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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24일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선고 직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군인권센터,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판결 의미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대법원이 24일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선고 직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군인권센터,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판결 의미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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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비폭력' 신념을 근거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비 여호와의 증인 가운데 비폭력 신념으로 예비군 훈련 및 병역동원 소집에 불참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같은 판단이 현역병에게도 확장되어 적용된 최초의 판결이자, 비 여호와의 증인 피고인에게 양심적 병역거부 판단이 적용된 두 번째 사례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유로 인정된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아무개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피고인의 신념과 신앙이 내면 깊이 자리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정씨는 2017년 11월까지 입영하라는 현역 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대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정씨는 대한성공회 교인으로 비폭력주의, 반전주의 신념과 기독교 신앙 등을 병역 거부 사유로 주장해 왔다. 

정씨에 대한 1심과 항소심(2심) 재판부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1심은 정씨의 신념을 판단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피고인은 기독교인 '퀴어 페미니트스'로서의 가치관이 폭력과 전쟁에 반하므로, 그에 따라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무죄의 근거였다.

나아가 2심은 "피고인은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됐고,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의 전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신앙과 신념이 내면 깊이 자리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인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2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춰 타당하지 않다"면서 "피고인의 현역병 입영 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을 수긍한다"고 판시했다.

"재판 아닌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심사 통해 대체복무 기회 줘야"  

대법원 선고 이후 정씨 측 변호인을 비롯해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 의의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먼저 정씨 측 변호인인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오늘 판결은 비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판결이라 보기 어렵다"면서 "정씨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유는 두 가지로, 기독교적 평화주의 신념과 페미니즘 신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판례가 변경된 이후에도 특정 종파 문제처럼 다뤄져 왔다"면서 "하지만 오늘 판결을 통해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이후 무죄를 선고 받은 병역거부자는 800명이 넘지만, 이 가운데 정씨를 포함한 단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정씨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더라도 군복무 자체를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이제 정씨는 대체복무제도에 따라 현역 복무의 2배에 해당하는 36개월 동안 교정시설에서 근무하게 된다"면서 "정씨는 2심 재판을 받을 때도 살인이 배제된 다른 방식의 군사 훈련이라면 성실하게 수행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현재도) 92명의 병역거부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부가 재판을 중단하고 이들이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고서 대체복무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병역거부자들이 법정에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받는 질문을 받을 게 아니라 대체역 심사위원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힌 뒤 총을 들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평화와 국가 안보에 기여하는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임진광씨 발언이 있었다. 임씨는 앞선 1심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임씨는 "저 또한 경찰 검찰 조사 및 재판을 받아오면서 스스로의 양심을 의심하며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오는 29일이면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출범된 지 1년 되는 날이다. 세상이 바뀌는 것 같아도, 저처럼 여전히 병역법 위반으로 인해 재판 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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