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막아낸 포항 강현무 골키퍼.

PK 막아낸 포항 강현무 골키퍼. ⓒ 한국프로축구연맹

 
후반전 추가 시간 3분, 페널티킥을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골키퍼는 얼마나 될까? 포항 스틸러스의 강철 심장 강현무 골키퍼가 다시 봐도 믿기 힘든 슈퍼 세이브로 팀을 구해냈다. 전반전도 끝나기 전에 팔라시오스가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겹친 포항 스틸러스 입장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페널티킥을 내줬으니 허무하게 패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강현무 골키퍼의 미소가 기적처럼 슈퍼 세이브로 빛났다.

김기동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가 22일 오후 6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1 FC 서울과의 어웨이 게임을 2-2로 비겨 6위에서 3위(9승 8무 7패 27득점 26실점)까지 뛰어올랐다.

90+3분, PK 막고 승점 지켜낸 GK 강현무

이 게임 어웨이 팀 포항 스틸러스는 30분에 FC 서울 나상호에게 먼저 골을 내준 것도 모자라 9분 뒤에 팔라시오스가 퇴장 명령을 받았다. 중앙선 부근에서 FC 서울 수비수 오스마르의 왼발 킥에 도전하던 팔라시오스가 오른발 축구화 스터드로 오스마르의 왼쪽 발목을 밟은 위험한 반칙 상황 때문이었다. 김동진 주심이 VAR(비디오 판독 심판) 온 필드 리뷰 절차를 거쳐 확인하고는 팔라시오스를 내보냈다.

포항 스틸러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었다. 송민규까지 시즌 중 전북 현대에게 넘겨준 상황에서 측면 공격을 열어줘야 할 팔라시오스가 쫓겨났으니 0-1로 끌려가는 상황, 50분 넘게 남은 시간이 아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었다. 전반전 추가 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낸 것이다.

45+1분, 이승모가 오른쪽에서 넘겨준 크로스를 받아 크베시치가 왼발 점프 발리 슛을 성공시켰다. 슛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FC 서울 양한빈 골키퍼 손끝을 스쳤고 새로운 수비수 채프만이 오른쪽 무릎으로 걷어냈지만 공이 이미 골 라인을 넘어들어간 직후였기 때문에 하프 타임 스코어는 1-1로 찍혔다. 2018년 포항 스틸러스 동료들과 어울려 33게임이나 뛰었던 채프만이 K리그 2 대전 하나시티즌을 거쳐 FC 서울 유니폼을 입고 뛴 첫 게임이었기 때문에 더욱 묘한 순간이었다.

2018년에 이어 다시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FC 서울은 필드 플레이어 1명이 적게 뛰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는지 골잡이 지동원이 무리하게 달려나가는 속도를 높이다가 햄스트링을 다치는 바람에 전반 종료 직전 가브리엘이 대신 들어와 뛰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교체 선수 가브리엘이 53분에 고광민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받아 헤더 추가골을 터뜨려 주었다.

홈 팀 FC 서울은 이렇게 다시 앞서가는 흐름을 잘 이어가야 했지만 79분에 프리킥 세트 피스 수비 집중력이 다시 한 번 흐트러지며 포항 스틸러스 강상우에게 오른발 발리 슛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믿을 만한 공격수가 모두 떠난 포항 스틸러스 입장에서 주장 완장을 찬 강상우의 활약은 구세주처럼 보였다.

그리고 89분부터 추가 시간 3분이 다 될 때까지 이 게임 절정의 순간들이 반전 드라마로 이루어졌다. 89분에 FC 서울 후반전 교체 선수 팔로세비치가 포항 스틸러스 골문 바로 앞에서 공을 컨트롤할 때 수비수 권완규가 밟는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김동진 주심은 심각한 반칙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게임을 중단시키지 않았지만 공이 밖으로 나간 뒤 VAR 온 필드 리뷰 시스템을 통해 그 반칙의 심각성을 확인하고는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팔로세비치도 지난해까지 두 시즌 동안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 뛰었기에 이렇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은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보였다. 더구나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도 그였다. 후반전 추가 시간 2분 40초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팔로세비치의 왼발 인사이드 페널티킥이 날아들기 직전에 골키퍼 강현무의 입가에 활짝 미소가 번졌다. 전 동료 팔로세비치와 눈이 마주친 것이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강현무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왼팔을 높이 뻗어 기막히게 페널티킥 볼을 쳐낸 것이다. 그 미소의 의미는 마치 강현무가 전 동료 팔로세비치의 킥 방향을 잘 예측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으로 보였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종료 휘슬 소리가 울렸다. 50분이 넘는 시간 동안 10명으로 버틴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은 마치 이긴 것처럼 기뻐했고, FC 서울은 승점 1점에 만족할 수 없을 정도로 풀죽은 표정이었다.

이 귀한 승점 1점으로 6위에서 3위 자리까지 뛰어오른 포항 스틸러스는 수요일(8월 25일) 오후 7시 전주성으로 가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전북 현대와 만나게 되며, 골 득실차로 광주 FC를 끌어내리고 겨우 꼴찌에서 벗어난 FC 서울도 같은 날 오후 7시 30분 1위 울산 현대를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2021 K리그 1 결과(8월 22일 오후 6시, 서울월드컵경기장)

FC 서울 2-2 포항 스틸러스 [득점 : 나상호(30분), 가브리엘(53분,도움-고광민) / 크베시치(45+1분,도움-이승모), 강상우(79분)]
- 퇴장 : 팔라시오스(39분)

울산 현대 3-1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이청용(38분,도움-설영우), 이청용(82분), 이동준(90+1분) / 김민우(14분,PK)]
- 울산 문수(관중 : 3155명)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5게임 48점 13승 9무 3패 41득점 27실점 +14
2 전북 현대 23게임 43점 12승 7무 4패 42득점 23실점 +19
3 포항 스틸러스 24게임 35점 9승 8무 7패 27득점 26실점 +1
4 수원 FC 25게임 34점 9승 7무 9패 34득점 38실점 -4
5 수원 블루윙즈 25게임 34점 9승 7무 9패 33득점 30실점 +3
6 대구 FC 24게임 34점 9승 7무 8패 28득점 29실점 -1
7 인천 유나이티드 FC 24게임 33점 9승 6무 9패 27득점 32실점 -5
8 제주 유나이티드 25게임 28점 5승 13무 7패 27득점 30실점 -3
9 강원 FC 24게임 27점 6승 9무 9패 26득점 29실점 -3
10 성남 FC 24게임 26점 6승 8무 10패 21득점 28실점 -7
11 FC 서울 24게임 25점 6승 7무 11패 23득점 29실점 -6
12 광주 FC 25게임 25점 7승 4무 14패 23득점 31실점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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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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