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를 끝냈을 때만 하더라도 7위에 머무르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다. '저력의 팀' 두산 베어스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4위까지 점프했다.

두산은 22일 오후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8-0 대승을 거두며 5연승을 질주했다. 공동 5위 팀들과의 격차는 1.5경기 차로 벌어졌다.

지난 주말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추석 연휴에 치러질 네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순위권에 있는 팀들과의 맞대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선수단에게 전달한 것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시리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 선수들이 결과로 응답했다.
 
 SSG, 키움, NC를 차례로 끌어내리면서 4위까지 뛰어오른 두산의 행보는 정말 '기적'이나 다름이 없다.

SSG, 키움, NC를 차례로 끌어내리면서 4위까지 뛰어오른 두산의 행보는 정말 '기적'이나 다름이 없다. ⓒ 두산 베어스

 
순위권 팀 차례로 격파...중위권 경쟁서 치고 나간 두산

돌이켜보면 두산은 1일 KIA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를 끝으로 최근 3주 동안 중상위권에 있는 팀들을 연이어 상대했다. 이러한 부담 때문이었는지 9월 초 3연패에 빠지면서 한때 롯데 자이언츠와 공동 7위가 되기도 했다.

가을야구에서 점점 멀어지려던 그때, 선수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5일 삼성전부터 22일 NC전까지 11승 3무 1패로, 14일 kt 위즈전을 제외한 14경기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후반기 연장전 폐지가 두산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특히 지난 14~15일 kt 위즈전을 1승 1패로 마무리한 두산은 16~17일 SSG와의 2연전을 1승 1무로 장식하면서 6위 탈환에 성공했다. 불과 2주 전만 하더라도 2경기를 다 내줬던 SSG를 상대로 선전하면서 중위권 도약을 위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게 됐다.

그렇게 맞이한 추석 연휴에서 두산은 기적을 써 내려갔다. 9회초에 나온 김인태의 극적인 동점 적시타로 18일 키움전을 무승부로 끝냈고, 이튿날에는 '통산 100승 달성' 유희관의 호투에 힘입어 6-0 완승을 거두었다. 키움과의 2연전서 1경기도 지지 않은 덕분에 92일 만에 키움을 끌어내리고 5위로 올라섰다.

'디펜딩챔피언' NC와의 홈 2연전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이틀간 무려 안타 34개를 뽑으면서 20득점으로 NC 마운드를 폭격했고, 각각 21일과 22일 선발 투수로 등판한 최원준, 로켓이 6이닝을 깔끔하게 책임졌다. 5위 탈환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두산은 마침내 4위에 등극했다.

특히 '에이스' 미란다가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는 상황 속에서도 투수들과 타자들이 힘을 합쳐 일궈낸 성과였기에 더 값진 연승이었다. 한 두 명의 힘만으로는 '추석의 기적'이 결코 일어날 수 없었다.
 
 그 어떤 팀보다도 가을이라는 계절이 익숙하다. 남은 시즌 두산은 얼마나 승수를 더 챙길 수 있을까.

그 어떤 팀보다도 가을이라는 계절이 익숙하다. 남은 시즌 두산은 얼마나 승수를 더 챙길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늘 가을에 강했던 두산의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두산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매년 9월 성적을 들여다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2015년(7위, 25경기 11승 14패 승률 0.440)과 지난해(25경기 11승 1무 13패 승률 0.458)를 제외하고는 매 시즌 9월 승률 순위서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규시즌 개막이 한 달 넘게 미뤄진 지난해에는 10월 한 달간 23경기 16승 7패 승률 0.696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10월 승률이 가장 높았고, 정규시즌 최종전 승리로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는 김태형 감독과 해를 거듭할수록 경험을 쌓아가는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은 결과다. '미라클 두산'이라는 팀 컬러가 계속 이어질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때문이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느 팀에게나 위기는 찾아온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두산도 예외는 아니었고, 올핸 더더욱 그랬다. 결국 어느 팀이든 그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지 못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지만, 웬만한 위기를 다 겪어봤던 두산은 9월에 완전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8위 추락에 대해 걱정했던 두산은 23일 현재 4경기 차로 한 계단 위에 있는 LG 트윈스를 압박하고 있다. 다음주에 있을 맞대결을 포함해 LG와의 맞대결은 5경기가 남았다. 늘 가을에 강했던 두산의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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