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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함께 걷는 문 대통령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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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똥볼 차는 바람에..."

2019년 1월 29일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말이다. 윤 전 총장이 '똥볼'이라 혹평한 대상은 최저임금 인상 및 주52시간 근무제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었다.

<오마이뉴스>는 2년 5개월 전 윤 전 총장과 나눴던 대화 중 일부를 공개한다. 29일 대선 출마선언을 앞두고 있는 윤 전 총장은 다른 대선주자들과는 달리 검증의 시험대를 피하는 모양새다. 공적인 자리에 나오지 않고 언론 접촉도 꺼리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당시 대화는 취재를 전제로 한 내용이 아니었고 윤 전 총장의 위치도 지금과는 달랐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대중 앞에서 검증을 받지 않은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해 이를 정리했다. 

해당 만남은 서울중앙지검장 집무실에서 이뤄졌으며, 윤 전 총장과 당시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 3인이 만난 가벼운 간담회 성격의 자리였다. 먼저 윤 전 총장의 '노동관'을 알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한다.

"기업 운영하는 사람, 굉장히 충격"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거론하며 "이번 정부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 힘 있을 때 밀어붙이자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를 너무 급격하게 밀어붙였다"면서 "그것에 대한 반발 심리로 80% 지지율이 40%로 반토막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윤 전 총장의 말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일부 오류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의 추진 시점은 2018년 6.13지방선거보다 이전이기 때문이다.

당시까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위원회는 ▲ 2017년 7월에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 16.4%를 ▲ 2018년 7월에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 10.9%를 심의·의결했다. 즉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방선거보다 약 1년 앞서 심의·의결된 내용이다. 또 주52시간 근무제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역시 지방선거 4개월 전인 2018년 2월 국회를 통과했다.

어쨌든 윤 전 총장 말은 '정부·여당이 지지율이 높던 초기에 과도한 노동정책을 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이어간다.

"노동 전문가들 이야기도 '일본의 경우 (한국처럼) 주68시간에서 주52시간으로 내린다면 1년에 2시간씩 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내린다'는 거다. 최저임금도,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경우 원래 기본급을 안올리고 춘투(봄철 임금투쟁) 때마다 수당을 올린다. (중략) 그런데 최저임금을 저렇게 늘리면 감당할 기업이 없다. 아무리 돈을 쌓아놓고 있어도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굉장히 충격을 받는다. 고정비용 중에서도 완전히 고정비용인 게 인건비 아닌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은) 세금을 확 올리는 것과 같다. (기업은) 투자나 이런 데에 굉장히 저걸(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지율이 반토막 난 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이 정부에 대해 잘못한다는 평가가 확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자영업자, 소비자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기본적으로 돈 있는 놈이야 원래 이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다. 홍준표 찍어놓고 말로는 '안철수가 괜찮지' 이러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다. 근데 말 없는 중산층, 즉 자영업자나 납품업체 중에서도 저 아래, 1차가 재벌이고 2·3차가 대기업·중견기업이라면 4·5차나 밑바닥 자영업자들은 불안한 거다. 이 사람들은 뭐가 확 바뀌면 늘 불안해한다. (대기업은) 손해가 나면 (그걸) 힘없는 놈에게 전가한다. ...(중략)... 또한 비용이 상승해 (손해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대기업에 '니네들 인마, 현찰 많잖아'라고 해도 그거 내놓지 않는다."

윤 전 총장은 "결국 서서히 변화해야 한다. 서서히 변화하며 인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자리를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1년 3개월 이후 진행될 총선을 거론하며 "(정부가) 이렇게 막 해 놔버리면 내년 총선도 불투명하다"라며 "자유한국당은 완전히 아사 상태에 있다가 상대방이 완전히 똥볼을 차는 바람에 '오, 우리도 한 번 해 볼만 하겠는데'라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이 만난 사람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 겸 이회영기념관 개장식에 참석하며 퇴임 후 첫 공식 행보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이 개장식 자리에 앉아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 겸 이회영기념관 개장식에 참석하며 퇴임 후 첫 공식 행보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이 개장식 자리에 앉아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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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이 일체 언론 접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의 노동관은 그가 그동안 만나온 인물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그는 지난 5월 8일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을 만났고, 이 사실은 10일 <조선일보>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권 원장은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를 지낸 인물로, 지난 8일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전경련회관에서 연 토론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임금 인상에서 가계소득 증가, 소비·투자 증가, 기업수익 증가, 임금 인상이라는 선순환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임금 인상으로 기업수익 악화, 고용 축소, 가계소득 감소, 수요 감소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월 11일에도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났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건 이후 '측근'을 통해서였다. 정 교수는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지적하는 대표적 학자다. 소수의 안정적 일자리와 다수의 불안정한 일자리라는 이중구조가 노동시장 문제의 본질이라는 게 정 교수의 핵심 주장이다. 

정 교수는 4월 29일자 <디지털타임스> 인터뷰 기사에서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인 건 사실이지만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OECD의 보고서를 보면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에 EITC(근로장려세제)의 결합이 제일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근로시간이 장시간인 건 사실이다. 이는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있어 딱 결론지어 말하긴 어렵다"라며 "(다만 주52시간 근무제로) 근로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기대했던 일자리 나누기 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윤 전 총장 측 이상록 대변인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입장을 묻고자 했으나 휴대폰의 전원이 꺼져 있어 답을 듣지 못했다.

태그:#윤석열, #최저임금, #주52시간,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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