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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브랜드 인플레이션 시대에 도시브랜드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도시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자 <오마이시티, 오마이브랜드> 기획을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인천광역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도시브랜딩 활동의 기획·진행·평가 등을 짚어보면서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연재는 인천시 브랜드전략팀장이었던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와 이한기 <오마이뉴스> 기획취재 선임기자가 함께 진행한다.[편집자말]
글레이저가 디자인한 '아이러브뉴욕'.
 글레이저가 디자인한 "아이러브뉴욕".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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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나 제품이 아닌 국가나 도시의 장소브랜드가 성공한 사례는 영국과 독일, 뉴욕과 암스테르담이 대표적이다. 국가브랜드로는 영국의 '멋진 영국(Cool Britannia)', '이것이 대영국이다(This is Great Britain)'와 독일의 '독일 엔지니어링(German Engineering)', '아이디어의 나라(Land of Idea)'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도시브랜드로는 뉴욕의 '아이러브뉴욕(I♥NEWYORK)'과 암스테르담의 '아이엠스테르담(Iamsterdam)'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1997년 영국 정부는 영국이 오랜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이고 활력있는 나라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멋진 영국(Cool Britannia)' 캠페인을 시작했다. 창조산업을 통해 경제적 발전을 꾀하고, 한발 더 나아가 국가 이미지를 혁신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젊은 영국을 표방하며 과감하고 다양한 전략을 펼쳤다.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 개최와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며 'This is Great Britain' 캠페인을 추진했다. 영국은 방문하고 싶은 나라, 유학 가고 싶은 나라, 비즈니스의 최적지 등의 이미지를 내세우며 새로운 국가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장소(Place), 사람(People), 문화(Culture)에서 영속성(Timeless), 천재성(Genuine), 역동성(Dynamic)이라는 핵심가치를 도출하고 '세계인들에게 현대적 영국을 새롭게 조명하자'는 목표 아래 캠페인을 진행했다.

'This is Great Britain'이라는 슬로건에서 'This' 부분에 장소, 사람, 문화에 관련된 영국의 자산을 대입시켜 국가브랜딩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와 더불어 애스턴 마틴, 버버리, 멀버리 등 영국의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적극적 협업을 통해 영국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영국의 국가브랜드 관리는 영국 관광청이 주도했다. 교육, 외교,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브랜드 슬로건 'This is Great Britain'과 'Land of Idea'
 
'디스 이즈 그레이트 브리테인' 캠페인 홍보물들(civilservice.blog.gov.uk 갈무리)
 "디스 이즈 그레이트 브리테인" 캠페인 홍보물들(civilservice.blog.gov.uk 갈무리)
ⓒ 영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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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정부의 캠페인 'Study in Germany - Land of Ideas'.(www.study-in-germany.de 갈무리).
 독일 연방정부의 캠페인 "Study in Germany - Land of Ideas".(www.study-in-germany.de 갈무리).
ⓒ 독일연방정부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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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세계대전 패전 이후 경제 회복과 국가 신뢰도 회복을 위해 '독일 엔지니어링(German Engineering)'이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이 캠페인에는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참여해, 견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독일의 국가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이후 2006년 독일월드컵을 계기로 다른 방향의 두 가지 캠페인을 펼치게 된다. 

첫째, 동·서독 통일 이후 독일인의 자부심을 내세우는 것을 금기한 것과는 다른 행보로 '당신이 독일인입니다(Du bist Deutchland)'라는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산업 현장에 있는 국민들이 '독일인'이라는 연대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둘째, 과거 엔지니어링의 나라로만 보이던 독일의 협소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아이디어의 나라(Land of Idea)'라는 캠페인을 내세워 독일의 명성을 유지·강화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문학, 예술, 과학의 발상지라는 독일의 역사를 배경 삼아 투자했고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영국과 독일의 사례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 행사 전후로 대대적 캠페인을 펼침으로써 효과를 크게 높였다. 우리나라의 '역동적 대한민국(Dynamic Korea)' 국가브랜드 캠페인도 2002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벌였다.

