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첫 대결 앞둔 야구 한국 - 이스라엘 감독 올림픽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28일 일본 요코하마 구 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첫 경기 상대인 이스라엘 에릭 홀츠 감독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 [올림픽] 첫 대결 앞둔 야구 한국 - 이스라엘 감독 올림픽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28일 일본 요코하마 구 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첫 경기 상대인 이스라엘 에릭 홀츠 감독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야구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또 한번의 영광을 꿈꾼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9일 오후 7시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야구대표팀은 지난 2008 베이징 대회에서 9전 전승의 신화를 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은 2009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아시안게임 3연패 등으로 한동안 국제무대에서 꾸준한 호성적을 이어갔다.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2008년부터 KBO리그 관중 수가 500만 명을 넘더니, 2017년에는 840만 명까지 증가하며 정점을 찍었다.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 이후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황금세대로 성장했고 KBO리그의 인기 중흥에도 중요한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이후 야구는 한동안 올림픽 정식종목에서는 제외되었지만 최근 13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복귀하게 됨에 따라 한국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개최국 일본, 전직 메이저리거가 다수 포함된 미국과 이스라엘 등을 넘어 정상 수성에 도전하게 됐다.

국내 최고 선수들 빠져, '특급 에이스-거포' 부재

김경문 감독은 2008 베이징에서의 영광스러운 추억에 이어 다시 한번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화려한 명성에 비하여 프로팀에서는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는 2인자의 이미지가 강했던 김 감독이 유일하게 정상에 올랐던 것이 바로 올림픽 무대였다.

하지만 김경문호는 13년 전과는 또다른 상황과 고민에 놓여있다. 2008년 당시는 한국야구가 한창 부흥기를 맞이하며 류현진, 김광현, 김현수, 이대호 등 젊고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즐비했고 이승엽과 김동주, 박진만, 진갑용, 정대현같은 베테랑들도 건재하여 공수에서 탄탄한 전력을 갖출 수 있었다. 당시 대표팀은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중이던 추신수와 박찬호가 빠졌지만 해외파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는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김하성 같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전통적으로 시즌 내 40인 로스터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에 빠진 메이저리거들이 모두 경험이나 기량면에서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대표팀으로서는 더 아쉬울 만하다.

이번 대표팀은 전반적으로 세대교체에 무게가 쏠린다. 김경문 감독은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24명)를 발표하며 신구조화를 추구했던 13년 전에 비하여 20대 초반 이하의 젊은 선수들 비중을 크게 늘렸다.

원태인, 최원준, 김민우 등이 첫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의리와 김진욱 등 심지어 올해 프로에 데뷔한 신인도 있다. 대표팀 타선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이정후와 강백호도 올림픽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출전 당시 막내급이던 김현수, 강민호, 오승환 등이 이제는 최고참급이 되어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패기와 투지는 젊은 팀의 장점이지만, 그만큼 경험이 부족하다는 불안요소도 있다.

이번 대표팀에는 류현진·김광현 같이 확실한 특급 에이스나 이승엽·이대호 같은 거포도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경문 감독은 수비 중심의 지키는 야구로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김 감독은 투수 로스터 11명 중 고우석·조상우·오승환을 제외하고 나머지 8명을 선발자원으로 구성했다. 베이징 대회와 비교하여 투수 유형이 다양해졌고 불펜진은 확실한 소수정예로 꾸려져서 변칙적인 마운드 운용이 가능해졌다.

상대적으로 좌완 요원이 부족하다는게 약점인데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되는 차우찬과 10대 파워 이의리와 김진욱이 얼마나 활약해줄지가 변수다. 내외야진 역시 허경민-오지환-박해민 등 공격보다 수비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둔 선발이 돋보인다.

한국야구 무너진 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
 
[올림픽] '2연패 도전' 야구대표팀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이 27일 일본 도쿄 오타스타디움에서 훈련을 갖고 몸을 풀고 있다. 대표팀은 29일 이스라엘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 [올림픽] '2연패 도전' 야구대표팀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이 27일 일본 도쿄 오타스타디움에서 훈련을 갖고 몸을 풀고 있다. 대표팀은 29일 이스라엘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 연합뉴스

 
한국은 B조에서 이스라엘·미국(31일)과 조별 리그를 치른다. 에릭 홀츠 감독이 이끄는 이스라엘은 원래 야구강국으로 알려진 국가는 아니지만 베테랑 내야수 이언 킨슬러를 포함하여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이 8명이나 포진해 있을 만큼 만만치 않은 전력을 자랑한다.

이스라엘은 2019년 9월 도쿄올림픽 유럽·아프리카 예선 최종전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개최국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며 대회를 준비할수 있는 기간이 가장 길었다. 한국은 김인식 감독이 이끌었던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고척돔 예선 첫 경기에서 이스라엘을 만나 1대 2로 패한 아픔이 있다. 한국은 이스라엘전에서 올시즌 KBO리그 10승 4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하며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한 원태인(삼성)을 출격시킨다.

2차전에서 만날 미국도 메이저리그 명장 마이크 소샤 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빅리그 출신 베테랑 14명과 마이너리그 유망주-일본프로야구 경험이 있는 선수들까지 조화를 이룬 만만치 않은 전력을 자랑한다.

B조 1위를 차지하고 이어지는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A조(일본·멕시코·도미니카공화국) 1위를 꺾으면 준결승으로 직행할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은 참가국이 6개국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족한 경기수를 보완하기 위하여 '패자부활전' 방식을 도입했다. 조별 리그에서 한 번이라도 패하면 결승 진출로 가는 길이 매우 험난해진다.

무엇보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가 대내외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이라 야구대표팀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KBO리그는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과 관련해 일부 프로선수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리그가 당초 예정된 올림픽 휴식기보다 앞서서 조기중단되는 악재를 맞이했다. 선수와 구단 모두 징계를 받고 여론의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프로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과 거짓말, 무절제한 사생활 등 만천하에 드러난 '도덕적 해이'에 대한 팬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다.

대표팀 역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전임자인 김인식-선동열 감독이 부진한 성적과 선수선발 논란으로 잡음에 휘말리며 물러나는 과정이 하나같이 불명예스러웠다. 김경문 감독도 이번 올림픽대표팀 구성을 놓고 공정성과 말바꾸기 논란에 자유롭지 못했다. 리그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젊은 선수들이 다수 외면받았고, 오지환이나 오승환같이 논란의 전력이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도 싸늘한 평가를 받고 있다. 가뜩이나 안팎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팀마저 올림픽에서 부진한 성과를 거둔다면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목표는 우승'이라며 정면돌파를 선택했고, '단결된 팀워크'를 한국야구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는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김경문호가 한국야구에 실망했던 팬들의 분노와 무너진 신뢰를, 올림픽의 감동으로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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