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14 10:38최종 업데이트 21.08.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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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일로에 있다.

발생률이 가장 낮은 나라 그룹에 속하는 한국(OECD 회원국 가운데 호주에 이어 두 번째 낮은 발생률)도 신규 확진자 2천명 시대를 맞았다. 11일 한국은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2223명을 기록했고 하루 뒤 다소 감소했지만 당분간 하강 추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7월 29일 올해 4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신규 확진자 10만 명을 넘어섰고, 12일에는 13만1101명을 기록했다. 8일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학교가 다시 원격 수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폭스레이크의 그랜트 고교에서 개학 첫날인 11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쓰고 등교한 학생들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개학 시즌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학교에서 학생, 교사·교직원, 방문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 연합뉴스


6월 이후 신규 확진자 수를 1만 명 이하로 떨어뜨려 축제 분위기였던 프랑스는 7월 17일 다시 1만 명을 넘어섰고 8월 12일에는 3만920명을 기록했다. 프랑스는 4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3만 명대의 신규 확진자를 기록했다.

높은 백신 접종률과 함께 올봄 기록적인 감소세를 보였던 영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5월 4일 신규 확진자 수가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인 1613명을 기록했지만 6월 이후 다시 상황이 악화됐다. 12일에는 2만926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4차 위기의 주범으로 델타 변이를 꼽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백신이 보급되고 있음에도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느는 이유는 접종자 증가 속도에 비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전 세계 신규 확진자 가운데 델타 변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국가마다 약간의 숫자 차이가 있을 뿐 현재 미국과 서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델타 변이의 비중은 신규 확진자의 90%가 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렇게 상황이 급변하면서 지금까지와 다른 방역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중 확진자 대응 중심의 전략에서 중증환자 중심의 대응 전략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영국식 방역의 실패와 성공... 이번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최근까지 방역 대책은 두 방향에서 이뤄져 왔다.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손 소독제 사용 등 국민 생활 방역, 그리고 적극적인 PCR 검사와 역학 조사, 세밀한 격리 관리 등 정부 차원의 대응이 그것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국민들의 능동적 협조와 첨단 정보기술의 대대적 활용이 가능한 곳, 또는 호주와 뉴질랜드처럼 인구밀도가 극히 낮고 봉쇄와 격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곳이 아니라면 사실상 확진자 억제 방식에는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프랑스 등 다수의 서유럽 국가들은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집단 격리와 공공시설 폐쇄 그리고 일시적 해제를 반복해 오면서 경기 침체가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제 더 이상의 집단 격리가 쉽지 않다는 우려와 함께 국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가 도입한 공공시설에서의 백신 여권 의무 조치도 일부 국민들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영국 정부가 꺼내든 새로운 조치는 정면 돌파였다. 백신을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더 이상의 집단 격리는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결정이 과학적 자료에 근거한 검증된 조치는 아니다. 그보다는 더 이상 밀릴 곳이 없는 영국 정부의 요행수를 바라는 결정에 가까웠다.

실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몇 가지 자의반 타의반의 실험적, 모험적 대응을 해왔다. 이는 때로는 실패로, 때로는 성공으로 귀결됐다. 대유행 초기 당시 집단 격리와 거리두기 조치를 서둘러 실행한 대부분의 정부와 달리 영국 정부는 집단 면역을 기대하며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를 엄격히 실행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의 이 같은 과감한 실험적 조치에 전 세계가 주목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그리고 영국의 팬데믹 초기 감염 피해 규모는 다른 서유럽 국가에 비해 치명적으로 컸다. 영국 특유의 자유방임 정신이 방역 대책에까지 이른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유럽에서 알파 변이와 델타 변이의 공격을 가장 먼저 받은 나라도 영국이었다. 알파 변이로 위기를 맞을 당시 만약 영국이 유럽연합에 속해 있었다면 유럽연합 차원의 신속한 지원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나왔다.

지난해 말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 영국 정부가 보여준 백신 정책도 실험적이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주저했던 것과 달리 영국은 과감하게 대국민 접종을 조기에 시작했다.

