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레바논전에서 페널티킥 결승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 손흥민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레바논전에서 페널티킥 결승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 대한축구협회

  
지긋지긋한 중동의 침대축구는 이번에도 재현됐다. 레바논은 침대축구를 선보이며 한국에 강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한국은 손흥민과 남태희의 맹활약에 힘입어 레바논을 제압하고,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13일 오후 3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6차전에서 레바논에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승점 16(5승 1무)를 기록한 한국은 H조 1위로 아시아 최종예선에 올랐다.
 
레바논 침대축구에 고전한 한국
 
한국은 지난 5일 열린 투르크메니스탄전과 비교해 1명만 바뀐 베스트11이 총출동했다. 4-1-3-2 포메이션에서 손흥민-황의조가 투톱으로, 송민규-이재성-권창훈이 2선에 포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정우영이 포진했으며, 포백은 홍철-김영권-박지수-김문환,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시작부터 송민규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한국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10분 송민규가 왼쪽 골라인을 파고드는 돌파로 코너킥을 만들었고, 1분 뒤 손흥민이 올린 코너킥을 몸을 비틀면서 슈팅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한국은 전반 12분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김문환이 오른쪽에서 드리블 실수로 빼앗긴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하산 알리 사드가 이재성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헤더를 잡은 뒤 김영권을 페인팅으로 속이고 왼발 터닝슛을 시도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후 한국은 파상공세를 감행했다. 전반 15분 이재성의 과감한 왼발 중거리 슈팅은 골문 오른편으로 벗어났다.
 
전반 25분 정우영의 전진 패스를 황의조가 받아 절묘한 원터치 패스로 손흥민에게 결정적 기회를 열어줬다. 박스 안에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손흥민이 칩슛을 시도했지만 수비수가 골 라인 앞에서 걷어내며 득점 기회가 아쉽게 무산됐다.
 
레바논은 전원이 하프 라인 밑으로 내려오며 밀집 수비를 형성했다. 특히 기회가 생길때마다 드러누우며 시간을 지연하는 레바논의 행위에 한국 선수들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경기력도 상당히 답답했다. 레바논의 이러한 밀집 수비를 효과적으로 분쇄하지 못했다. 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슈팅은 골키퍼 품에 안기면서 결국 전반을 0-1로 뒤진 채 마감했다.
 
벤투의 완벽한 용병술, 경기 흐름 바꾼 남태희
 
후반 시작하자마자 벤투 감독은 이재성 대신 남태희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전반과 달리 오프더볼이 원활해지면서 공격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후반 4분 황의조가 중앙으로 접어놓고 감아찬 슈팅은 골키퍼 손에 걸렸다. 곧바로 이어진 코너킥에서 박지수의 헤더를 골라인 앞에 있는 수비수가 머리로 막아냈다.
 
하지만 한국은 세트피스에서 기어코 한 골을 만들었다. 후반 6분 손흥민이 올려준 코너킥을 송민규가 헤더로 연결한 공이 레바논 마헤르 사브라의 얼굴에 맞고 굴절되며 골문으로 들어갔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21분 역전 기회를 잡았다. 교체로 들어온 남태희가 박스 안에서 돌파하는 과정에서 수비수의 손에 닿으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골문 하단 오른쪽으로 강하게 차 넣으며 전세를 뒤집었다. 손흥민은 손가락으로 23을 가리키며, 오늘 새벽 열린 유로 2020에서 경기 도중 심정지 반응으로 쓰러진 토트넘의 전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쾌유를 응원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역전을 당한 레바논은 공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을 역이용하며 역습을 통해 좋은 기회를 창출했다. 후반 25분 정우영의 수비 사이를 지르는 환상적인 킬패스가 권창훈의 발에 닿지 않으면서 아쉽게 추가 득점 기회는 무산됐다. 
 
하지만 손준호, 황희찬을 넣으며 체력안배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전환한 한국은 결국 1골 차 리드를 지켜내 승부를 마무리했다.
 
손흥민, 20개월 만에 A매치 득점…가능성 엿본 남태희 카드
 
사실상 최종예선을 확정지은 상황임에도 벤투 감독은 최정예 라인업을 구성했다. 포메이션도 기존의 4-3-3이 아닌 4-1-3-2를 가동했다. 과거에도 아시아 약팀 맞춤 포메이션인 4-1-3-2를 가동한 바 있는 벤투 감독은 이번 레바논전에서 마지막으로 공격 전술을 실험해보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무더운 날씨 속에 치러진 이날 레바논전은 시작부터 꼬였다. 전반 12분 만에 선제 실점으로 레바논에게 끌려다녔다. 레바논은 극단적인 수비 축구와 고묘하게 시간을 끌면서 한국의 맥을 끊었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고군분투했지만 레바논의 거친 플레이에 쓰러지는 경우가 잦았다.
 
전반 45분 내내 실속없는 경기를 펼침에 따라 결국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남태희를 조커로 기용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남태희의 투입으로 공격은 한층 활기를 띠었다. 빠른 방향 전환과 패스, 재기 넘치는 드리블로 레바논 수비 조직을 조금씩 균열시키기 시작했다.
 
주장 손흥민은 후반 6분 송민규에게 정확한 택배 코너킥으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는데 기여했다. 1-1로 균형추를 맞춘 한국은 더욱 활발한 공격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후반 20분 손흥민의 절묘한 공간 패스로 시작된 공격에서 남태희가 슈팅하는 척 접어놓을 때 레바논 수비수의 핸드볼 파울을 유도했다. 주심은 즉각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이다.
 
손흥민은 승부를 결정짓는 페널티킥 역전골을 터뜨리며, 전세를 뒤집었다. 특히 전 팀 동료 에릭센의 쾌유를 비는 세레머니로 감동을 선사했다. 에릭센의 토트넘 시절 등번호인 23번을 방송 카메라에 가리켰다. 손흥민과 에릭센은 2015-2016시즌부터 5년 동안 같은 팀에서 활약한 바 있다. 또, 20개월 만에 터진 손흥민의 A매치 득점이라 의미가 뜻깊었다.
 
남태희의 재발견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남태희는 벤투의 황태자로 불리며, 신뢰를 받았지만 정작 팬들에게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 경기에서만큼 남태희의 활약상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특히 다가올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더욱 수비가 강한 팀들과 상대할 가능성이 농후한데, 이러한 밀집 수비를 깨는데 있어 남태희가 적절한 카드임이 증명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6차전 (고양종합운동장, 2021년 6월 13일)
한국 2 - 사브라(OG) 51' 손흥민(PK) 66'
레바논 1 - 하산 알리 사드 12'

 
선수 명단
한국 4-1-3-2 : 김승규 - 김문환(63'이용), 박지수(67'원두재), 김영권, 홍철 - 정우영 - 권창훈(83'손준호), 이재성(46'남태희), 송민규(83'황희찬) - 황의조,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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