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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최근 부산지역 매출 1위인 가야점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안산점, 대구점, 대전둔산점, 대전탄방점에 이어 다섯 번째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최근 부산지역 매출 1위인 가야점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안산점, 대구점, 대전둔산점, 대전탄방점에 이어 다섯 번째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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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생기고 나서 하루도 맘편히 보낼 수가 없습니다."

김은희 전국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부산본부 가야점 지회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홈플러스의 잇따른 점포 매각에 1000여 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부산 가야점 구성원들이 생존 절벽에 내몰렸다.

점포가 폐점되더라도 사측은 직영 직원을 인근 매장으로 분산 배치하겠다고 했지만, 노조측은 이를 신뢰하지 않았다. 700여 명의 협력·외주업체 직원들은 이런 대상조차 아니었다. 김 지회장은 "우리의 처지를 알려내려고 있는 힘을 다해 뛰어다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잇달아 점포 매각하는 사모펀드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는 지난해부터 재무건전성 차원에서 여러 곳의 점포를 팔고 있다. 부산 가야점은 경기 안산점, 대구점, 대전 둔산점·탄방점에 이어 다섯 번째 '줄폐점' 대상에 올랐다. 가야점 매각 계약 체결은 지난 5월 한 부동산개발업체와 이루어졌다. 매입가격은 3500억원 대로 추정한다. 이 업체는 가야점 건물을 허물고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세워 분양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이 점점 축소되는 분위기여서 다른 매장에 대한 추가 매각 가능성도 크다. 노조는 "MBK가 현재 상황을 틈 타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흑자 매장이라도 매각을 서슴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장맛비가 내리는 5일 부산시청을 찾아 준비한 편지글을 읽은 김은희 지회장은 심각한 현장 분위기도 함께 설명했다. 매각 과정을 '밀실'로 규정한 그는 "부산 홈플러스 곳곳마다 조용한 데가 없다. 매일매일 (어디가) 폐점된다더라, 팔렸다더라 소문이 무성하다. (내부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런 우려에 지난달 19일 홈플러스지부 소속 전 지회가 하루 파업에 돌입했다. 이보다 사흘 앞선 16일에는 수십여 명의 여성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집단 삭발식을 진행했다. "마구잡이식 매점·매각을 막아야 한다"라는 주장이었다. 홈플러스 내 양대 노조가 속한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도 '투기자본 규제 촉구' 서명결과를 최근 문재인 정부에 전달했다. 여기엔 직영직원, 협력업체 등 1만5천여 명이 동참했다.
 
부산 매출 1위인 홈플러스 가야점 폐점에 반대하는 노동자들. 5일 부산시청 앞, 2021부산민중대회 준비위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은희 전국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 가야지회장이 폐점 반대 입장 글을 낭독하고 있다.
 부산 매출 1위인 홈플러스 가야점 폐점에 반대하는 노동자들. 5일 부산시청 앞, 2021부산민중대회 준비위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은희 전국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 가야지회장이 폐점 반대 입장 글을 낭독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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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도 투기자본이 코로나19 시기에 점포 매각을 가속화하는 것에 비판 목소리가 크다. 그 여파가 고용은 물론 지역경제에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김 지회장과 함께한 2021 부산민중연대 준비위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투기자본의 시커먼 배를 불리기 위해서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은 반사회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자리'를 강조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을 향해서도 "폐점에 제동을 걸어 대규모 실업을 막아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투기자본의 횡포에 쐐기를 박는 대책안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점포 매각사태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부산시의회 역시 동의하는 분위기다.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는 최근 '투기자본 매각으로 인한 홈플러스 가야점 일방적 폐점 규제와 고용안정 촉구 결의안'을 지난달 30일 297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 상정했다. 재석한 부산시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이를 가결했다.

결의문에는 "국회가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하며, 피해를 막기위한 부산지역 조례를 추진하겠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일방적이고 비밀스러운 매각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라는 부산시의회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생계보장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라"라고 촉구했다.

태그:#홈플러스, #가야점, #대구점, #사모펀드, #M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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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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