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RESPECT 패치 UEFA 주관대회에서 모든 유니폼에 부착하는 RESPECT 패치

▲ UEFA RESPECT 패치 UEFA 주관대회에서 모든 유니폼에 부착하는 RESPECT 패치 ⓒ 황동언


감독으로 무려 3연패라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을 달성하며 유로파리그를 평정한 사나이와 선수 시절 '캄프 누의 기적'이라는 믿을 수 없는 축구계의 사건을 만들며 유럽을 제패했던 사나이가 2020-2021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만났다.

한 사람은 클럽의 첫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위해, 한 사람은 본인의 첫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뜨거운 한판 승부가 27일 오전 4시(한국시간) 폴란드 스타디온 에네르가 그단스크에서 펼쳐졌다.

골키퍼까지 키커로 나서는 치열한 승부차기 끝에 유로파리그의 남자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비야레알이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이끄는 맨유를 11-10으로 누르고 클럽 역사상 첫 유럽대항전 타이틀 획득에 성공했다.

이로써 16-17시즌 이후 다시 한번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차지하려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반면 이날 경기가 챔피언스리그를 향한 마지막 희망이었던 비야레알은 극적으로 승리를 하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120분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이날 경기의 주요 포인트를 짚어봤다. 
 
[선발 라인업] 비야레알 CF
 
비아레얄은 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레알 마드리드와의 38R에서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막판에 아쉽게 동점 골과 역전 골을 허용하며 리그에서는 내년부터 새롭게 열리는 유로파 컨퍼런스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날 승리가 간절했던 비야레알은 홈팀으로서 팀의 별명인 '노란 잠수함'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결승전 경기에 나섰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비야레알은 본인이 이번 시즌 즐겨 썼던 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골문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헤라르모 룰리가 지켰다. 

4백에는 양쪽 풀백에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출신의 임대생 후안 포이스와 많은 잠재력을 지닌 96년생 풀백 알폰소 페드라자가 출전했다. 중앙 수비로는 레알 마드리드, 나폴리 등 굵직한 경력을 가진 베테랑 라울 알비올과 최근 많은 이적 뉴스에 이름을 많이 올리고 있는 파우 토레스가 수비진을 구성했다.

4명의 미드필더로는, 측면에 직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 선제골을 기록한 18살의 신성 예레미 피노와 미드필더 전 지역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미드필더 마누 트레게로스가 측면의 지배하기 위해 선발로 출격했다. 중앙에는 이번 시즌 발렌시아에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비야레알로 이적하게 된 다니 파레호와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에티엔 카푸에가 출전했다.

투톱으로는 이번 시즌 비야레알 공격의 핵심인 92년생의 왼발잡이 공격수 제라르드 모레노와 13-14시즌과 14-15시즌에 지금의 감독인 에메리와 유로파리그 2연패를 함께한 콜롬비아 출신의 86년생 베테랑 공격수 카를로스 바카가 나섰다.
 
[선발 라인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2020-2021 프리미어리그에서 압도적으로 우승한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에 밀려 2위로 리그를 확정 지으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낸 맨유는 오늘 솔샤르 감독의 커리어 사상 첫 메이저 트로피 획득을 위해 4-2-3-1 포메이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축했다. 골문에는 올해부터 주전으로 발돋움한 딘 헨더슨을 제치고 컵대회를 책임져왔던 팀의 레전드 다비드 데 헤아가 자리 잡았다. 

수비 4백 라인으로는 왼쪽부터 이번 시즌 최고의 폼을 보여주며 세계 최고의 풀백으로 다시 태어난 루크 쇼가 결승전에는 최초로 선발로 나왔다. 오른쪽에는 완벽한 수비력에 비해 단점으로 지적받아왔던 공격력이 개선된 모습을 보여준 아론 완비사카가 이적 후 첫 트로피를 위해 선발로 경기에 나섰다. 중앙 수비 듀오로는 최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스웨덴의 센터백 빅토르 린델로프와 주장 해리 매과이어의 부상으로 인해 얼마 전 재계약을 체결한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에릭 바이가 나왔다. 

2명의 더블 볼란치로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강력한 피지컬을 주 무기로 한 스콧 맥토미니가 최근 절정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폴 포그바와 함께 선발 출격했다.

