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프로야구 사상 첫 리그 중단의 후폭풍이 이제는 프로야구계의 신뢰도 문제로 번지고 있다. 방역수칙 위반과 부적절한 행보로 물의를 빚으며 징계를 받은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에 이어,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도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한화와 키움 구단은 17일 외부인 접촉으로 물의를 빚은 선수들이 처음 진술과 다르게 일부 접촉이 있었음을 확인하며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정정 보고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불과 하루전만 해도 두 구단은 방역수칙에 위반되는 사항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강남구청 측이 역학조사를 통해 한화와 키움 선수들이 같은 시간대에 한자리에 동석했었다는 증거가 제기됐다. 이 자리에는 외부인 2명과 전직 야구선수 1명 등을 포함하여 6분간 총 7명이 있었고, 이 중 백신 접종자 2명을 빼더라도 5명이 한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방역 수칙을 위반한 것이다.

현재 KBO는 올림픽 브레이크를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을 결정한 상태였다. NC와 두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한 것이 원인이었다. 특히 박석민과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 등 일부 NC 선수들이 지난 5일 밤 방역수칙을 어기고 일반인 여성 지인 2명과 사적 모임을 가진 이후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런데 같은 날 새벽, 키움과 한화 선수들도 같은 호텔에서 이들 외부인과 만난 걸로 드러나며 논란이 더 커졌다.

결국 KBO는 16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술자리 파문을 일으킨 NC다이노스 소속 선수 4명에게 72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000만 원, NC 구단에는 제재금 1억 원의 징계를 내렸다. 한화와 키움 선수들에 대해서도 추가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 국가대표에 발탁되었던 박민우와 한현희 등은 불명예스럽게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대표팀은 대체서수를 발탁해야 했다. 또한 KBO는 프로야구 10개 구단에게 '사적인 모임에 관한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이번 논란은 단지 몇몇 선수들 개인의 일탈이라는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선수들은 방역수칙을 위반했을뿐 아니라 거짓말로 역학조사를 사실상 방해하기까지 했다. 소속구단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의 안위가 걸린 중요한 상황에서 개인의 이익만을 챙겨 자신들의 잘못을 축소-은폐하려한 것이다. 선수들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 구단도 무책임한 행보로 혼선을 빚었다.

한 두명이 우연히 저지른 것이라면 개인의 잘못이나 실수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벌써 사건에 연루된 것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팀만 4개 구단, 이중 같은 외부인들이 관련된 것이 3개 구단에 이른다. 어린 유망주부터 몸값이 100억 대에 이르는 스타급 선수, 은퇴 선수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이쯤되면 '프로야구 선수들의 보편적 사회의식이 이런 수준이었나'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야구계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KBO는 이 판국에도 아무도 반기지 않는 올스타전 개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각 구단들은 리그 중단에 따른 손익계산에만 집착하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그제야 눈치를 보며 사과와 전수조사 등을 운운하며 뒤늦은 땜질 처방에 나서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을 대표한다는 선수협은 사과문을 냈지만 재발방지 대책이나 의식개선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않는 형식적인 사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야구계 운영주체들이 모두 나서서 합동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고개를 숙여도 모자랄 시점이다. 물의에 휩싸인 선수들에 대해서는 징계가 아니라 야구계 퇴출까지 요구하는 강경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판국에 야구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 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휴식기 이후 BO리그가 재개된다고 한들 팬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을까. 

혹시라도 실망한 팬들에게 야구를 잘해서 보답하겠다는 식의 변명은 더 이상 하지말자. 오랜 시간 화려한 인기와 성공에 도취되어 있던 '배부른 야구계'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수 있을지 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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