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크홀>에서 만수 역을 맡은 배우 차승원.

영화 <싱크홀>에서 만수 역을 맡은 배우 차승원. ⓒ YG엔터테인먼트

 
<낙원의 밤> 같은 강렬한 누아르 속 악당과 <싱크홀> 속 오지랖 넓은 이웃 주민까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두 편의 서로 다른 영화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차승원은 한창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의 최근작 영화 <싱크홀>이 지난 11일 개봉해 벌써 100만 관객을 돌파한 와중에 신작 드라마와 영화 촬영에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홍보 일정을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차승원은 19일 국내 기자들과 온라인 인터뷰를 소화했다. '재산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가 붙은 <싱크홀>에서 그는 어렵게 내집 마련에 성공한 동원(김성균)의 이웃 주민 만수 역을 맡았다. 아내와 이별 뒤 홀로 아들을 키우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만수는 500m 깊이의 싱크홀에 빠진 동원과 지인들을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캐릭터기도 하다.

아들에게 늘 미안한 아빠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웃픈 상황이 연출되는 게 좋았다. 제가 일단 재밌게 본 시나리오니까 관객분들도 재밌어하지 않을까 싶었지. 만수는 영화 대사에도 나오지만 늘 미안한 아빠기도 하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렇지 않을까. 자식들에게 잘해주고 싶고, 눈치를 보기도 한다. 

싱크홀에 빠졌을 때 만수는 다른 사람보단 아마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많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자포자기랄까. 그러다가 아들도 갇혔다는 걸 알고 시동이 걸린 거지. 편집되긴 했지만 만수가 아내와 이혼 후 통화하는 장면이 있긴 했다. 그래서 그에겐 아들이 전부고, 직업도 여러 개를 가진 거지. 애잔한 인물이다. 저 역시 아들을 키우기에 만수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더불어 그는 영화 속 사건 소재인 부동산에 대한 나름의 생각도 밝혔다. 주인공 동원이 11년 만에 서울에 빌라 한 채를 사게 됐는데 하루 아침에 땅속으로 사라지며 절망하는 설정에서 대한민국의 부동산 열풍과 서민들의 아픔을 떠올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실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부동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지 않았을 때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내집마련의 꿈은 다들 있겠지만, 최근에 와서 LH 사태가 불거지고, '영끌'해서(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으로 무리하게 돈을 빌리기까지 하는 현상) 주택을 마련한다고 하잖나. 

사실 뭐 포화상태지. 저도 집에 대한 설움이 있었고, 내가 살 집 하나를 꼭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근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힘든 시기 같다. 뉴스를 봐도 심각성이 더한 듯하다. 지금의 20대가 자괴감을 느끼는 것도 너무 안타깝다."


물론 영화엔 그런 슬픔이 설움과 슬픔이 전면에 드러나진 않는다. 차승원은 "재난 영화라고 막 휘몰아치고 그러는 것보다 아이러니한 상황을 풍자하는 게 참 좋은 것 같다"며 <싱크홀>의 매력을 꼽기도 했다.
 
 <싱크홀>의 한 장면

<싱크홀>의 한 장면 ⓒ 쇼박스

 
진짜 영웅의 모습

평소 차승원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신조를 품고 있기도 하다. 전작 <힘을 내요, 미스터리> 때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인터뷰 자리에서 몇 차례 한 적이 있다. <싱크홀> 속 만수 또한 엄청난 능력으로 사람들을 구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선한 마음과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소시민적 영웅의 면모와 닮아 있다. 차승원은 이에 동의하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영웅의 모습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뭐, 제가 누구처럼 착해지고 싶진 않다. 이런 건 있다. 도움을 주지 못할지언정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말자!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TV를 보면 올림픽도 있었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이 뭔가 열심히 자기 일을 해서 성취했을 때 대리 만족을 주기도 하잖나. 그런 분들도 영웅인 것 같다." 

함께 연기한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등에 대해 차승원은 정말 착하고 좋은 배우들이라며 한껏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는 "김성균 배우와는 나중에 정말 센 캐릭터로 서로 만나고 싶다"며 "이광수 배우는 다음에 정말 진지한 정극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생각한 이상의 능력이 있는 친구"라고 강조했다. 

"보면 예술영화 하나 했다고 엄청 인정받고, 좀 과대포장 돼 있는 친구들도 꽤 있거든. 근데 광수는 다르다. 아마 그가 정극 연기하는 걸 보면 깜짝 놀랄걸(웃음). 저도 뭐 특정한 거 하나만 하고 싶지 않다. 다양한 역할, 평범하지 않은 것에 도전하고 싶다. 제가 다른 취미가 없다 보니 연기를 이렇게 오래 해온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결핍이랄까. 내가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채우고 싶은 생각이 내 원동력 같기도 하다. 물론 연기에 대한 결핍이 날 힘들게 하기도 하지."

평소 즐기던 담배를 끊고 술도 거의 끊었다고 한다. 차승원은 "그 두 가지만으로도 사실 자기 관리가 된다"며 좋은 에너지로 차기작을 준비해 대중과 만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 그리고 법정 드라마 <어느날> 준비에 한창이었다. 
차승원 싱크홀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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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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