앞선 실패 사례와 달리 영국 정부의 백신 정책은 대성공이었다. 이후 영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줄었고, 비슷한 사례의 이스라엘과 함께 영국은 다른 나라 정부와 국민들에게 백신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하게 됐다.
 

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대거 푼 '자유의 날'인 19일(현지시간) 오전 출근 시간대에 대부분의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런던브리지 위를 걸어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날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모든 규제를 해제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델타 변이로 인한 급속한 감염 재확산을 영국도 피할 수 없었고, 7월 중순 영국 정부는 또 다시 중대한 결정 앞에 서게 된다. 예정대로 전반적인 제한조치 해제를 감행하느냐, 그렇지 않고 다시 집단 격리와 공공장소 이용 제한 등 강력한 방역 조치의 길로 가느냐의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7월 19일 보리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모든 제한 조치 해제를 전격 발표하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대국민 당부도 잊지 않았다. 당시 영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5만 명을 넘어설 때였다. 영국 정부의 마지막 모험적 실험은 이렇게 시작됐고, 한 달여 지난 지금 그 결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놀란 결과... 해석 분분

결과는 놀랍게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제한 조치의 해제에도 불구하고 신규 확진자 수는 오히려 5만 명대에서 2만 명대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결과는 존슨 내각도, 영국의 방역 당국도, 감염 의학 전문가들도 놀라게 한 결과였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올해 영국의 신규 확진자 추이. 6월 유로2020 경기 이후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 임상훈

 
전문가들이 예상을 못했던 만큼 해석도 다양하다. 우선 백신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까지 영국의 성인 가운데 최소 1회 이상 접종한 국민은 90%에 달하고 있다. 2회까지 접종을 마친 성인도 75%에 달한다.

그런가 하면 공교롭게 제한 조치 해제의 시기가 각급 학교의 방학 시기와 겹치다보니 방학 효과가 제한 조치 이후의 위험요소를 상쇄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학기 중 학생들끼리의 접촉으로 인한 감염 위험도 있지만 학부모들의 잦은 접촉 또한 감염의 위험을 높이는 요소라고 한다.

더 흥미로운 분석도 있다. 6월 중순 이후 영국의 확진자 규모가 급속히 커진 이유는 올해 6월 열린 유로2020 축구대회에서 영국이 결승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잉글랜드 팀의 예상 밖 선전에 흥분한 팬들이 마스크도 없이 각종 펍(영국식 바)과 카페 등에 모여 방역에 반하는 모임들을 가졌다는 것이다.

우연인지 현재는 알 수 없으나 실제 유로2020이 끝나는 시기와 신규 확진자 규모가 줄어드는 시기가 일치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대표팀이 조기에 탈락한 스코틀랜드에서는 유로2020 동안 잉글랜드 지역만큼 확진자가 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백신과 함께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려는 영국의 마지막 실험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단정을 내리기에 변수는 너무 많고 자료 기간은 너무 짧다. 실제 백신의 완전한 보급, 그리고 앞으로 기대해야 할 치료제 보급과 함께 코로나19를 계절독감으로 치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영국의 확진자 감소를 다룬 프랑스 <르몽드> 기사. <르몽드>는 영국 정부의 제한 조치 해제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대응의 패러다임 전환 논의가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 르몽드 캡처

 
또한 영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잊지 않는 현재의 확진자 규모 수준 유지의 비결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생활 방역, 그리고 휴대전화에 설치된 어플리케이션 등 정보통신 기술 활용에 있다. 분명 앞으로 언젠가는 코로나19 대응이 확진자 규모 중심에서 중증 이행률, 치명률 규모 중심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될 수도, 또는 인간과 공생하는 계절독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든 분명한 것은 대기를 통해 이동하는 타액 비말이 바이러스 전파의 주원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마스크 착용과 철저한 위생 관리가 백신, 그리고 (앞으로 보급될) 치료제의 활용과 대체 관계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마스크 착용과 손 자주 씻기를 일상화 하는 것이 일상화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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