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의 예능인 황광희는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능인 중 한 명이다. 하지만 황광희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그가 속한 팀 제국의 아이들이 아닌 '성형'이었다. 황광희는 데뷔 전 자신이 성형했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를 꾸준하게 토크 소재로 이용했다. 

성형 고백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여자 연예인들도 마찬가지. 물론 황광희처럼 대놓고 '성형미인'임을 자처하는 여자 연예인은 드물지만 수술 사실을 애써 감추거나 부끄러워하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오히려 연예인이라면 자신을 가꾸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며 성형 사실을 당당하게 고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여성에게 성형 수술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제작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예인, 특히 여자 연예인들의 성형고백은 연예계에서 금기시되던 일이었다. 특히 이제 막 데뷔를 한 신인 가수가 데뷔 전 성형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가수의 노래에 대한 진심마저 의심 받는 경우도 생겼다(이 때문에 한 때 '얼굴 없는 가수'가 유행하기도 했다). 신예 김아중을 일약 대세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성형으로 예뻐진 신인가수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김아중의 첫 주연작이었던 <미녀는 괴로워>는 660만 관객을 동원하며 2006년 겨울 시즌을 지배했다.

김아중의 첫 주연작이었던 <미녀는 괴로워>는 660만 관객을 동원하며 2006년 겨울 시즌을 지배했다. ⓒ (주)쇼박스

 
장르물에서 강세 보이는 믿고 보는 배우

지금은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지 않지만 김아중이 대중들에게 주목 받은 계기는 바로 예능프로그램 <심심풀이- 러브 서바이벌 두근두근>이었다. 당시 남자 연예인들의 파트너로 매력을 발산했던 김아중은 KBS 드라마 <해신>에서 장보고의 호위무사를 연기한 후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일일드라마 <별난 여자 별난 남자>에 잇따라 캐스팅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2005년에는 <해피투게더 프렌즈>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배우와 예능인으로서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가던 김아중은 2006년 훗날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감독'이 되는 김용화 감독 신작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 신예 김아중에게 단독주연 제의는 더 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성형미인 역할을 선뜻 수락하기엔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솔직하고 건강한 이미지에 흠집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아중은 김용화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김아중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김아중의 매력을 제대로 끄집어 낸 <미녀는 괴로워>는 2006년 연말에 개봉해 그 해 크리스마스와 겨울방학 시즌을 집어 삼켰다. 4개월 가까이 장기 상영된 <미녀는 괴로워>는 전국 66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김아중은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대종상과 춘사영화제 여우주연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황금촬영상 신인상을 휩쓸었다.

<미녀는 괴로워> 이후 작품 활동이 뜸했던 김아중은 2009년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의 부진과 세금 문제 연루로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김아중은 2011년 김은희 작가의 지상파 데뷔작 <싸인>으로 재기에 성공했고 2012년 지성과 함께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나의 P.S 파트너>로 180만 관객을 모았다. 그리고 2014년에는 김래원과 함께 한 드라마 <펀치>까지 성공시키며 다시금 '아중불패' 신화를 부활시켰다.

2017년 조인성, 정우성과 함께 한재림 감독의 <더 킹>에 출연한 김아중은 같은 해 tvN 드라마 <명불허전>에서 김남길과 호흡을 맞췄다. 2019년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 전과 5범의 사기꾼 곽노순을 연기한 김아중은 현재 <비밀의 숲> 시리즈를 집필했던 이수연 작가의 신작 <그리드>를 차기작으로 결정했다. <싸인>,<펀치> 등 장르물에서 강세를 보였던 김아중이기에 <그리드>를 향한 대중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660만 관객을 열광시킨 김아중의 열연
 
 <미녀는 괴로워>에서 기대 이상의 노래솜씨를 뽐낸 김아중은 2007년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기대 이상의 노래솜씨를 뽐낸 김아중은 2007년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 (주)쇼박스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1997년 일본 만화 잡지에 연재됐던 <칸나씨 대성공이에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사실 영화와 만화는 주인공이 성형을 통해 절세미녀가 됐다는 설정만 같을 뿐 이야기 진행이나 정서는 상당히 다르다. 제작사에서 훗날 표절 문제로 시끄러워 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찌감치 판권을 구입했다고 한다. 따라서 원작팬이 영화를 보거나 영화팬이 원작만화를 본다면 부족한 개그코드나 약한 멜로 라인 때문에 실망할 수도 있다.