2선 양쪽 측면에는 잉글랜드 출신이자 맨유의 성골 유스 선수들인 마커스 래쉬포드와 메이슨 그린우드가 나섰고,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맨시티의 케빈 데 브라위너와 함께 세계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평가 받는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맨유의 우승을 위해 나섰다.

원톱에는 이번 시즌 맨유로 이적해서 공격수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우루과이 출신의 87년생 베테랑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가 맨유의 우승을 향해 비야레알의 골문을 정조준했다.
 
설마? 에메리, 설마... 솔샤르
 

이날 경기의 키포인트는 선수들이 아니었다. 바로 유로파리그의 제왕 '우나이 에메리' 비야레알 감독이었다. 그는 세비야에서 감독을 맡았던 2013년부터 파리생제르망으로 팀을 옮기던 2016년까지 3년 동안 모든 시즌의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는 유로파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며, 이후에도 3연패의 업적을 인정받아, 파리 생제르맹과 아스날 같은 빅클럽들의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가 치러지기 전 결승전 대진이 완성되었을 때 대부분의 언론은 솔샤르 감독이 맨유에 부임하여 드디어 첫 번째 트로피를 딸 것이라 예견했다. 18-19시즌 중도에 부임하여 매번 토너먼트에서 아깝게 탈락하며 아직까지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한 솔샤르 감독 역시 이번 결승전을 위해 리그 최종전이었던 울버햄튼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편 비야레알이 내년에도 유로파리그에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기에, 거함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주전들을 모두 내세우는 등 체력을 아끼지 못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은 선수단과 팀의 규모만를 고려하며 맨유의 우승을 점쳤다. 그러나 그들은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비야레알의 수장은 유로파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에메리였고, 맨유의 감독은 메이저 대회 결승전 무대 자체가 처음인 솔샤르였다는 사실. 그리고 이날 경기는 유로파리그 결승전이었다.

선제골은 비야레알이 먼저 기록하였다. 전반 29분 팀의 주포 제라르드 모레노가 파레호가 올려준 프리킥을 오른발로 공의 방향을 살짝 바꿔 놓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경기를 주도하던 맨유는 선제골을 실점하고 난 후 당황하며 급하게 추격에 나섰지만 전반전에 동점을 만들지 못하고 1-0으로 마쳤다.

후반전에 돌입한 양 팀 감독들의 전술이 달랐다. 비야레알은 자기 진영으로 내려앉아 수비적인 플레이를 하였고, 맨유는 동점 골을 기록하기 위해 라인을 올려 상대를 압박하였다. 결국 후반 55분 맨유 주포 에딘손 카바니가 동점 골을 기록하며 1-1의 스코어를 만들었다.

동점 골을 기록한 맨유는 기세를 살려 역전 골까지 노려보았지만 이미 많은 에너지를 써버렸기에 공격이 효율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반면, 에메리 감독은 막강한 맨유의 공격진들을 막아내느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노장 카를로스 바카를 수비형 미드필더 프란시스 코클랭과 교체해주고 뒤이어 신예 예레미 피노와 마누 트리게로스를 각각 파코 알카세르와 모이 고메즈로 바꿔주며 경기 중후반부에 지쳐가던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비야레알 감독은 후반전이 종료되기 직전에 경기 초반 부상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인 수비를 보여주던 양쪽 풀백 후안 포이스와 알폰소 페드라자를 각각 알베르토 모레노와 마리오 가스파르로 바꿔주면 측면 수비를 더욱 강화하며 연장전에 대비하였다.

그러나 솔샤르 감독은 화려한 벤치선수들을 두고 후반전 종료까지 단 한 장의 교체 카드도 쓰지 않으며 선발 라인업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결국 솔샤르는 연장전 종료 5분을 남기고 4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하며 맨유가 주도하던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였다.

승부차기에 돌입하기 전 한 장의 교체가 남아있던 솔샤르는 페널티킥 선방률이 낮은 다비드 데헤아를 교체하지 않고 승부차기에 돌입한 결과 11-10로 패했다. 경기장에 있는 22명의 플레이어 중 데헤아만이 실축하며 결국 맨유는 이번 시즌도 무관으로 마감하게 되었다. 

이번 시즌 솔샤르 감독이 리그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이날 경기로 인해 그는 또 한 번 무관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반면에 에메리 감독은 리그 7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두었지만, 유로파리그를 우승하며 내년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을 땄다. 주말에 있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맨시티와 첼시의 경기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탄생할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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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기자를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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