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통합우승의 기쁨은 잊혀진 지 오래다. 디펜딩 챔피언의 운명이 단 1년 만에 바뀌고 말았다.

NC 다이노스는 28일 오후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더블헤더에서 1무 1패를 기록, 단 한 경기도 따내지 못했다. 집중력만 발휘했다면 두 경기를 내리 잡을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았다.

같은 시각, 인천에서 5위 SSG 랜더스가 4위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면서 SSG와 NC의 격차가 2경기 차까지 벌어졌다. 극적인 5위 탈환을 위한 경우의 수가 모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SSG가 1경기, NC가 2경기를 더 치러야 하지만 SSG가 지고 NC가 2연승을 거두더라도 순위를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홈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수원 원정에서 NC의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홈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수원 원정에서 NC의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 NC 다이노스

 
시즌 초부터 위태로웠던 NC

올초만 하더라도 NC는 무난하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던 팀 중 하나다. 나성범이 팀에 남게 됐고, 전력 누수라고 할 수 있는 요인도 딱히 없었다. 그나마 걸리는 게 한 가지 있었다면, 바로 선발 투수 구창모의 합류 시기였다.

지난 시즌 정규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마운드의 핵심 전력이었던 구창모는 더딘 재활 속도 속에서 결국 정규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루친스키와 파슨스, 구창모까지 안정감 있는 3선발을 구축하려던 NC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에이스' 루친스키가 분전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송명기와 신민혁, 김영규 등 대부분의 국내 선발 투수들이 부진했고, 일부 주축 타자들을 제외하고는 타선의 흐름도 원활하지 않은 편이었다.

결정적으로 NC를 흔든 것은 바로 지난 7월에 알려진 '외부인과의 술자리 파문'이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권희동, 박민우, 박석민, 이명기까지 순식간에 네 명의 주전급 야수가 이탈했다. 후반기를 맞이하면서 급한대로 퓨처스에서 뛰던 야수들을 호출하기도 했으나 '잇몸 야구'는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특히 지난 달 추석 연휴를 포함한 기간 동안 8연패로 완전히 동력을 잃었고, 10월 들어서 이를 만회할 모멘텀을 만들지 못했다. 10월에 있었던 세 차례의 더블헤더는 매번 적어도 1패 이상 기록하는 등 좀처럼 치고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가능성과 과제 모두 드러낸 NC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68경기 29승 7무 32패 승률 0.475로, 전체 7위다. 전반기(74경기 37승 2무 35패 승률 0.514, 전체 5위)에 비하면 승률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힘없이 무너지진 않았다. 버틸 수 있는 데까진 최대한 버텼다.

최정원, 김기환, 김주원 등 부쩍 출전 기회가 늘어난 젊은 야수들이 성장하는 시간이었고, 전반기에 아쉬웠던 국내 선발 투수들도 분발하는 모습이었다. 시즌 도중 FA 계약으로 전력에 가세한 마무리 이용찬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주전과 백업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했고, 이용찬을 제외한 나머지 불펜 투수들의 부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러다 보니 마무리 투수가 등판하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했을 뿐만 아니라 이용찬에게 가중되는 부담감도 커져만 갔다.

우선 29일부터 이틀간 공동 선두에 오른 삼성 라이온즈와의 마지막 홈 2연전을 소화해야 한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는 결정됐어도 홈 팬들과 호흡하는 마지막 시리즈이자 선두권 팀들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허무하게 경기를 내줄 순 없다.

최종적으로 정규시즌 일정이 끝나면, 그때부터 곧바로 2022시즌을 위한 구상에 들어가야 한다. 나성범과의 FA 계약과 외국인 선수 재계약 여부 등 스토브리그에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 이제 NC는 디펜딩 챔피언이 아닌, 도전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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