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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 중증장애인의 명절은 비장애인의 명절보다 훨씬 더 외롭다.
 독거 중증장애인의 명절은 비장애인의 명절보다 훨씬 더 외롭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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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설과 함께 손꼽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이다. 추석에는 멀리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이웃 친지와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차례를 지내는 가정에서는 햇과일과 햅쌀로 차례상을 차리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식사한다. 

자주 보지 못했던 친척들을 만나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명절에 멀리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형제자매를 만나는 일이 드물어졌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인해 이동을 삼가는 요즘은 가족과 모여 명절을 나는 가정을 찾기 힘들다.

독거 중증장애인의 명절은 비장애인의 명절보다 훨씬 더 외롭고 비참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면 형제자매를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하지 않았거나 이혼을 했거나 자녀가 없다면 오롯이 혼자다. 

추석 당일에는 활동지원사도 출근을 하지 않아 식사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활동지원사가 미리 준비해둔 간편 음식으로 추석 아침 식사를 때워야 한다.

반복되는 장애인의 서러운 명절

서울 강서구 등촌동 일대에 임대 아파트에는 중증장애인이 많이 산다. 이곳에는 갈 곳이 없어 임대 아파트에 머물러 있거나 아침 식사를 챙기기도 힘든 중증 장애인이 많다. 

가양동 임대 아파트에 사는 44세 독거 장애인 A씨는 본인 아파트 주변에 명절 당일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애인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A씨 자신 역시 명절마다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하며, 2020년 추석을 회상했다.

그는 일가친척도 찾아갈 수 없어 당일 아침 식사를 거른 채 흰지팡이를 들고 편의점으로 향해 도시락을 사 왔고, 집에 홀로 앉아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깊은 서러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러한 장애인들의 어려움은 이번 명절에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내가 맹학교에 다닐 때다. 그해 명절, 나는 사정으로 인해 집으로 가지 못했다. 그런데 인근 교회에서 집에 가지 못한 시각장애인들을 불러 과일과 떡을 나누는 행사를 열어, 그곳에서 다른 시각장애인들과 명절에 가족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서로 달랬던 기억이 있다. 

목사님 역시 집에 가지 못한 시각장애인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해 주셨다. 교회는 장애인들을 위해 그 일을 할 의무가 있는 기관이 아니다. 하지만 목사님이 평소 시각장애인을 향한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기울이는 분이었기에 집에 가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을 도울 방법을 생각하다가 이 일을 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주위에 많은 교회가 있었지만, 추석 때 시각장애인을 불러 음식을 나눈 곳은 이 교회가 유일했다. 비록 작은 정성이었지만 해당 행사에 참여했던 장애인들은 많은 위로와 도움을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집이 제주도인 한 학생은 집이 너무 멀어 전화로만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했고, 하마터면 추석날 끼니를 거를 뻔했는데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목사님의 배려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자립센터와 복지관이 나서야

중증 장애인을 돕는 기관으로는 자립센터와 복지관이 있다. 이러한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공휴일에 일하지 않아 명절에 중증 장애인을 도울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다. 

자립센터가 나서서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자립센터 대표가 추석 당일 오후에 오갈 곳이 없는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여 외로움을 위로해야 한다. 간단한 식사와 다과를 함께 나누며 장애인 간의 외로움을 서로 달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립센터 대표 역시 장애인이므로 같이 공감하고 나눈다면 중증 장애인들의 외로움은 줄어들 것이다. 복지관 또한 중증 장애인의 외로움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연고지가 없는 중증 장애인과 가족이 없는 독거 중증 장애인의 인원을 파악하고, 추석 당일 위로를 해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주위의 자원봉사자나 활동지원사 중 의사가 있는 인원이 모여 음식을 마련하는 일을 돕는다면 이 또한 좋은 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

추석을 비롯한 명절은 본래 경사스러운 날이다. 그러나 남들이 즐거워할 때 중증 장애인은 평상시보다 외로워하며, 끼니조차 걸러야 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는 장애인 자립센터, 복지관이 뜻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번 추석 당일에는 중증장애인들의 식사 걱정, 외로움을 덜어줄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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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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