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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 조력자와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카불공항으로 복귀해 수송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주아프가니스탄 김일응 공사참사관이 아프간인과 포옹하고 있다.
 한국정부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 조력자와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카불공항으로 복귀해 수송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주아프가니스탄 김일응 공사참사관이 아프간인과 포옹하고 있다.
ⓒ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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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데 특히 그 친구 얼굴이 제일 상해 보였어요. 그래서 마음이 아팠죠.
 
한국에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 조력자들을 카불공항으로 진입시키는 데 성공한 지난 8월 25일, 외교부는 기자들에게 다수의 현장 사진들을 보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보조 배터리가 끼워진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한국인 남성이 큼지막한 가방을 멘 현지인 남성과 오랜만에 재회하듯 반가운 포옹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남성은 주아프간 대사관 직원인 김일응 공사참사관. 26일 조력자와 그 가족 377명과 함께 귀국한 그는 27일 오전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참사관에 따르면, 그가 포옹한 남성은 지난해 8월부터 주아프간 한국대사관에서 같이 근무했던 정무과 행정직원이라고 한다. 갑작스럽게 직원들만 떠날 땐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었다.

"14시간 이상 버스에서 갇혀있다 보니 얼굴이 사색이 돼 있더라"고 말할 때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에어컨도 없는 버스 안에서 14시간 이상 꼬박 대기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8월 25일(수)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퍼허큘리스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8월 25일(수)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퍼허큘리스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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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자들을 카불공항으로 데려와 탈출시키는 이른바 '미라클 작전'은 마치 영화처럼 긴박하고 아슬아슬했다.

미군 측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조력자들을 버스로 데려오기로 한 뒤 대사관 측은 이들을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두 곳의 집결지에 모이도록 했다. 평소 연락해오던 이메일과 채팅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수의 사람들과 버스가 탈레반의 눈에 띄기 쉬우니 정해진 시각보다 30분 전에는 절대 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단시간 내 모두 모일 수 있던 것은 김 참사관의 연락을 받고 이들이 이미 며칠 전 카불 시내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문제가 생긴 것은 그 이후였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공항으로 향하는 거리는 물론 공항 게이트 앞은 많은 인파로 정체가 풀릴 줄을 몰랐다.

특히 정문에서는 탈레반이 통과시켜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 에어컨이 없는 버스 안은 너무 더웠고 아이들은 울고 보챘다. 이들 중 절반은 18세 이하 미성년자였으며, 태어난 지 1개월도 채 안 된 신생아도 3명이나 있었다. 바깥이 보이지 않게 색칠이 돼 있는지라 불안에 떨었다. 물도 음식도 없는 버스 안에서 하염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탈레반은 조력자들이 제시하고 있던 여행증명서가 원본이 아닌 사본인 것을 트집잡아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김 참사관이 "그렇다면 들어가서 원본을 가져오겠다"며 버스에서 내려 정문으로 향하자, 그제야 알았다며 통과시켰다.

그렇게 해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14~15시간. 버스에 선 채로 밤을 꼬박 새운 김 참사관은 정신적으로 극도로 힘들었으나 버스가 공항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씻은 듯이 낫더라고 회고했다.

막상 공항에 들어와서도 "상점이 모두 문을 닫아 물도 음식도 제공하지 못해 미안했다"며 그러나 "모두 같이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서로 의지하며 헤쳐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가야 했다... 선진국이나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김일응 주아프간 대사관 공사참사관이 27일 오전 화상으로 아프간 조력자들 탈출 작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일응 주아프간 대사관 공사참사관이 27일 오전 화상으로 아프간 조력자들 탈출 작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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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응 참사관은 필사적으로 탈출했던 카불공항에 다시 가라고 했을 때의 심정을 묻자 "대사관을 떠날 때 현지인 직원들에게 '꼭 한국으로 이송시킬 방법을 찾겠다'고 말하고 왔다"며 "공항에 전혀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데려오기 위해선 어차피 누군가 가지 않으면 안됐다"고 말했다.

김 참사관은 자신과 같이 카불공항에 들어가 같이 활동했던 류부열 경호단장과 고관옥 UAE 무관 그리고 군 수송기와 함께 온 이경구 국방정책차장 등의 희생이 있었기에 임무수행이 가능했다고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을 데려올 수 있어서 기쁘다는 김 참사관은 "되든 안 되든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던 작전을 성공시켜 우리의 국격과 책임을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바그람 한국병원이나 직업훈련원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군의 신원조회까지 받은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신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충북 진천분들이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을 보고 '생거진천'이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가족들에게는 전혀 알리지 않았는데 귀국 후 전화했더니 두 딸이 "아빠, 아프간에 또 다녀왔냐"고 따져묻더라며 쑥스러워했다.

태그:#아프간, #김일응, #아프가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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