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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운군이 다니던 여수해양과학고가 작성한 현장실습 프로그램 계획서.
 홍정운군이 다니던 여수해양과학고가 작성한 현장실습 프로그램 계획서.
ⓒ 여수해양과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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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의 현장실습 업체에서 잠수 작업 도중 사망한 홍정운군이 다니던 여수해양과학고가 실습기간 중 학생들의 업무를 규정한 '현장실습 프로그램'(현장실습 계획서)을 업체에 공유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프로그램이 전시용일 뿐이란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관련기사 '잠수작업' 사망 실습생 학교, '잠수기술' 때문에 적합한 업체 판정? http://omn.kr/1vj7l)

'입문교육 21시간' 계획 등 업체에 전달하지 않다니

20일,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관련 공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보면 실습기업과 같이 개발해야 하는 홍군의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단독으로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당 직업계고는 이 프로그램을 실습기업과 공유하지도 않았다.

현행 직업교육관련촉진법 제8조와 교육부의 현장실습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직업계고가 현장실습업체를 선정할 때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의 적절성 등을 고려해야 하며, 실습기업과 학교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상호 협의해 구성"해야 한다.

<오마이뉴스>가 홍군의 '현장실습 프로그램 구성 및 운영 계획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이 A4 용지 4장 분량의 문서에는 홍군의 실습과제, 교육내용, 실습시간 등이 적혀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입문교육을 21시간에 걸쳐 진행하고, 모터보트 조종, 항해장비 운용, 보트기관 관리 등의 실습을 진행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 잠수 작업은 없었다.

하지만 여수해양과학고는 실습업체와 상의 없이 홍군의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나마 이 프로그램을 업체에도 전달하지 않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조사 결과 이 학교는 현장실습운영위에 외부위원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데도 참여시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와 현장실습표준협약서를 작성하면서도 현장실습 초기 적응기간, 집체교육훈련 시 휴식 시간 등을 빈칸으로 놔둬 부실을 드러냈다.

심지어 이 학교는 현장실습관리시스템(hi-five)에 해당 업체를 등록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학생의 실습일지도 작성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실습업체 또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이 업체는 현행 직업교육훈련촉진법과 근로기준법상 잠수가 불가한 18세 미만 학생인 홍군에게 잠수 작업을 시켰고, 안전·보건 교육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해진 실습시간 또한 지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해마다 11월에 실시하는 현장실습 전수조사를 10월말부터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현장실습 중인 현장실습생 보호를 위해 오는 20일부터 중앙과 17개 시도 취업지원센터에 '현장실습 신고센터'도 긴급 설치하기로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며 학생 안전을 위한 제도와 규정이 현장에서 준수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직업계고는 584개교가 있으며 7만9000여 명(마이스터고, 일반계고 직업계열 포함)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고3 학생 규모는 2020년 기준 31%로 8100여 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교조는 지난 19일 전남 여수 실습생 사고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교조는 지난 19일 전남 여수 실습생 사고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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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 폐지' 요구에 교육부 "생각하고 있지 않아"

한편, 전교조는 지난 19일 오후 2시 전남 여수 사고현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면 현장실습을 폐지해야 한다. 안전한 현장실습은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불가능하다"면서 "현장실습이 교육과정에 반드시 필요하다면 안전한 현장실습처를 정부가 제공하지 않으면 현실에서 존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도 있기 때문에 교육부로서는 현장실습제 폐지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태그:#현장실습생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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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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