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후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수도권 야구장은 여전히 무관중으로 경기가 치러지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야구 팬이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지방팀 홈구장으로 내려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마저도 전체 좌석의 30%만 입장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야구 팬들에게는 중계방송 시청이 유일한 대안이 됐다. TV로 보든, ott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청하든 반드시 방송사의 중계를 봐야 한다. 어느 때보다 중계방송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그렇다면 중계방송은 야구 팬들의 니즈를 100% 충족시키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최근 야구 중계방송에 대한 팬들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경기 상황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까지 전달해야 하는 해설위원은 팬들의 눈높이를 맞춰주지 못하고 있고, 시청률에 혈안이 된 방송사는 여전히 몇몇 인기 구단에 집중하기에 바쁘다. 경기가 끝난 직후 이어지는 야구 매거진 프로그램에서도 비인기 구단에 대한 무관심은 그대로 드러난다.
 
 KBO리그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선수들의 플레이, 리그의 질적 수준 등도 있겠지만 중계방송 역시 하나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KBO리그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선수들의 플레이, 리그의 질적 수준 등도 있겠지만 중계방송 역시 하나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 유준상

 
선수 출신이 대부분이지만... 장점 살리지 못하는 해설위원들

축구의 경우 비선수 출신 해설위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KBO리그 1군 경기를 중계하는 스포츠 전문 채널 4곳의 해설위원은 대부분 선수 출신 해설위원이다. 지도자 경험을 하다가 방송 도전에 나서기도 하고, 현역 은퇴 이후 야구 인생 2막의 시작점을 해설위원으로 잡는 야구인도 있었다.

선수 출신 야구인이 해설을 할 때 가장 큰 장점은 일반 팬 혹은 비선수 출신이 볼 수 없는 부분을 짚어낸다는 점이다. 직접 선수로 뛰면서, 지도자로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겪었던 것을 해설로 담아낼 수 있다. 현역 시절 인기가 많은 선수였다면 방송사 입장에서도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기회가 된다.

그러나 막상 중계방송을 듣고 있다 보면, 선수 출신 해설위원의 장점을 느끼기 어려운 때가 많다. 분석보다는 감이나 느낌 위주로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하고, 설명이 구체적이지 못할 때도 있다. 최근 야구 트렌드와 동떨어진 구시대적 이야기를 하는 해설위원들도 적지 않다. 자막으로 표기할 수 있는 간단한 기록을 그대로 읊고 별다른 이야기를 덧붙이지 않는 해설도 있다. TV나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팬들과 달리 현장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 이들이 현장감을 살리지 못하면, 시청자가 경기에 몰입하기 어렵게 된다. 알찬 정보도, 재미도 없다.
 
 지난 주말 60승 선착에 성공하는 등 올 시즌 그 어느 팀보다도 잘하고 있는 kt이지만, 비인기 팀이라는 이유로 순위가 낮은 인기 팀보다 관심을 덜 받고 있다.

지난 주말 60승 선착에 성공하는 등 올 시즌 그 어느 팀보다도 잘하고 있는 kt이지만, 비인기 팀이라는 이유로 순위가 낮은 인기 팀보다 관심을 덜 받고 있다. ⓒ kt 위즈

 
비인기 구단에 대한 외면... 방송사 '편식'은 심해졌다

중계진과 더불어 방송사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구단에 대한 온도 차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인기 팀이 승리했을 때와 비인기 팀이 승리했을 때 매거진 프로그램은 더욱 달라진다.  

경기 직후 방송되는 매거진 프로그램에서는 10개 구단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해설위원들의 경기 분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기 팀이 승리하면, 스튜디오에서 분석 시간도 길어지고, 수훈선수 인터뷰도 최소 2명 이상 진행한다. 반면 비인기 팀이 승리하면 수훈선수 인터뷰는 1명에 그칠 때가 많다. 이어 하이라이트 장면을 간단히 보여준 이후 경기 분석을 하지 않고 넘어가기도 한다.

늦게 창단된 NC 다이노스는 지난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막내 구단' kt 위즈는 올 시즌 가파른 페이스로 창단 첫 정규 시즌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이다. 분명히 리그 차원에서 보더라도 새로운 스토리가 쓰이고 있음에도 지난해 NC, 올해 kt는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내면서 신생구단들 역시 점점 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이끌어야 할 KBO리그 중계방송은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여러 환경을 고려할 때 시청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신생 구단이나 비 인기팀들을 위한 배려조차 하지 않는 태도는 시청률과 무관한 문제다. KBO리그의 장기적인 발전과 새로운 팬 유입, 두 가지 측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변화 조짐 보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물론 모든 해설위원이, 혹은 모든 방송사가 매일같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올 시즌을 치르면서 분명히 변화의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기는 하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해설택' 박용택 해설위원이 시즌 초반부터 줄곧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박용택 위원은 '공부하는 해설위원'으로서의 역량을 맘껏 뽐내는 중이다. 특히 기존 해설위원들의 뻔한 해설을 지향하지 않는다. 운동 역학에 대한 지식을 해설에 녹이는가 하면, 최근 야구의 트렌드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여기에 솔직하고 꾸밈없는 해설로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야구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방송사 중에서는 KBSN스포츠의 변화가 눈에 띈다. KBSN스포츠가 올해 새롭게 선보인 주간 프로그램 <야구의 참견>은 팬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캐스터와 해설위원 등 4명의 출연자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포맷으로, '선수 출신'이 가진 해설위원의 장점을 극대화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팬들의 눈높이는 올라갔는데, 오히려 미디어가 그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게 KBO리그의 현주소다. 지금보다 더 많은 해설위원과 방송사의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리그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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