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가 호랑이굴에 들어갔다가 살아 돌아왔다.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피할 수 없는 더비 매치가 게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지만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어웨이 팀 센터백 홍정호 때문이었다. 종료 3분 전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극장 결승골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 기적처럼 걷어낸 것이다. 홍정호가 해내지 못했다면 두 팀의 승점 차는 7점으로 벌어져 울산이 16년 만에 우승 시나리오를 꺼낼 수 있는 순간이었기에 울산 선수들과 5559명 홈팬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가 10일(금)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1 전북 현대와의 홈 게임을 득점 없이 비기고 승점 4점 차 선두(55점 15승 10무 3패 46득점 30실점) 자리를 지키게 됐다.

주장 홍정호, 온몸을 내던지다

한국 프로축구연맹 공식 기록으로 계산해서 울산과 전북은 103번째 더비 매치로 만났다. 2005년 돌풍의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챔피언 결정전에서 물리치고 우승한 뒤 오랫동안 최고의 순간을 꿈꿔왔던 울산 현대가 이번에는 정말로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이 게임을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그 뜻을 이루면 양 팀 사이의 통산 결과도 38승(27무)씩 동률을 이루는 것이라 울산 선수들의 각오는 더 특별해 보였다.

축구 도사로 불리는 유능한 미드필더 이청용이 앞장서서 울산의 승리 염원을 담은 오른발 중거리슛(3분)으로 본격적인 공격을 알렸지만 좀처럼 양쪽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A매치를 끝내고 얼마 쉬지도 못한 일정이기에 양 팀 벤치에서는 선수 교체를 통해 히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59분에 나란히 두 명씩 바꿔 들여보낸 것이 정말로 붙어보자는 신호였다. 홈 팀 울산은 바코와 이동경을, 어웨이 팀 전북은 문선민과 이승기를 들여보냈다. 그 교체 효과는 전북이 먼저 자랑했다. 교체 후 단 1분 만에 이승기의 패스를 받은 문선민이 울산 미드필더 원두재를 따돌리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골문 바로 앞 문선민의 슛은 최고의 골키퍼 조현우를 피하지 못했다.

울산의 바코와 이동경도 과감한 드리블과 공간 침투로 전북의 골문을 여러 차례 위협했지만 홍정호가 중심을 잡고 있는 전북 수비벽을 허물지 못했다. 그래도 이동준의 빠른 스피드 덕분에 87분에 짜릿한 극장 결승골을 얻어내는 듯했다.

솟구친 공을 향해 울산 오른쪽 날개 이동준과 전북 골키퍼 송범근이 달려들었는데 예상대로 이동준이 반 박자 빠르게 헤더 슛을 날린 것이다. 바로 이 공이 전북 골문 안으로 바운드되어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북의 센터백 홍정호가 포기하지 않고 뛰어들어가 골 라인 바로 앞에서 몸 날려 그 공을 멀리 걷어냈다. 승점 3점이 울산 품으로 빨려들어갔다가 야속하게도 꽤 많이 떨어져나가 1점만 남은 셈이다.

이로써 전북은 주장 홍정호 덕분에 울산과의 승점 차를 4점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호랑이굴을 벗어났다. 지난 5월 19일 전주성에서 2-4로 완패한 것 때문에 이번 시즌에는 라이벌 울산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줄 것 같았지만 파이널(스플릿 A, B) 라운드 일정을 포함하여 10게임을 남겨놓았기에 따라잡아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울산은 오는 14일(화) 오후 8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 일정으로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홈 게임을 치르며, 전북도 15일(수) 오후 5시 30분 빠툼 유나이티드(태국)를 전주성에서 만난다.

2021 K리그 1 결과(9월 10일 오후 7시 30분, 왼쪽이 홈 팀)

울산 현대 0-0 전북 현대
- 울산 문수경기장(관중 : 5559명)

포항 스틸러스 1-2 대구 FC [득점 : 임상협(10분,도움-이승모) / 세징야(64분), 에드가(84분,도움-츠바사)]
- 포항 스틸야드(관중 1624명)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8게임 55점 15승 10무 3패 46득점 30실점 +16
2 전북 현대 28게임 51점 14승 9무 5패 50득점 29실점 +21

3 대구 FC 28게임 41점 11승 8무 9패 33득점 33실점 0
4 포항 스틸러스 28게임 39점 10승 9무 9패 29득점 30실점 -1
5 수원 FC 27게임 38점 10승 8무 9패 39득점 40실점 -1
6 인천 유나이티드 FC 26게임 36점 10승 6무 10패 31득점 35실점 -4
7 수원 블루윙즈 27게임 35점 9승 8무 10패 33득점 33실점 0
8 제주 유나이티드 26게임 31점 6승 13무 7패 28득점 30실점 -2
9 광주 FC 26게임 28점 8승 4무 14패 25득점 31실점 -6
10 강원 FC 24게임 27점 6승 9무 9패 26득점 29실점 -3
11 성남 FC 27게임 27점 6승 9무 12패 22득점 33실점 -11
12 FC 서울 27게임 25점 6승 7무 14패 27득점 36실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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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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