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후 6년 만의 가을야구를 꿈꾸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에게도 고민은 존재한다. 지금 가장 큰 고민이라면 역시 '좌익수 딜레마'다. 리그 재개 이후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던 김헌곤이 갑작스럽게 부상으로 이탈했고, 주전 좌익수 자리가 공석이 됐다. 

발바닥 통증을 안고 있어 정상적으로 수비에 나설 수 없는 피렐라는 지명타자를 소화하는 날이 많고, 나머지 외야수들은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특히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우타 거포 김동엽의 부진이 뼈아프게 느껴진다.
 
 부상으로 인해 팀 전력에서 이탈한 삼성 외야수 김헌곤

부상으로 인해 팀 전력에서 이탈한 삼성 외야수 김헌곤 ⓒ 삼성 라이온즈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말소, 실망감만 남긴 김동엽

지난해 20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면서 삼성 이적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김동엽의 올 시즌은 말 그대로 2020년과 정반대다. 1군에서 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184 1홈런 12타점 OPS 0.506으로, 본인의 장점인 장타도 완전히 실종됐다.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삐걱거렸다. 스프링캠프 초반 활배근 부상으로 4주 진단을 받았고, 개막 엔트리 합류가 어려워졌다. 정규시즌이 개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1군에 합류하긴 했으나 4월 한 달간 타율 0.125(32타수 4안타)로 침묵을 이어갔다.

결국 5월 2일 경기를 앞두고 외야수 김헌곤과 자리를 바꿨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4주가 지나고 나서 1군에 콜업된 이후에는 기복이 다소 컸고, 7월 1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야 시즌 첫 홈런을 기록했다.

후반기 돌입 이후에도 반전은 없었다. 8경기 동안 17타수 1안타, 0.059의 타율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결국 지난 30일 1군 엔트리에서 김동엽의 이름이 제외됐다. 허삼영 감독은 김동엽이 이 상태로 1군에 머무른다면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김동엽이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고려하면, 팀이 원활하게 공격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선수인 점은 틀림 없다. 그러나 주어진 기회를 살리는 것조차 버거운 현실 속에서 팀이 김동엽을 계속 기용하기는 것도 어렵다.
 
 극심한 부진 속에서 3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삼성 외야수 김동엽

극심한 부진 속에서 3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삼성 외야수 김동엽 ⓒ 삼성 라이온즈

 
김헌곤 복귀 시점 미정... 좌익수 딜레마 해결해야

피렐라, 김헌곤, 김동엽까지 좌익수 수비를 소화할 수 없게 되자 삼성은 박승규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중이다. 그러나 1할대 타율에 그치면서 수비에서도 100%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박승규 역시 지금의 고민을 해결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문제는 김헌곤의 복귀 시점이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삼영 감독은 지난 24일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김헌곤의)부상 정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9월 초가 지나야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헌곤의 이탈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경기에 앞서 훈련을 진행하는 도중에 허리를 다쳤고, 갑작스럽게 1군 엔트리에서 빠져야만 했다. 선수 개인에게도, 팀에게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후반기만 놓고 본다면 팀 내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는 단연 김헌곤이었다. 9경기 29타수 12안타 타율 0.414로, 부상 전까지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흐름이 좋았다. 덕분에 삼성 외야진도 한결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사실 올 시즌 이전까지 최근 수 년간, 최형우와 배영섭이 팀을 떠나고 나서 팀 내에서 확실하게 좌익수를 볼 수 있는 선수가 몇 명 없기는 했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로 외야수 살라디노를 영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누군가 김헌곤의 공백을 메우지 않는 이상 '좌익수 딜레마'가 갈 길 바쁜 삼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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