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데 헤아를 제세동기에 비유한다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포기하지 않고 흉부 압박을 멈추지 않아 환자를 살려낸 의료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맨유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는 전반전에만 네 차례의 결정적인 선방을 기록한 것도 모자라 후반전에는 골 라인 바로 앞 몸 날려 쓰러진 상태에서도 기적처럼 팔을 내뻗어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냈고, 돌아온 맨유의 상징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추가 시간 5분도 다 되어 믿기 힘든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30일(목) 오전 4시 맨체스터에 있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2021-2022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비야레알 CF(스페인)와의 홈 게임에서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골키퍼와 골잡이, 둘 다 MOM

파란 하늘 위로 두 개의 태양이 뜰 수는 없지만 이번 게임은 예외로 둬야 할 듯하다. 골키퍼 데 헤아와 골잡이 호날두 두 선수 모두에게 MOM 미니 트로피를 줘야하는 게임이다.

지난 15일 스위스 베른에 가서 BSC 영 보이스에게 1-2로 패하고 돌아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번 홈 게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입장에 섰다. 그러나 지난 시즌 UEFA 유로파리그 챔피언 비야레알 CF의 조직력은 맨유가 감당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특히 아르나우트 단주마의 왼쪽 측면 역습 드리블과 슛 감각이 놀라웠다.

이에 맨유는 골키퍼 데 헤아의 슈퍼 세이브로 겨우 버텼다. 게임 시작 후 7분만에 단주마의 오른발 슛이 데 헤아의 몸쪽으로 날아온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3분 뒤 단주마는 한 번 더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첫 골을 노렸다. 하지만 데 헤아가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라 그 공을 잘 걷어냈다.

17분에는 알카세르의 방향 바꾸기 헤더 슛이 골문 바로 앞에서 날아왔지만 역시 데 헤아의 순발력은 최고였다. 전반전 종료 직전에도 예레미 피노의 낮게 깔리는 왼발 슛이 골문 구석으로 뻗어왔지만 다비드 데 헤아는 맨유의 골문을 내주지 않고 몸 날려 막아냈다.

하지만 다비드 데 헤아도 사람이기에 53분에 이루어진 비야레알의 기막힌 역습 연결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아르나우트 단주마가 비야레알 역습의 중심이었고 그의 오른발 아웃사이드 낮은 크로스가 골문 바로 앞으로 넘어왔다. 이 기회를 파코 알카세르가 타이밍 맞추어 미끄러지며 오른발로 차 넣은 것이다. 

맨유로 돌아온 최고의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이 실점 직후 동료들을 향해 포기하지 말고 다시 뛰자는 몸짓과 표정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 덕분인지 단 7분만에 멋진 동점골이 반대쪽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브루누 페르난데스의 오른쪽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풀백 알렉스 텔레스의 기막힌 왼발 발리슛이 빨려들어간 것이다.

이로 인해 올드 트래포드는 뜨거운 용광로로 변했다. 실망하던 7만3130명 홈팬들이 모두 일어나 절정의 순간을 정말로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비야레알 CF도 다시 조직력을 가다듬고 결승골을 노렸다.

86분에 비야레알이 추가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홈 팀 골키퍼 데 헤아의 세이브 능력은 변함없이 빛나고 있었다. 비야레알 후반전 교체 선수 모이 고메스의 낮게 깔리는 슛을 몸 날려 쳐낸 것도 모자라 바로 앞 보우라예 디아의 몸에 맞고 굴러들어가는 공을 향해 쓰러진 상태에서도 팔을 쭉 뻗어 막아낸 것이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데 헤아가 넘긴 덕분에 맨유는 오랜만에 올드 트래포드 극장을 구현해냈다. 왼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헤더로 떨어뜨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후반전 교체 선수 제시 린가드의 리턴 패스를 받자마자 슛 각도가 거의 없는 곳이었지만 과감하게 오른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14초, 맨체스터의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7만여 홈팬들이 열광했다.

이로써 맨유는 F조 최하위로 미끄러질 위기를 극복하고 3위 자리에 서서 10월 21일 아탈란타(이탈리아)와의 홈 게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2021-2022 UEFA 챔피언스리그 F조 결과(30일 오전 4시, 올드 트래포드 - 맨체스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2-1 비야레알 CF [득점 : 알렉스 텔레스(60분,도움-브루누 페르난데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90+5분,도움-제시 린가드) / 파코 알카세르(53분,도움-아르나우트 단주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AMF : 제이든 산초(75분↔네마냐 마티치), 브루누 페르난데스, 그린우드(89분↔제시 린가드)
DMF : 맥토미니, 폴 포그바(75분↔에딘손 카바니)
DF : 알렉스 텔레스(89분↔프레드), 린델뢰프, 라파엘 바란, 디오고 달롯
GK : 다비드 데 헤아

비야레알 CF 선수들
FW : 아르나우트 단주마, 파코 알카세르(58분↔보우라예 디아), 예레미 피노(73분↔모이 고메스)
MF : 마누 트리게로스(61분↔페르비스 에스투피냔), 에티엔 카푸에, 다니엘 파레호 
DF : 알베르토 모레노(74분↔루벤 페냐), 파우 토레스, 라울 알비올(73분↔아이사 만디), 후안 포이스
GK : 제로니모 룰리

챔피언스리그 F조 현재 순위
1 아탈란타 BC(이탈리아) 4점 1승 1무 3득점 2실점 +1
2 BSC 영 보이스(스위스) 3점 1승 1패 2득점 2실점 0
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3점 1승 1패 3득점 3실점
4 비야레알 CF(스페인) 1점 1무 1패 3득점 4실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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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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