<미녀는 괴로워>의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노래를 못하는 미녀가수 아미(지서윤 분)의 목소리 대역으로 활동하던 한나(김아중 분)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짝사랑남 상준(주진모 분)의 무시에 충격을 받고 전신 성형을 감행한다. 상준은 예뻐진 한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한나를 제니라는 이름으로 데뷔시킨다. 제니는 아미에 의해 정체가 발각되지만 콘서트에서 자신이 성형미인임을 고백하고 대중들이 이를 이해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영화 속에서 전신성형을 결심한 한나만큼 이해 안 되는 캐릭터는 주진모가 연기한 상준이다. 자칭 업계 최고의 음반 제작자라는 사람이 키우는 가수라고는 대역이 없으면 무대에 설 수 없는 립싱크 가수 아미 뿐이다. 소속 가수 하나가 당장 음반을 낼 수 없으면 회사가 휘청거리면서 최고의 제작자라고 말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현실에서라면 립싱크 가수를 내세워 많은 돈을 번 상준은 음반제작자가 아닌 사기꾼에 가깝다.

그럼에도 <미녀는 괴로워>가 660만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김아중의 열연이 결정적이었다. 김아중은 갑작스럽게 변한 자신의 외모에 적응하지 못하는 순수한 한나를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특히 상준이 제니의 스토커(박노식 분)에게 물리적 위협을 가하려 할 때는 "그 사람 발자국이라도 밟아보고 싶은 마음, 좋아한다고 당당히 나설 수 없는 마음을 당신이 알기나 하냐구요"라며 울분을 터트리는 명연기를 펼쳤다.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답게 <미녀는 괴로워>는 OST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배우 데뷔 전 가수를 준비하기도 했던 김아중은 <마리아>를 비롯해 영화에 수록된 많은 노래들을 직접 부르며 상당한 노래 실력을 뽐냈다. 특히 발라드 명곡 <별>은 원곡가수 유미가 부른 버전과 김아중이 부른 버전이 함께 들어 있어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외로운 한나 곁을 끝까지 지켜 준 친구
 
 김현숙(왼쪽)은 <미녀는 괴로워>이후 곧바로 '시즌제 드라마의 전설' <막돼먹은 영애씨>에 출연했다.

김현숙(왼쪽)은 <미녀는 괴로워>이후 곧바로 '시즌제 드라마의 전설' <막돼먹은 영애씨>에 출연했다. ⓒ (주)쇼박스

 
국내에도 <응답하라>, <신의 퀴즈>, <보이스>, <검법남녀> 같은 시즌제 드라마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즌제 드라마의 선구자는 역시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막영애)였다. 2007년 첫 시즌을 시작한 <막영애>는 2019년까지 무려 17번의 시즌이 방영됐다. <막영애>의 주인공은 개그우먼 출신의 배우 김현숙인데 그녀가 <막영애>에 출연하기 전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던 작품이 바로 <미녀는 괴로워>였다.

김현숙은 <미녀는 괴로워>에서 한나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 정민을 연기했다. 갑작스럽게 예뻐진 한나의 변화에 낯설어 하다가도 끝까지 한나 곁을 지키는 의리 있는 친구다. 특히 파출소에 한나를 찾으러 왔을 때는 노숙자를 한나로 착각했다가 얼마나 밥을 굶겼냐며 경찰들을 나무라기도 했다.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 먹인다는 경찰의 말에 "세 끼를 한 번에 먹여야죠. 보면 양을 몰라?"라고 받아 치는 대사는 <미녀는 괴로워> 최고의 개그 포인트 중 하나.

다양한 작품에서 씬스틸러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배우 이한위는 한나를 수술해 주는 성형외과 전문의를 연기했다. 한나에게 약점이 잡혀 어쩔 수 없이 무료수술을 해주지만 마음씨가 따뜻해 애프터 서비스까지 확실히 해줬다. 초반에만 잠시 출연하는 듯 하지만 후반부 한나가 상준과 다툰 후 손을 다쳤을 때도 치료해주고 콘서트장에 찾아와 남몰래 한나를 응원하기도 한다.

이 밖에 김지석은 정민을 이용한 나쁜 남자로 출연해 김아중과 주진모에게 험한 꼴을 당한다. 김용화 감독의 데뷔작 <오!브라더스>에 출연했던 이범수와 류승수는 한나에게 반하는 택시기사와 경찰로 우정출연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미녀는 괴로워 김용화 감독 김아중 주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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