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축구 선수들의 월드컵 격년 개최안 반대 성명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여자프로축구 선수들의 월드컵 격년 개최안 반대 성명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여자 축구 선수들이 '월드컵 격년 개최안'에 공개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유럽 10개국 여자 프로축구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은 공동 성명을 내고 월드컵이 격년으로 열리면 여자축구의 성장에 근본적인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한국시간으로 5일 AP, BBC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성명에는 지소연(첼시), 조소현(토트넘) 등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FIFA의 계획대로 남녀 월드컵이 격년으로 열린다면 남자축구 일정이 복잡해지면서 여자축구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고 성장세도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2년마다 월드컵이 열리면, 그만큼 경기 횟수가 늘어나면서 여자 선수들의 신체 및 정신 건강에도 해로운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저개발국가 여자축구 대표팀은 A매치 상대를 찾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축구 발전에 열린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라며 "여자축구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은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월드컵 격년 개최, 이해 당사자들의 첨예한 대립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축구 산업의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4년 주기로 열리는 월드컵을 2년마다 개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FIFA의 글로벌축구개발팀을 이끌고 있는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은 "월드컵을 2년마다 치르는 대신 예선 기간을 줄인다면 경기 수는 늘지 않고 오히려 휴식 기간이 늘어난다"라며 "선수들도 장거리 이동을 줄일 수 있어 소속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홈 앤드 어웨이' 일정으로 치러지는 예선 경기를 줄이고, 한 곳에서 열리는 본선을 늘린다면 시즌 도중 선수들이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피로와 시차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에 알렉산데르 체페린 회장은 "월드컵이 2년마다 열리면 권위가 떨어지고, 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며 "월드컵이라는 보석이 높은 가치를 유지해온 것은 (4년마다 열리는) 희귀성 때문"이라고 반대했다. 

또한 월드컵이 2년마다 열릴 경우 하계 올림픽과 개최 기간이 겹치게 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FIFA가 돈벌이를 위해 월드컵 개최 횟수를 늘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FIFA는 지난달 16일 "다수의 축구팬이 월드컵이 더 자주 열리길 바란다"라는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월드컵 격년 개최안의 명분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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