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가을의 기적을 꿈꾸었던 두산 베어스의 발걸음에 제동이 걸렸다.

두산은 22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6-12로 패배했다. 전날에 이어 또 덜미가 잡힌 두산은 SSG와의 승차가 완전히 사라졌고, 승률에서 밀려 5위로 추락했다.

8위 롯데 자이언츠까지 무려 5개 팀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중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고,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되기는 하다. 다만 함께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에게 이틀 연속으로 무기력하게 패배했다는 점은 다소 뼈아프게 느껴진다.
 
 10월 한 달간 긴 침묵을 이어온 4번 타자 김재환의 방망이가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10월 한 달간 긴 침묵을 이어온 4번 타자 김재환의 방망이가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박건우 제외하면 제 역할 해주는 타자가 없다

전날 선발 최원준에 이어 이날 선발 박종기 역시 경기 초반을 버티지 못하고 일찌감치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이미 선발 싸움에서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경기 중반 이후 대역전극을 꿈꾸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선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2연전이었다. 21일에는 경기 내내 상대 선발 윌머 폰트에게 끌려다니면서 1점을 뽑는 데 만족해야 했고, 이튿날에는 이미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 중반부터 추격에 나서긴 했으나 나간 주자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점수를 생산하지 못했다. 이틀간 두산이 적립한 잔루는 총 18개였다.

사실 타선의 이러한 흐름은 10월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10월 팀 타율 0.246(7위), OPS 0.656(8위), 홈런 6개(9위) 등 주요 공격 지표에서 하위권에 머무르는 중이다. 사실상 FA를 앞두고 있는 박건우(10월 타율 0.373 OPS 0.933) 정도를 제외하면, 타선에서 제 역할을 해 주는 타자가 한 명도 없었다. '집단 부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2년 전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타자들이 모두 부진의 늪에 빠졌다. 또 다른 FA 외야수 김재환(10월 타율 0.175 2홈런 OPS 0.670)이 4번 타자로서의 위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쏠쏠한 활약을 펼치던 박계범(10월 타율 0.156 OPS 0.451)의 흐름도 주춤하다. 허경민, 강승호, 김재호 등 대부분이 침묵 중인 내야진은 사실상 초토화된 상태다.

단지 한 두 명의 문제라면 라인업에 어느 정도 변화를 주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 현재 두산 타선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SSG처럼 타선의 흐름이 좋은 팀들을 만나면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6년 연속으로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도 부임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6년 연속으로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도 부임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운명의 일주일, PS 진출 여부 놓고 갈림길에 선 두산

예년에 비해 전력 면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많은 것도 부정하기는 어렵다.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이 부상으로 일찌감치 한국을 떠나게 됐고, 시즌 초반 불펜의 한 축을 맡았던 박치국 역시 시즌 도중에 전력에서 이탈했다. 더구나 옆구리가 좋지 않아 엔트리에서 말소된 양석환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그 여파가 고스란히 팀 성적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이번 주말 더블헤더를 포함한 LG 트윈스와의 3연전까지는 양석환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눈에 띄는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번 시리즈마저 LG에게 내준다면 5위 자리 사수마저 위험해진다. 그렇게 된다면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또 한 가지, 25일을 제외하면 최종일까지 숨을 고를 시간이 없다는 것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LG와의 3연전에 이어 26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맞대결, 27~28일 SSG와의 원정 2연전 결과에 따라서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원정 경기로 치러지는 29일 KIA 타이거즈전과 30일 한화 이글스전 역시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지난해와 다르게 플레이오프, 준플레이오프가 최대 5경기에서 3경기로 줄어들면서 정규시즌을 1위로 끝내지 않더라도 충분히 업셋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홈 어드밴티지와 더불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승만 기록해도 준플레이오프로 진출하는 4위가 2연승의 부담감을 이겨내야 하는 5위보다 유리한 것은 여전하다.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두산이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은 따놓은 당상이었던 1~2주 이전의 분위기는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라클 두산이라는 말은 옛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지금, 이들에게 반전의 계기가 찾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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