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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한자를 사용한 기사
 토막 한자를 사용한 기사
 
"韓, 文, 美, 中, 與, 野, 發, 李"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등 중앙 일간지뿐만 아니라 대다수 지방 신문들, 특정 전문지 등 많은 언론이 아직도 쓰고 있는, 버리지 못하는 토막 한자들이다.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한글 전용을 표방하고 실천하는 신문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언론이 그렇다고 보아도 될 정도이다.

언론만 쓰는 토막 한자

'토막 한자'라 부른 것은 이런 한자들이 온전한 한자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약어로 보기도 어려운, 그야말로 기자들과 언론 편집부의 자의적 편의 때문에 마구잡이로 쓴 한자들이기 때문이다. 한자 장점을 살린 것 같지만, 실상은 가장 게으른 언론 글쓰기 전형을 보여주는 무책임한 예들이다.

이런 토막 한자는 의외로 폭이 넓다. 첫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호와 대통령 이름(韓, 文)부터 각 나라 이름(美, 中) 등 고유명사에 집중되어 있다. 둘째는 여당, 야당을 나타내는 '與, 野' 등의 정치 용어가 있다. 셋째는 특정 정치인들 이름을 나타내는 '李(이재명)', '洪(홍준표)' 등이 있다. 셋째는 '前'과 같은 접두사, "문케어發, 만취女"와 같은 접미사식 사용, '경기南경찰청장'과 같이 섞어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런 토막 한자의 가장 무책임한 사용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나라 이름과 대통령 이름조차 대한민국 공용문자(한글)로 적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라 이름과 대통령 이름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나라의 국격이나 자긍심을 보여주는 또는 상징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공용문자로 적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당연히 국어기본법 위반이기도 하다. 국어기본법 제14조는 "공공기관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문자를 쓸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도 넓은 의미의 공공기관이므로 당연히 이 규정에 따라야 한다. 언론은 넓은 의미의 공공기관이다.

둘째는 한글 전용이 주는 역사적 가치와 효용성을 거부하여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 등에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마치 대한민국도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 써야 한다는 오해를 준다.

한글 전용은 세종 때부터
 
한글전용의 뿌리 <월인천강지곡>(왼쪽)과 최초 한글전용 언론 <독립신문> 창간호.
 한글전용의 뿌리 <월인천강지곡>(왼쪽)과 최초 한글전용 언론 <독립신문> 창간호.
 
우리나라 한글 전용 역사는 당연히 세종대왕이 해례본 간행(1446년) 직후에 지어 직접 펴낸 <월인천강지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에서 세종은 한자어의 경우 한자를 병기하되 한글을 한자보다 세 배 가까이 크게 앞세워 표기했기 때문이다.

이런 전통에 힘입어 고종은 한글을 한자보다 더 중요한 주류 공식문자로 쓸 것을 1894년에 내각에 지시하고 1895년에 온 나라에 선포했다. 이런 선언에 힘입어 1896년에 최초의 한글 전용 신문인 독립신문이 나왔지만 이후에 한자 혼용을 부추기는 일제 지배를 받게 된다. 북한은 1947년부터 한글 전용을 단행했으나 남한은 1988년 국민 모금에 의한 한겨레신문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한글 전용 언론 시대를 열게 되었다.

공문서에서는 1948년 한글전용법이 통과되었으나 실제 그렇게 되지는 못하고 2005년 국어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온전한 공공문서 한글 전용 시대를 열게 되었다. 이제 국어기본법이 시행된 지 15년이 흘렀지만, 대다수 언론이 국어기본법을 지키지 않거나 무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언론이 국어기본법을 어기면서까지 토막 한자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이런 한자를 고집하는 언론이 보수 언론이다 보니 한자가 주는 보수의 상징성을 들 수 있다. 아니면 주로 제목에 쓰이다 보니 짧게 쓸 수 있는 한자가 주는 기호로서의 효율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나 이는 한자를 모르는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기에 의미가 없다. "韓 LNG선 싹쓸이에 佛가 웃는 이유…5%가 로열티로 샌다_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_2021.10.18.(온라인)"에서는 '프랑스' 대신 지금 거의 쓰이지 않는 '佛蘭西(불란서)'까지 동원해 쓰다 보니 정작 중요한 조사는 틀리고 말았다.

언어는 인권이요 배려요 소통이다. 토막 한자를 남용하는 것은 이런 언어의 기본 상식과 원칙에 위배된다. 쉽고 정확한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모든 공공기관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이제는 토막 한자 대신 누구나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표현을 써야 한다.

* 토막 한자를 사용한 기사 예시 *

野 이재명 '조폭유착설' 오폭?..경기南경찰청장, 제보자 "국제마피아파 아냐"
김태은 기자 입력 2021. 10. 18. 22:55 

韓 LNG선 싹쓸이에 佛가 웃는 이유…5%가 로열티로 샌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_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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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슬옹님은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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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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