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투수전 속에서도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선수는 따로 있었다. 주전 유격수로 거듭난 박성한(SSG 랜더스)이 그 주인공이다.

SSG는 9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2-0으로 영봉승을 거두었다. 플레이볼 선언 이후 2시간 31분 만에 승패가 결정될 정도로 빠르게 경기가 진행됐다.

양 팀 통틀어 안타는 6개, 사사구는 7개에 불과했다. 투수들은 호투 릴레이를 이어간 반면, 타자들의 침묵을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에 비해 유일하게 멀티히트 활약을 펼친 박성한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SSG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 중인 박성한이 9일 롯데전서 상대 선발 이승헌으로부터 결승 솔로포를 뽑아냈다.

SSG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 중인 박성한이 9일 롯데전서 상대 선발 이승헌으로부터 결승 솔로포를 뽑아냈다. ⓒ SSG 랜더스


박성한의 장타 두 방 없었다면 SSG의 승리도 없었다

유격수 겸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박성한은 첫 타석부터 대형 아치를 그렸다. 이승헌과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 패스트볼을 그대로 잡아당겼고, 우측 담장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공을 낚아채려던 롯데 우익수 손아섭이 점프를 시도했지만, 잡을 수 없는 타구였다. 지난 8월 15일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 이후 두 달 가까이 홈런과 인연을 맺지 못한 박성한은 정확히 55일 만에 홈런포를 가동했다.

그의 불방망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5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박성한은 다시 한 번 이승헌의 패스트볼을 공략했고, 좌중간으로 향하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홈런에 이어 2루타까지 기록하면서 2개의 장타로 이승헌을 괴롭혔다.

박성한은 후속타자 이현석의 희생번트 때 한 베이스를 이동했고, 이어진 김찬형의 타석 때 이승헌의 폭투로 홈을 밟았다. 이 점수가 SSG의 두 번째 득점이자 마지막 득점이 됐고 더 이상 추가 득점도, 실점도 나오지 않은 채 경기가 그대로 마무리됐다. 

선발로 등판한 조영우가 지난해 9월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378일 만에 QS(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이대호의 안타를 저지한 최지훈의 다이빙캐치 등 수비에서의 도움도 따라주었다. 그러나 박성한의 장타 두 방이 터지지 않았다면 SSG는 기분좋게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5회말 상대 선발 이승헌의 폭투 때 홈을 밟은 박성한이 사실상 이날 팀의 모든 득점에 관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5회말 상대 선발 이승헌의 폭투 때 홈을 밟은 박성한이 사실상 이날 팀의 모든 득점에 관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 SSG 랜더스


공-수 능력 두루 갖춘 박성한, SSG 유격수 고민 마침표

2000년대 후반 이후 SSG의 주전 유격수 자리는 줄곧 나주환의 몫이었다.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김성현이라는 뉴페이스가 등장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심지어 2016시즌을 앞두고서는 유격수 수비가 가능한 외국인 타자 헥터 고메즈를 영입할 정도로 생각보다 주전 유격수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메즈가 떠난 이후에는 여전히 기존 멤버들이 유격수를 소화했으나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민은 진행형에 가까웠다. 그리고 올해, 단 한 시즌 만에 팀의 고민을 말끔하게 씻어버린 선수가 바로 박성한이었다.

힐만 감독 시절에는 1군에서 크게 기회를 받지 못하다가 상무를 다녀오고 나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9월 2일 1군에 콜업돼 정규시즌이 끝날 때까지 쭉 1군 선수단과 동행했고, 교체로라도 그라운드를 꾸준하게 밟았다.

올초 제주도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고, 김원형 감독은 박성한에게 적잖은 기회가 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로 정규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합류한 박성한은 공-수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10일 현재 박성한의 유격수 수비 이닝은 879.2이닝으로 리그 전체 유격수 가운데 마차도(962.1이닝), 박찬호(956.1이닝), 심우준(937이닝), 오지환(909.2이닝)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이닝을 뛰었다. 21개의 실책이 결코 적은 개수가 아니지만, 풀타임 유격수로 뛰는 첫 시즌인 점을 고려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 중이다.

wRC+(조정 득점 생산력)에 있어서 올 시즌 이전까지 최근 10년간 SSG 유격수 중에서 평균이라고 볼 수 있는 100을 넘긴 야수가 한 명도 없었다. 박성한의 wRC+는 109.2로, 규정타석에 진입한 리그 전체 유격수 중 가장 높다.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 능력도 갖춘 박성한의 상승세가 실낱같은 희망을 바라보는 SSG를 가을야구로 이끌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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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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