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큼 유럽축구 비시즌이 풍성했던 적이 있었을까. 지난 6월 11일부터 7월 11일까지 유럽 축구의 최강을 가리는 유로 2020 대회가 열렸다. 사상 처음으로 유럽 11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된 유로 2020은 결승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이탈리아가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를 꺾고 1968년 대회 이후 무려 5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탈리아로서는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진출 실패의 아픔을 씻을 수 있는 짜릿한 정상등극이었다.

유로 2020이 끝난 후에는 곧바로 2020 도쿄 올림픽이 시작됐고 축구종목 역시 양보 없는 혈투가 벌어졌다. 비록 메달을 기대했던 한국은 8강에서 멕시코에게 3-6으로 패했지만 축구강국들의 젊은 선수들이 치열하게 메달을 다퉜다. 브라질이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한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한국 축구팬들은 한국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긴 멕시코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꺾어준 것도 묘하게 통쾌했다.

하지만 유로 2020도, 2020 도쿄 올림픽도 이 선수의 이적 소식 만큼 충격적이진 않았다. 바로 FC바르셀로나의 영원한 레전드가 될 줄 알았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파리 생제르망 FC 이적이었다.

가뜩이나 여름 이적시장에서 알찬 보강을 했다고 평가 받은 PSG는 지난 시즌 라 리가 득점왕에 오르며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메시가 가세하면서 다시 한 번 유럽 정상을 겨낭할 수 있게 됐다.
 
 현존하는 최고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가 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에 입성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가 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에 입성했다. ⓒ 파리 생제르망FC

 
5관왕 무산 후 지난 시즌 리그 우승 실패
    
2019-2020 시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조기종료된 리그앙 3연패가 확정된 PSG는 내친김에 창단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노리고 있었다. 2019-2020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는 8강부터 기존의 홈&어웨이 방식이 아닌 중립경기장에서 관중 없이 단판승부로 다음 라운드 진출팀을 결정하기로 했다. 조추첨 결과 좋은 대진운을 받았던 PSG는 우승을 노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PSG는 아탈란타 BC와의 8에서 전반 26분 선취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막판 마르퀴뇨스와 에릭 추포모팅(FC 바이에른 뮌헨)의 연속골로 역전에 성공하며 4강에 진출했다. PSG는 RB 라이프치히와의 4강전에서도 마르키뇨스와 앙헬 디마리아, 후안 베르나트의 연속골에 힘입어 3-0으로 완승을 거두고 파죽지세로 결승에 진출했다. PSG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은 구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승 상대는 챔피언스리그 통산 5회 우승에 빛나는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PSG는 전반전 뮌헨과 대등한 승부를 이어갔지만 후반14분 킹슬리 코망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후 마음이 급해지면서 경기를 그르치고 말았다. 결국 0-1로 패한 PSG는 가장 중요했던 마지막 한 경기에서 패하면서 2019-2020 시즌 5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구단의 새 역사를 쓰려 했던 원대한 목표가 무산되고 말았다.

2019-2020 시즌 5관왕 실패의 후유증은 작지 않았다. PSG는 리그에서 킬리안 음바페가 세 시즌 연속 득점왕(27골)에 등극했지만 직전 시즌 4위에 머물렀던 릴 OSC에 승점 1점이 부족해 리그 4연패가 좌절되고 말았다. PSG는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원정 다득점으로 꺾고 설욕에 성공했지만 4강에서 맨체스터시티FC에게 연패를 당하면서 또 한 번 유럽 정상 도전이 좌절됐다.

메시-네이마르-음바페, 게임에서나 가능한 팀 구축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호화 멤버를 거느리고 있는 PSG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폭풍구매'에 나서며 6명의 선수를 새로 영입했다. 모두 기존 주전급 선수들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유럽 정상급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6명의 선수 중 무려 4명이 이적료가 필요하지 않은 '자유계약선수'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이다.

PSG는 지난 시즌 임대로 영입해 좋은 활약을 했던 다닐루 페레이라를 포르투FC로부터 완전 이적시켰고 바르셀로나 이적설이 있었던 자유계약선수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을 3년 계약으로 붙잡았다. 페레이라는 센터백부터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미드필더를 오갈 수 있는 다재다능한 자원이고 네덜란드 대표팀 부주장 바이날둠은 지난 유로 2020 조별리그에서 3골을 기록했을 정도로 공격 성향이 강한 중앙 미드필더다.

7월 6일 세리에A 정상급 라이트백 아슈라프 하키미를 최대 7000만 유로에 영입한 PSG는 이틀 후 현존하는 유럽축구 최고의 싸움닭 센터백 세르히오 라모스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7월 15일에는 유로 2020 최우수 선수에 빛나는 떠오르는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를 영입해 케일러 나바스의 노쇠화에 대비했다. 상대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라인이 한층 강화된 셈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번 여름 이적시장 PSG 최고의 영입은 역시 '축구의 신' 메시였다. 바르셀로나에서도 마지막 잔류오퍼를 보냈지만 이미 팬들에게 작별인사까지 마친 메시의 마음을 돌리기는 불가능했다. 절친 네이마르 주니오르의 등번호(10번)을 빼앗지 않고 등번호 30번을 달기로 한 메시는 PSG에서 네이마르, 음바페와 함께 축구게임에서나 가능할 법한 'MNM라인'을 형성해 공격을 이끌 예정이다.

많은 선수를 이적료가 필요 없는 자유계약으로 영입한 PSG는 아직 추가적으로 선수를 더 영입할 여력이 남아 있다. 실제로 PSG는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와 에두아르도 카마빙가(스타드 렌FC) 등 프랑스 국적의 스타 또는 유망주들을 추가로 영입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을 정도로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유럽 정상을 향한 PSG의 욕심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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