 순간도 많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부모님한테 의지하는 경우도 많고요. 안 그러면 급할 때 아이 봐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지금도 아이 돌봄 관련 여러 제도는 있지만, 부모님들은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끼니까 문제이고요.

또 하나는 중앙정부는 재정 지원에 힘을 쏟는 게 맞는 것 같고요. 중앙정부의 기본 역할 말이에요. 예를 들어 아동 수당처럼요. 지방자치단체는 현금성 수당을 지급하는 일보다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아니면 돌봄 서비스 등 아이 돌봄과 관련된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펼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맞지 않나 해요. 취재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혼재된 느낌을 받았는데 중앙 정부가 할 일과 지방정부가 할 일을 나눠서 역할 분담 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국의 저출산 예산을 살펴보면, 간접 지원 비율이 높더라고요.
"현재 저출산 예산의 절반 정도가 주거 관련 예산이거든요. 예를 들면 주택구입과 관련된 대출 지원 전세금 관련된 대출 지원이 10조 정도 되고, 행복주택 같은 공공주택도 비슷한 정도입니다. 주거 관련 예산이 절반 정도 차지하는 걸로 나오더라고요. 물론 주거 관련 예산도 중요한데 요부분이 저출산 예산으로 들어와야 되는 거냐에 대한 사람들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저출산 예산의 범위를 너무 넓게 보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는 거죠. 이처럼 주거 관련 예산이나 고용 관련 예산, 기타 등의 예산이 저출산 예산에 포함돼니까 자연스럽게 간접지원 비율이 높아지는   거죠. 이런 예산 빼면 직접 지원 예산 비율은 40%가 안 되는데, 사실상 저출산 예산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많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죠."

- 그럼 직접 비율을 높여야 할까요?
"직접 지원 비율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죠. 그래야 사람들이 저출산 예산에 대한 체감을 더 많이 할 테니까요. 지금 계속 나오는 얘기가 '저출산 예산을 한 해에 수십조를 쓰는 데 왜 체감하기 힘드냐'는 거잖아요. 그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간접 지원 비율이 높기 때문이거든요. 저출산 예산이 많아 보이는 착시현상을 줄여야 저출산 예산에 대한 체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출산과 상관없는 사업도 저출산 예산에 포함된 거 같던데요.
"일부이긴 하지만 그런 예산이 들어 있다고 봐야겠죠. 프로그램에도 나왔지만, 웹툰융합센터 건물을 예로 들어 보면요. 저는 부천시가 예전부터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 계속 투자를 해온 도시이고 문화 쪽 관련해 지원도 많이 한 도시이기 때문에 웹툰융합센터 건물 짓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예산까지 저출산 예산에 포함시켜서 저출산 예산 덩치만 키우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취재 중에 농담처럼 그런 얘기도 했어요. 이런 식으로 따지면 보도블록 까는 것도 저출산 예산에 포함시켜야 되는 거 아니냐고요. 보도블록 깔면 유모차 다니기 편해지니까요. 넓게 보면 저출산 예산 아닌 게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예산이란 게 결국 시민을 위해서 쓰는 거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저출산 예산 아닌 게 없는 거죠. 그래서 외국 같은 경우는 '패밀리 베네피트(family benefits)', '가족급여'라고 해서 진짜 아동복지·가족복지 관련된 것만 집중적으로 보거든요. 한국도 그래야 해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내용이 있다면.
"취재하면서, '저출산 예산'이라고 계속 쓰는 게 적절한 일인가 의문도 들었습니다. 실제 학계에서도 살펴 보면 '저출산 예산'이란 표현을 사실상 한국에서만 쓰고 있어요. 저출산 예산이란 표현에는, 예산 투입을 더 많이 하면 출산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개념이 들어 있던 셈인데, 이게 옛날 사고방식이라는 거죠. 정부 재원 투입을 늘리기만 하면 출산율이 높아질 거라는 사고방식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는 거라고 해요. 저도 일리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까 해마다 저출산 예산을 계속 늘려야 되는 거죠. 왜냐하면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출산 예산을 쉽게 늘리는 방법이 있어요. 이것 저것 항목을 늘리는 방법을 쓰는 거죠. 저출산 예산의 항목을 늘려서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대출금도 집어 넣고, 웹툰 사업도 넣고, 그렇게 저출산 예산을 계속 늘려나가는 거죠.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그러면 또 항목을 늘리고, 악순환이라고 할 수가 있죠. 그 결과가 뭐냐면 저출산 예산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는 거예요. 그러니, 서류상의 저출산 예산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우리가 그래도 저출산 예산은 계속 늘리고 있다고 만족을 해야 되는 건지, 생각해봐야 하는 거죠."
김태형 시사기획 창 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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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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