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리카투>는 지금 세상의 광기 어린 질주에 대한 알레고리(우화)다.'

인도 영화 <잘리카투>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위와 같은 문장이 될 것이다. 현대사회에 내재된 문제들과 인간의 본성이라는, 어느 나라 관객이든 공감할 수 있는 쟁점을 비유로써 그린다. 

오는 8월 5일 개봉하는 영화 <잘리카투>의 언론시사회가 27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눈과 귀를 홀리는 폭주
 
<잘리카투>는 시골 마을의 푸줏간(도축장)을 도망친 물소 한 마리가 온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마을의 남자들이 물소를 잡기 위해 나서면서 펼쳐지는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평화롭던 마을은 물소를 제압하려는 남자들로 인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인간과 짐승의 구분이 사라져 버린 물소 사냥은 점차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광기로 변해간다.

폭주하는 인간들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진정 누가 짐승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참고로, 잘리카투(또는 살리카투)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수확 축제 중에 열리는 전통 경기로, 참가자들은 풀어놓은 황소의 등에 올라타서 최대한 오래 버티거나 소를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한다. 살벌한 집단 경기다. 물론 영화에서 그리는 건 실제 잘리카투가 아니지만, 인간들끼리 벌이는 싸움은 잘리카투와 다를 바 없다.

영화는 질서로 시작해 점점 혼란으로 나아간다. 평화로운 마을 전경은 편안하고 안정된 리듬으로 그려지지만, 곧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면서 동적 에너지로 폭발하며 폭력적이고 빠른 리듬으로 내달린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아름다움에서 기괴함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장면들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미친 듯이 질주하는 이 영화는 관객의 눈과 귀를 홀린다. 일단 영화의 배경부터가 압도적인 마력으로 시선을 끌어들인다. 남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의 촬영지는 인도 케랄라 주 이두키 지구 카타파나다. 이 지방의 향토색이 한껏 묻어나는 장면들은 해당 지역의 종교와 식문화 등으로 사실감 있게 채워져 생동감을 느끼게끔 한다.

음악 또한 광기를 잘 구현해낸다. 아카펠라, 구호, 손으로 두드리는 소리 등이 삽입되어 정적에서 불협화음으로, 그리고 다시 정적으로 가는 리듬을 만든다. 듣는 이의 마음을 격동시키는 사운드는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에서 반응하는 동물적 충동을 감지하게 만든다. 

압도적인 에너지의 군중신
   
"나는 이 영화에 두 개의 캐릭터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탈주한 짐승이고 다른 하나는 종국에 거대한 짐승이 되어버리는 군중 그 자체다." (리조 조세 펠리세리 감독)

이 영화는 인간의 탈을 벗어던지고 그 아래 숨어있던 짐승을 드러내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마오주의자>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 풍자적이면서도 잔혹한 스릴러적 요소가 강하다. 감독은 공식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이 영화의 핵심을 설명한다. 

"<잘리카투>는 이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모든 것이다. 지금 나는 이 영화를 성경의 요한계시록과 좀 더 연관 짓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혼돈의 정점에 대한 것이 아니라 광명의 세계로 돌아오는 여행에 대한 것이다." (리조 조세 펠리세리 감독)

이 영화는 제78회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제93회 아카데미에서 국제장편영화상 인도 영화 대표로 선정된 바 있다. 또한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후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관객들을 미리 만났다. 

한 줄 평: 인간은 집단이 되고, 집단은 괴물이 된다
평점: ★★★☆(3.5/5)
 

영화 정보

제목 : 잘리카투 원제 : ஏறுதழுவல் 영제 : JALLIKATTU 국가 : 인도  장르 : 액션, 스릴러, 블랙코미디 감독 : 리조 조세 펠리세리 Lijo Jose Pellissery 출연 : 안토니 바르게즈, 사부몬 압두사마드, 쳄반 비노드 조제, 산티 발라찬드란 배급 : (주)슈아픽처스 러닝타임 : 93분 개봉 : 2021년 8월 5일(목)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