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이하 한국 시각) 결승전을 끝으로 종료된 2021 코파 아메리카 브라질 대회에서는 경기가 끝난 후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하 월클)의 또 다른 품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때 같은 유럽 클럽에서 활약했던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브라질의 네이마르 다 실바(파리 생제르망)의 모습이었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이스타지우 두 마라카낭에서 열렸던 개최국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은 앙헬 디 마리아(파리 생제르망)의 결승 골이 기록되며 아르헨티나의 1-0 승리로 끝났다. 이리하여 아르헨티나 국가 대표팀은 1993 코파 아메리카 에콰도르 대회 이후 무려 28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클럽 우승 경험만 있었던 메시, 우승과 인연이 멀었던 국가 대표

1987년 6월 24일 생이었던 메시는 유스 클럽을 거쳐 본격적으로 선수가 됐다. 이후 유스 시절 FC 바르셀로나 한 팀에서만 프로 선수 활약을 했다. 한 클럽에서만 활약하면서 코파 델 레이 우승 7회, 라 리가 우승 10회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등 클럽에서 할 수 있는 우승과 함께 득점왕 이력도 모두 갖췄다.

그러나 메시는 그 동안 아르헨티나 국가 대표팀에서는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1978년 자국에서 개최했던 FIFA 월드컵과 1986년 멕시코 대회 단 2번의 FIFA 월드컵에서만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로 코파 아메리카 역대 최다 우승 횟수에서 우루과이와 동률(15회)에 올랐지만 이전까지 마지막 우승은 1993년이었다.

2005년에 국가 A대표팀 선수로 데뷔했던 메시는 2006년 독일 대회에서 처음으로 FIFA 월드컵에 출전했다. 다만 이 대회는 경험을 쌓기 위한 백업 멤버 출전이었고, 조별리그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등 좋은 경험을 쌓는 것에서 만족해야 했다. 2007년에 메시는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 첫 출전했으나 브라질을 상대로 0-3 완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렸던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공격 포인트를 많이 기록하진 못했지만 자신이 다른 수비수들을 유인하며 팀 동료들에게 많은 득점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독일과의 8강전 전날 감기 몸살에 시달리는 바람에 몸 상태가 온전하지 못했고, 독일에 패하며 8강전에서 도전을 멈춰야 했다.

2011년 조국 아르헨티나에서 개최했던 코파 아메리카에서 메시는 3도움을 기록하며 토너먼트 진출에 기여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8강전에서 우루과이를 만났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또 다시 좌절을 겪었고, 개인상에서는 도움왕에 만족해야 했다.

2014년 브라질에서 개최했던 월드컵에서는 남아메리카 예선부터 무서운 활약을 선보이며 아르헨티나가 대륙 예선 1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본선에서도 메시는 4득점 1도움을 기록하며 결승 진출에 기여하고 골든볼을 수상했다. 하지만 개최국 브라질을 7-1로 대파했던 독일을 결승전에서 또 만나게 되면서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2015년 칠레에서, 2016년 미국에서 100주년 기념 대회로 열렸던 코파 아메리카 두 대회에 연속 출전했던 메시는 두 대회 모두 결승 진출에 기여했다. 2015년 칠레 대회에서는 1득점 3도움으로 공동 도움왕에 올랐고, 2016년 100주년 기념 대회에서는 5득점 4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5년과 2016년 모두 결승전에서 칠레를 만났다. 두 번 모두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치른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는데, 특히 2016년에는 메시 자신이 승부차기를 실축하는 바람에 준우승에 그쳤다. 이 시절 충격이 컸던 메시는 2015년 대회에서는 MVP에 선정되었지만 수상을 거부했다.

2018년 러시아에서 열렸던 월드컵에서는 간신히 16강에 진출했지만 하필이면 16강전에서 대회 우승 팀 프랑스를 만나 3-4로 패하고 말았다. 2019년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빠졌던 개최국 브라질을 상대로 패하고 말았다. 게다가 칠레와의 3,4위 결정전에서 가리 메델(현 볼로냐 FC)과 동반 퇴장을 당한 뒤 A매치 3개월 출전 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한 많았던 우승 도전기, 우여곡절 끝에 우승한 메시와 아르헨티나

이후 남아메리카 축구 연맹(CONMEBOL)은 코파 아메리카도 UEFA 유로피언 챔피언십(이하 유로)과 개최 시기를 맞추려고 다음 대회 개최를 2020년으로 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하여 유로와 코파 아메리카 두 대회가 모두 2021년으로 연기되고 말았다.

이 대회는 원래 메시의 조국인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가 공동으로 개최하려고 했다. 그러나 콜롬비아가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혼란스러워졌고, 대규모 반정부 시위까지 겹쳤다. 아르헨티나도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혼란스러워지면서 대회 개최 2주를 앞두고 코파 아메리카 개최를 포기했다.

