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베 얀손> 관련 이미지.

영화 <토베 얀손>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무민이라는 캐릭터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성인에게도 인기가 높다. 핀란드 출신 토베 얀손의 동화와 그림에서 태어난 무민 캐릭터는 특유의 따뜻한 정서로 뭇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 토베 얀손의 삶을 다룬 극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자신이 만든 캐릭터처럼 순수하고 따뜻할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영화 <토베 얀손>은 작가의 황금기가 아닌 그 직전의 이야기와 개인적 갈등과 고뇌에 집중하고 있다. 즉, 아이들에게 인자한 할머니처럼 각인된 그에게도 열정이 넘쳤고, 혈기왕성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하는 셈이다.

영화는 토베 얀손의 일생 중 1944년부터 1957년 사이를 주목했다. 유명 조각가였던 아버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우표 디자이너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미술적 재능을 뽐냈던 토베는 무민을 세상에 발표하기 직전까지 회화 화가를 꿈꾸는 촉망받는 예술가였다. 아버지와 달리 번번이 국가 후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평단의 인정을 받지 못해 좌절하는 모습이 영화에도 잘 담겨 있다. 

무민 캐릭터와 동화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된 건 순전히 생계 때문이었다. "예술가로서 실패했기에 동화를 그리는 것"이라 자조하는 토베 얀손의 대사에서 그가 얼마나 화가를 꿈꿨는지 가늠할 수 있다. 
 
 영화 <토베 얀손> 관련 이미지.

영화 <토베 얀손>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영화 <토베 얀손> 관련 이미지.

영화 <토베 얀손>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이와 함께 영화는 강렬했던 토베 얀손의 사랑도 주목하고 있다. 동성 연인이었던 비비카 반들레르와의 만남과 이별, 그로 인해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나온다. 조건 없이 그의 작업을 지지해 온 이성 애인이 있었지만, 토베 얀손은 어떤 강렬함에 이끌리며 비비카와도 연인 사이가 된다. 

이처럼 한 인물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그리고 제법 감각적 화면으로 펼쳐놓는데 자이다 베이로트 감독을 비롯해 주요 스태프들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도 짚어볼 만하다. 한 인물의 고정이미지를 강조하거나 박제시키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면을 끌어내 보겠다는 제작 의도가 느껴진다. 

토베 얀손 역을 맡은 배우 알마 포위스티는 이미 연극 <토베> 등을 통해 토베 얀손을 연기한 바 있다. 그의 조부모 라세 포위스티와 버지타 울프슨은 생전에 토베 얀손과 친한 사이였으며 무민의 연극 공연에 연출가 및 배우로 참여한 인연이 있다. 알마 포위스티는 영화 출연을 앞두고 조부모의 묘지와 가까이에 묻혀 있는 토베 얀손 묘지를 찾아가 인사를 했다고 한다.

영화 곳곳을 채우는 음악도 훌륭하다. 토베 얀손이 일종의 나치즘에 반대하는 민중 활동가 차원의 운동을 할 때부터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설 때까지 늘 영감을 얻곤 했던 각종 재즈 음악이 나온다. 탱고와 스윙에 맞춰 발랄하게 춤추는 토베 얀손의 모습에서 미소가 절로 나올 것이다.

한줄평: 영화적 재미를 위해 인물을 박제하지 않고 생동감을 살려내다.
평점: ★★★☆(3.5/5)

 
영화 <토베 얀손> 관련 정보

연출: 자이다 베리로트
각본: 에바 푸르토
출연: 알마 포위스티, 크리스타 코소넨, 산티 로니
러닝타임: 102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1년 9월 16일
 
토베 얀손 무민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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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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