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한국 축구의 레전드 홍명보가 울산 현대의 지휘봉을 잡고, 올 시즌 처음으로 K리그 감독에 도전한다.

▲ 홍명보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가 지친 것일까. 선수들이 휴식기 없이 연이어 경기를 치른 여파가 드러나고 있다. 다가오는 무더위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홍명보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울산 현대(이하 울산)는 31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22라운드 FC 서울(이하 서울)과 경기에서 0-0 비겼다. 지난 수원 FC(이하 수원)전에 이어 2경기 무승을 거둬 2위 전북 현대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는 데 실패했다.

울산은 4-3-3 전형을 가동했다. 조현우(GK), 홍철, 임종은, 김기희, 김태환, 신형민, 김성준, 윤빛가람, 바코, 이청용, 오세훈이 출전했다.

서울은 3-5-2 전형이었다. 양한빈(GK), 이한범, 김원균, 황현수, 고광민, 백상훈, 기성용, 고요한, 윤종규, 조영욱, 박주영이 나섰다.

'헛심 공방전' 무위로 끝난 두 팀의 승부

경기 분위기를 주도한 건 원정 팀 울산이었다. 울산은 최전방 공격수 오세훈을 박스 안에 두고 측면에서 적극적인 공격을 가져갔다. 이에 서울은 라인을 내려 수비적인 모습을 보였고, 역습을 통해 기회를 만들겠다는 계산이었다.

전반 25분 서울은 백상훈의 위협적인 슈팅이 나왔지만 골문을 비껴갔다. 울산은 곧바로 바코의 슈팅과 윤빛가람의 프리킥으로 서울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42분, 울산의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신형민이 볼을 잘못 걷어냈고, 이 공은 서울의 기회로 이어졌다. 윤종규의 크로스가 박주영에게 전달됐지만 박주영의 슈팅은 빗맞고 골문을 크게 외면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두 팀은 교체를 감행했다. 울산은 오세훈, 신형민을 빼고 힌터제어, 고명진을 투입했다. 서울은 박주영, 조영욱 투톱을 불러들이고 지동원, 나상욱 투톱을 가동했다.
후반 2분 역습 과정에서 나온 바코의 위협적인 오른발 중거리 슈팅은 양한빈에게 막혔다. 후반 18분 윤빛가람의 프리킥은 힌터제어에게 정확하게 향했으나 힌터제어의 헤더 슈팅은 허무하게 뜨고 말았다.

울산의 공격을 막기 급급했던 서울은 후반 추가 시간을 잘 살릴 뻔했다. 나상호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은 골대를 살짝 지나쳤다. 이어 후반 추가 시간 2분, 서울이 경기에서 가장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지동원이 헤더로 떨거준 공을 나상호가 잡았고, 나상호는 박스 안으로 침투하고 있는 팔로세비치에게 패스했다. 팔로세비치는 결정적인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조현우가 서울의 결승 골을 허용하지 않으며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ACL+코호트 격리+올림픽 차출... 울산 결국엔 지쳤나?

울산이 충격적인 2경기 무승을 거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ACL)와 한국 복귀 후 코호트 격리의 여파가 컸다. 현재 일부 선수들이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됐고, 역대급으로 더운 여름 날씨까지 겹쳐 선수들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수원전 울산은 홈에서 펼쳐진 경기임에도 무려 5골을 실점해 16경기 무패행진을 마감했다. 홈 8경기 무패행진도 끝났다. 울산 선수들이 상대 공격수인 라스를 막는 걸 버거워한 것이 패배의 요인이었다. 울산 선수들은 수원 선수들에 비해 한 발짝씩 느렸고, 애매한 볼 처리가 모두 라스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번 서울전에서도 울산 선수들은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상대 선수들이 예상치 못한 패턴으로 수비 라인을 붕괴시키는 울산의 공격 방식은 2경기 동안 잘 나오지 않았다. 바코와 윤빛가람의 한 방을 제외하곤 서울에 크게 위협을 가하는 플레이가 없었다.

울산은 리그가 휴식기를 맞이한 6월 후반부터 7월 초반까지 태국에서 ACL 경기를 치렀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코호트 격리를 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을 수 없었다.

선수들이 지친 상황에선 로테이션 변화를 추구해야 하지만 현재 울산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 ACL 기간부터 이동경, 이동준, 설영우, 원두재가 올림픽 김학범호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팀 내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 자원들이다. 이동준은 6골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고, 원두재는 중원의 핵심이다. 설영우와 이동경 또한 베테랑 선수들과 로테이션을 통해 변화를 줄 수 있는 자원이다.

경기력이 점점 저하되고 있다. 그러나 바꿔줄 선수가 없다. 올림픽 대표팀이 31일 멕시코와 8강전에서 탈락했지만, 이들이 팀에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8월 한 달 동안 울산은 7경기를 치른다. 약 3~4일에 한 번씩 경기가 있다. 내달 초엔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이 기다리고 있다. 울산은 K리그 구단 중 가장 많은 국가대표를 보유한 구단이다. 최종예선 이후엔 곧바로 라이벌 전북 현대와 ACL 16강 가와사키 프론탈레 2연전이 있다. 한 시즌의 성과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2연전이기에 빽빽한 일정이 부담스럽다.

다행히 새롭게 팀에 합류한 선수들이 있다. 이번 여름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윤일록과 군 복무를 마친 공격수 오세훈, 미드필더 박용우 그리고 수비수 이명재가 합류했다. 그 이전엔 공익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수비수 임종은도 있다.

울산과 홍명보 감독에겐 여유가 필요하다. 확실한 체력 관리를 통해 이전에 경기력을 찾는 걸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이번 시즌 '트레블(리그, ACL, 컵)'에 도전하는 울산이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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