CONMEBOL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지난 대회를 개최했던 브라질로 대회 장소를 급하게 바꿨다. 브라질도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안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회 2주를 앞두고 대회를 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메시에게 우승 도전의 기회가 열렸다.

원래 이 대회는 2022년 월드컵 최종예선이 면제된 개최국 카타르와 태평양 건너편 호주도 초청국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겸 아시안컵 예선 일정이 미뤄져 코파 아메리카와 일정이 겹치게 되었고, 남아메리카 연맹의 10개국만 참가하게 됐다.

원래 계획이었다면 12개국이 조별리그를 치러야 했으나, 카타르와 호주가 참가하지 못하게 되면서 10개국이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렀다. 덕분에(?) A조 최하위 볼리비아와 B조 최하위 베네수엘라를 제외한 나머지 8개국이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아르헨티나는 A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8강전에서 에콰도르를 3-0으로 완파한 아르헨티나는 준결승전에서 콜롬비아를 만나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임을 감안하여 토너먼트에서는 연장전 없이 바로 승부차기를 진행했는데, 이 승부차기를 통해 아르헨티나가 콜롬비아를 꺾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는 개최국 브라질(B조 1위)을 만났다. 이번에는 아르헨티나의 주장 메시와 브라질의 에이스 네이마르가 모두 출전한 상태에서 진정한 승부가 이뤄졌다. 디 마리아의 결승 골에 힘입은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대회 4득점 5도움을 기록한 메시도 드디어 국가 대표로서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

이 대회에 출전하면서 메시는 A매치 151경기 출전으로 아르헨티나 국가 대표 역대 1위에 올랐다. A매치 득점 부문에서도 76득점으로 아르헨티나 국가 대표 역대 1위를 기록하며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에 또 다른 기록을 썼다. 이번 대회에서도 득점왕과 도움왕, 대회 MVP까지 싹쓸이했는데, 부상을 안고 토너먼트에 출전했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더 놀라게 했다.

경기 후 메시와 네이마르의 인사, 국적을 뛰어넘은 월클의 우정

메시와 네이마르 그리고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3명의 선수는 FC 바르셀로나 한 팀에서 같이 활약했던 시절이 있었던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3명이 함께 활약하던 시절 바르셀로나는 라 리가, 코파 델 레이, UEFA 챔피언스리그 등을 모두 석권하는 영광을 누렸다.

현재는 네이마르가 프랑스의 리그 앙으로 떠났고, 수아레스도 팀을 옮기면서 3명이 모두 다른 팀에서 뛰고 있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메시와 네이마르는 각자 조국의 우승을 걸고 진검승부를 벌인 끝에 승자와 패자로 나뉜 상황이었다.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던 메시는 옆에 있던 네이마르를 발견했다. 준우승에 그치며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던 네이마르를 보면서 메시는 마냥 활짝 웃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두 선수는 서로를 한동안 끌어안고 인사를 나눴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현지에서 보도된 소식을 통해 이들은 라커 룸에서 회포를 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네이마르도 메시와 마찬가지로 우승에 한이 많은 선수였다. 메시와 네이마르 둘 다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A대표팀이 출전하는 메이저 대회에서 그 동안 우승을 맛보지 못했던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네이마르는 2014년 조국 브라질에서 열렸던 월드컵 8강전에서 콜롬비아의 후안 카밀로 수니가(현재 은퇴)와 충돌하는 바람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네이마르가 빠졌던 브라질은 준결승전에서 독일에게 1-7 충격적인 대패를 당하며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후 네이마르도 한 맺힌 우승 도전기를 쓰고 있으나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조국에서 열린 올림픽 금메달 획득과는 별개로 2016년 코파 아메리카 100주년 기념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굴욕을 겪었고, 2018년 러시아에서 열렸던 월드컵에서는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네이마르에게 또 한 번 아쉬웠던 시기는 2019년 코파 아메리카였다. 조국 브라질에서 대회가 열렸지만 네이마르는 부상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했고, 이 때 브라질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른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네이마르도 우승에 한이 많은 선수였지만, 우승을 차지한 옛 동료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이며 그라운드에서 우정을 과시했다.

이제 메시와 네이마르가 그라운드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다음 기회는 2022년 겨울 카타르에서 열리는 FIFA 월드컵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10개국이 월드컵 본선 티켓 4장 반을 놓고 홈 & 어웨이 풀 리그를 치르는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예선 순위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어 본선 진출 가능성은 높다.

1987년 생인 메시가 만 35세가 되는 내년 겨울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으나, 메시는 마지막 숙원인 월드컵 우승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두 선수가 내년 겨울 카타르에서 만나 또 한 번 그라운드에서 우정을 나눌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코파아메리카 리오넬메시 네이마르다실바 아르헨티나우승 메시와네이마르의우정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