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가 로베르토 라모스를 방출하고 저스틴 보어를 새로 영입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사진은 LG 새 외국인 타자 보어.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로베르토 라모스를 방출하고 저스틴 보어를 새로 영입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사진은 LG 새 외국인 타자 보어. ⓒ LG트윈스

 
27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가 승부수를 던졌다.

LG 트윈스 구단은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외국인 선수 로베르토 라모스를 웨이버 공시 요청하고 새 외국인 선수 저스틴 보어와 총액 35만 달러(연봉30만+인센티브5만)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차명석 단장은 "저스틴 보어는 뛰어난 장타력과 출루 능력을 겸비한 1루수이다. 또한 일본 야구를 경험하여 KBO리그에 빨리 적응하며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559경기에 출전한 보어는 타율 .253 92홈런303타점을 기록하며 빅리그 내에서도 장타력을 인정 받은 거포다. 특히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4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과 함께 연 평균 20.75개의 홈런포를 터트린 바 있다. 작년에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등 동양야구 경험도 있다. LG로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의 경력을 자랑하는 '빅네임'을 영입한 셈이다.

결과가 썩 좋지 않았던 LG의 '빅네임' 영입

사실 LG가 성적반등, 또는 우승도전을 위해 화려한 빅리그 경력을 가진 외국인 타자를 데려온 것은 보어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2002년을 끝으로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던 LG의 성적이 말해주듯 거물급 외국인 타자 영입이 언제나 팀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보어의 너무 큰 이름값이 오히려 불안요소로 느껴지는 이유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뒤 불과 1년 만에 6위로 추락한 LG는 2004년 이순철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 부임 이후 빅리그 통산 1232경기에 출전했던 거물급 외야수 알 마틴을 영입했다. 하지만 마틴은 LG 입단 당시 이미 37세의 고령(?)이었고 107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291 9홈런52타점45득점이라는 평범한 성적을 남기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LG 역시 2년 연속 6위에 머물렀다. 

2015년에는 고질적인 3루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메이저리그의 대표 유틸리티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던 잭 한나한을 데려왔다. 한나한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신시내티 레즈 시절 추신수(SSG랜더스)의 팀 동료로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선수였다. 그는 .327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빅리거의 위용을 뽐냈지만 기대했던 3루수로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고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단 32경기 만에 중도 퇴출됐다.

2017년에는 발목부상을 당한 외국인 선수 루이스 히메네스의 공백이 길어지자 5년 동안 LA다저스에서 주전 1루수로 활약했던 제임스 로니를 영입했다. LG팬들은 급이 다른 레벨의 외국인 선수 로니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그는 23경기에서 타율 .278 3홈런12타점의 평범한 성적을 남긴 채 2군 강등에 불만을 품고 돌연 미국으로 도주해 버렸다. 역대급 이름값의 외국인 선수가 '역대급 흑역사'가 된 것이다.

2019년에는 LG의 고질적인 약점인 우타거포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했던 토미 조셉을 데려왔다. 하지만 그는 고질적으로 허리가 좋지 않았고 55경기에서 타율 .274 9홈런36타점의 성적을 남기고 퇴출됐다. 조셉은 미국으로 돌아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이너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지만 허리 부상 여파로 이른 나이에 은퇴하고 올해부터 뉴욕 메츠의 마이너리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빅리그서 검증된 보어의 장타력, KBO리그에서는?

이처럼 LG는 이름값 높은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다가 낭패를 봤던 기억이 여러 차례 있었다. 물론 이 사실은 LG구단이 가장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년 홈런2위(38개)를 기록했다가 올해 타율 .243 8홈런25타점으로 부진한 것도 모자라 허리 통증으로 3주째 개점 휴업 중인 외국인 선수를 계속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LG가 시즌 전부터 라모스의 대안으로 생각했던 보어를 서둘러 영입한 이유다.

2014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보어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풀타임 빅리거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5위에 올랐다(그 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은 시카고 컵스의 크리스 브라이언트였고 3위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활약하던 강정호였다). 보어는 2017년까지 꾸준히 마이애미의 주전 1루수로 활약하며 착실히 빅리그 커리어를 쌓았다.

하지만 보어는 2018년 타율이 .227로 뚝 떨어지면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됐고 2019년에는 LA 에인절스에서 활약했지만 52경기 출전과 함께 1할대 타율에 허덕였다. 작년 시즌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한 보어는 99경기에서 타율 .243 17홈런45타점을 기록한 후 1년 만에 일본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올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트리플A구단에서 활약하다가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우투좌타 1루수인 보어는 LG에 합류하면 잔여시즌 동안 주전 1루수로 활약하며 중심타선 한 자리를 맡게 될 확률이 높다. 라모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 41경기에서 타율 .275 7홈런22타점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루키 문보경은 보어가 합류하면 대타 요원 및 1루와 3루 백업을 오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하게 될 전망이다. 보어로서는 전도유망한 신인의 자리를 차지하는 만큼 더 좋은 활약이 필요하다.

작년 시즌 이런 저런 잔부상으로 27경기에 결장했고 타율도 3할에 미치지 못했던 라모스가 2배의 몸값에 재계약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걸리면 넘어가는' 호쾌한 장타력 때문이었다. LG구단과 팬들이 보어에게 기대하고 있는 부분도 역시 한 번의 스윙으로 경기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홈런과 장타능력이다. 과연 힘들게 영입한 메이저리그 출신 거포는 우승에 도전하는 LG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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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저스틴 보어 로베르토 라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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