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표팀 한층 젊어진 '무적함대' 스페인이 유로 2012 이후 다시 한 번 유로 2020에서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다.

▲ 스페인 대표팀 한층 젊어진 '무적함대' 스페인이 유로 2012 이후 다시 한 번 유로 2020에서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다. ⓒ 스페인 축구협회 트위터 캡쳐

 
​​스페인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티키타카와 점유율 축구를 앞세워 최고의 황금기를 보냈다. 유로 2008에서 사상 첫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스페인은 2010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 2012를 연거푸 제패하며, 꽃을 피웠다. 

하지만 스페인을 대표한 사비 에르난데스, 사비 알론소,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특급 미드필더들의 하향세와 더불어 팀도 급격하게 침몰하기 시작했다. 이번 유로 2020에서는 새로운 세대들이 스페인 축구의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스페인, 엔리케 감독 부임 후 세대교체 성공

스페인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후보로 분류됐지만 네덜란드에 1-5로 패한 후유증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행보도 순탄치 못했다. 유로 2016에서는 16강에서 이탈리아에 덜미를 잡혔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역시 16강 탈락에 머무르며 일찍 짐을 쌌다. 스페인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기반으로 한 짧은 패스 전술은 이미 모든 팀들에게 간파당한 지 오래였다.

스페인은 러시아 월드컵 이후 루이스 엔리케 감독 체제로 체질개선에 나섰다. 점유율을 중시하는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전방 압박의 강도를 매우 높인 게 엔리케 감독 전술의 주요 특징이다.

출발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첫 시험대는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각각 준우승, 4강에 오른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를 상대로 1승 1패를 거두며 가능성을 보인 스페인은 유로 2020 예선에서 노르웨이, 몰타, 페로 아일랜드, 스웨덴, 루마니아 등 껄끄러운 팀들과 한 조에 속해 8승 2무를 기록,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열린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는 한층 진일보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특히 독일전 6-0 대승은 엔리케 감독 체제 이후 가장 완벽한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팅수는 무려 23-2로 크게 앞섰으며, 부지런한 기동력, 강한 압박, 빠른 공수 전환으로 90분 동안 독일을 농락했다.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버티지 못한 독일은 89년 만에 최다 점수차 패배의 굴욕을 맛봤다. 결국 스페인은 독일, 스위스, 우크라이나를 제치고, 조1위까지 주어지는 4강 진출 티켓을 획득했다(오는 10월 4강 토너먼트 진행 예정).

아쉬움이 남았던 행보는 지난 3월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지역예선에서다. 압도적인 볼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와 1-1 무승부, 조지아전에서는 종료 직전 다니 올모의 결승골로 간신히 승리를 챙기는 데 그쳤다. 전방 압박과 유기적인 스위칭으로 정작 주도권을 쥐었음에도 스트라이커의 득점력 부재에 시달려 엔리케 감독의 고민을 키웠다. 

라모스 제외한 엔리카의 결단, 과연 득일까 실일까 

스페인은 통산 유로 3회 우승으로 독일과 함께 최다 우승팀으로 남아 있다. 만약 이번 유로 2020에서 정상에 오르면, 독일을 제치고 단독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에 발표된 유로 2020 최종 명단을 살펴보면 유로 2012 우승 멤버가 조르디 알바, 부스케츠 등 2명에 불과하다. 스페인의 황금기를 보낸 주역들이 대거 떠나면서 새로운 세대들이 자리를 채웠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가장 눈예 띄는 부분은 레알 마드리드 소속 선수가 한 명도 선발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이는 스페인의 메이저대회 참가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세르히오 라모스를 비롯해 다니 카르바할, 루카스 바스케스 등이 부상 여파로 엔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스페인은 매우 두터운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드필더진은 어느팀과 비교해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풍성하다. 파비안 루이스, 코케, 세르히오 부스케츠, 티아고 알칸타라, 로드리, 페드리 등이 주전 세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좌우 윙포워드에는 다니 올모, 페란 토레스가 지난 월드컵 유럽예선을 통해 엔리케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에 반해 최전방 원톱과 센터백은 불안요소로 남아 있다. 전문 스트라이커 자원인 알바로 모라타, 제라르 모레노 2명 모두 과거 잘 나가던 시절과 비교하면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스페인의 정신적 지주이자 캡틴 세르히오 라모스의 명단 제외는 전체적인 무게감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엔리케 감독은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라모스의 컨디션 저하를 고려해 이와 같은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라모스는 후방에서 수비 리딩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세트피스 상황에서 제공권과 득점력을 보유하고 있다. 수비도 수비지만 공격에서 헤더로 결정지어줄 수 있는 확실한 무기 하나를 버린 셈이다. 

그동안 라모스를 중심으로 수비 조직력을 다져놓은 엔리케 감독으로선 일종의 모험수를 택한 것이다. 이에 파우 토레스, 에릭 가르시아, 디에고 요렌테 등 메이저대회 경험이 일천한 젊은 수비수들의 부담이 크게 가중될 전망이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스웨덴, 폴란드, 슬로바키아와 D조에 편성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스페인이 가장 앞서지만 세 팀 모두 만만히 보기 어려운 상대들이다. 새로운 팀으로 변모한 스페인이 통산 네 번째 유로 정상에 등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페인 2018 월드컵 이후 A매치 결과
2-1승 잉글랜드(A) -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1차전 (2018/09/09)
6-0승 크로아티아(H) -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2차전 (2018/09/12)
4-1승 웨일스(A) - 친선경기 (2018/10/12)
2-3패 잉글랜드(H) -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3차전 (2018/10/16)
2-3패 크로아티아(A) -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4차전 (2018/11/16)
1-0승 보스니아(H) - 친선경기 (2018/11/19)


2-1승 노르웨이(H) - 유로2020 예선 1차전 (2019/03/24)
2-0승 몰타(A) - 유로2020 예선 2차전 (2019/03/27)
4-1승 페로 아일랜드(A) - 유로2020 예선 3차전 (2019/06/08)
3-0승 스웨덴(H) - 유로2020 예선 4차전 (2019/06/11)
2-1승 루마니아(A) - 유로2020 예선 5차전 (2019/09/06)
4-0승 페로 아일랜드(H) - 유로2020 예선 6차전 (2019/09/09)
1-1무 노르웨이(A) - 유로2020 예선 7차전 (2019/10/13)
1-1무 스웨덴(A) - 유로2020 예선 8차전 (2019/10/16)
7-0승 몰타(H) - 유로2020 예선 9차전 (2019/11/16)
5-0승 루마니아(H) - 유로2020 예선 10차전 (2019/11/19)

1-1무 독일(A) -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1차전 (2020/09/04)
4-0승 우크라이나(H) -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2차전 (2020/09/07)
0-0무 포르투갈(A) - 친선경기 (2020/10/08)
1-0승 스위스(H) -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3차전 (2020/10/11)
0-1패 우크라이나(A) -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4차전 (2020/10/14)
1-1무 네덜란드(A) - 친선경기 (2020/11/12)
1-1무 스위스(A) -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5차전 (2020/11/15)
6-0승 독일(H) -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6차전 (2020/11/18)

1-1무 그리스(H) -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예선 1차전 (2021/03/26)
2-1승 조지아(A) -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예선 2차전 (2021/03/29)
3-1승 코소보(H) -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예선 3차전 (2021/04/01)

▷스페인 유로 2020 경기일정
vs 스웨덴 (2021/06/15)
vs 폴란드 (2021/06/20)
vs 슬로바키아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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