둘째, 슬로건을 개발하고 광고·홍보로 그친 것이 아니라 경제, 문화, 예술, 외교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고 기업이 참여하게끔 유도해 실질적인 국가브랜드 캠페인 목표와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 산업을 성장시켰다. 

셋째, 국가 정체성을 발굴하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정체성을 표현하는 국가 소통체계 및 상징체계를 개발해 지속적이고 일관된 소통을 이뤄냈다. 정부 부처와 관련 조직 간 역할분담이 잘 이뤄졌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나 총리 등 최고 지도자가 바뀌는 것과 관계없이 국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일관된 국가브랜드 캠페인을 펼쳤다.

미국 뉴욕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 침체로 인한 암울한 분위기와 치솟는 범죄율 등으로 빈곤과 범죄의 상징이었다. 이로 인해 관광객은 줄어들고, 투자자는 이탈하고,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1975년 뉴욕시 상업국은 관광객들에게 뉴욕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광고전문가, 그래픽디자이너, 작곡가 등이 참여하는 도시브랜딩 캠페인을 진행했다.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뉴욕의 도시브랜드 전략을 마련했다. 관료주의를 고집하지 않고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 개발된 'I♥NY'은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로고 가운데 하나다. 또한 'I♥NY'은 911테러 이후 'I♥NY More Than Ever'라는 포스터로 제작됐고, 뉴욕 <데일리 뉴스(Daily News)>를 통해 시민들 손에 전해졌다. 이는 시민들을 결속시키고 상처를 치유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부정적 이미지 걷어낸 'I amsterdam' 브랜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아이엠스테르담(Iamsterdam)' 상징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아이엠스테르담(Iamsterdam)" 상징물.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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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마약, 성매매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시민과 관광객, 기업을 긍정적으로 묶어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슬로건과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2002년 도시브랜드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2004년 'I amsterdam'을 발표하고 시민과 함께 하는 마케팅 전략을 진행했다. 암스테르담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합동기구인 'Partners of Amsterdam'을 설치하고, 6개 지표를 통해 암스테르담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등 도시브랜드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일본 도쿄 인근의 항구도시인 요코하마는 19세기 중엽 미국에 의해 개항돼 상·공업 중심지로 발전한 도시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무역과 공업 중심지로서 신도시와 고속도로 건설 등 고도 성장기를 거쳤다. 그러나 1990년대 말 경제 침체로 요코하마는 재정 위기에 봉착했다.

이에 요코하마는 낡고 쇠퇴한 도시 이미지를 벗고 국제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21세기 미래 항구도시라는 뜻의 '미나토 미라이 21(MM21)' 사업을 벌이며 도시의 하드웨어를 재건했다. 이와 더불어 '창조도시 요코하마(Creative City Yokoham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문화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 지역 자원을 개발하는 등 소프트웨어도 동시에 업그레이드해나갔다.

2009년 개항 150주년을 맞이한 요코하마는 'Imagine Yokohama' 캠페인을 통해 도시브랜딩 활동을 외부적인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만 삼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 도시의 미래상을 구상하고 토론하는 장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라는 시민의 관심과 공감대를 끌어냈다.

브랜드의 가치는 가격이 아닌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결정된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고, 소비자가 그 가치에 공감하면서 구매로 이어진다. 다른 사람에게 그 브랜드를 소개하고 구매를 추천하는 등 브랜드 애착이 형성되면 그 브랜드는 더 강한 힘을 갖게 된다. 브랜드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은 도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모든 도시는 그 도시만의 차별성이 있다. 그 차별성이 다른 도시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진정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가치를 만들게 되면 도시는 차별적 가치를 통해 관광객이 찾는 도시, 투자 가치가 높은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는 거주민의 도시에 대한 만족도와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를 지표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세계도시 경쟁력지수(GPCI Global Power City Index)'다. 일본 모리기념재단의 도시전략연구소가 세계 주요도시 40여 곳을 대상으로 경제, 연구개발(R&D), 문화, 교류, 주거, 환경, 교통접근성 등 6개 분야 26개 지표를 평가해 순위를 매긴 것이다.

미국계 글로벌 컨설팅 기업 A.T. Kearney사가 전 세계 150개 도시를 대상으로 기업활동, 인적자본, 정보교류, 문화체험, 정치적 참여 등 5개 분야 29개 지표를 바탕으로 도시의 경쟁력 수준을 비교한 '글로벌 도시지수(GCI Global Cities Index)'도 있다. 기업과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 브랜드 파워 및 평판을 지표화한 것과 비슷하다.

도시브랜드는 그 도시의 경쟁력이다
 
인천시는 권역별로 크게 네 가지 관광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인천시는 권역별로 크게 네 가지 관광 특성을 지니고 있다.
ⓒ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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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도시브랜드를 바탕으로 도시경쟁력을 어떻게 상승시킬 수 있을까?

도시브랜드는 그 도시의 경쟁력이다. 그러나 도시의 상징인 브랜드를 관리하는 문제는 정해진 프로세스나 일정한 표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도시브랜드 개발·관리는 각 도시가 처한 역사·경제·사회·문화의 특수성과 역량에 맞춰 어젠다(Agenda, 의제)를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의 도시사회학자 사스키아 사센은 "글로벌 기업은 하나가 아니라 많은 세계도시를 원하며, 도시는 다양한 네트워크, 정보 중심지구, 세계 각지로부터 온 전문가 등이 특정한 유형의 지식자본을 생산하는 특별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했다. 사센은 이것을 '도시 지식자본'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도시별로 특화된 자본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인천시는 권역별로 크게 네 가지 관광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복합리조트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관광 허브 역할을 하는 영종·청라지구. 둘째, 개항기 건축물과 문화가 남아 있어 시간여행이 가능한 뉴트로(Newtro) 관광 메카인 월미도·개항로. 셋째, 바이오테크놀로지와 MICE(기업회의 meeting, 포상관광 incentives, 컨벤션 convention, 전시 exhibition의 네 분야를 통칭하는 서비스 산업) 등 기업회의 1번지 송도. 넷째, 동북아 평화 및 해양관광의 중심지 강화·옹진이다.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만큼이나 도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기존 역사도시 또는 랜드마크를 통해 위상을 확보한 도시는 그 랜드마크를 통해 경쟁력을 발현할 수 있다. 독특한 시민성과 도시에 대한 자긍심이 뚜렷한 도시는 시민성과 자긍심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도시는 도시의 산업적 특성을 도시 경쟁력의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도시의 개성이 부족한 도시, 다양한 개성에 의해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도시는 도시 비전을 설정하고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개발해 새롭게 도시 경쟁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렇듯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연·역사·문화·경험 등의 자원 가운데 그 도시만의 특징적인 정체성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도시의 특징적인 정체성은 다른 도시와 비교해볼 때 분명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적인 도시이미지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차별화된 도시 정체성이 구축됐다면 이를 단단하게 다지기 위한 도시브랜딩 과정이 필요하다. 도시브랜드를 통해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브랜드 그 이상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한 정체성의 도시이미지가 아닌 도시브랜드로서의 차별화된 도시 경쟁력으로 사람과 자본을 결집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브랜드는 종결형의 도시브랜드 정체성을 개발하는데 머무는 것이 아닌, 동태적이고 진화하는 과정형의 도시브랜드 마케팅 방식으로 이어져야 한다. 도시브랜드 슬로건이나 캐릭터를 만드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도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전 부서가 협업을 해나가야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

태그:#도시브랜드, #도시경쟁력, #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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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도시 및 국가 등 장소브랜드 관련 글을 기고합니다.

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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