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단식 시위 중인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단식 시위 중인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
ⓒ 김종훈

관련사진보기

    
"기후위기 극복,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지난 17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단식 시위를 하고 있는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국민들께 꼭 알리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이냐"라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이 위원장이 단식시위를 진행하는 DDP는 오는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2021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P4G 서울정상회의)가 열리는 장소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P4G는 정부 기관과 기업, 시민사회 등이 파트너로 참여하는 21세기 융합형 조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달성하려는 글로벌 다자협력 협의체다.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덴마크, 네덜란드, 남아공, 칠레 등 12개국과 세계경제포럼, 국제금융공사, 세계자원연구소,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등 전문기구, SK텔레콤, 토요타, 네슬라 등 기업 등이 참여한다. 

정부는 이번 P4G의 목적에 대해 "최초의 환경분야 정상회의"라면서 "기후환경 분야의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할 것이다. 2050 탄소중립 비전과 녹색전환의 중요성을 담은 '서울 선언문'을 채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한국은 파리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면서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감축했고, 2022년까지 6기를 더 감축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네덜란드 주최로 열린 ‘기후적응 정상회의(Climate?Adaptation?Summit 2021,?화상)’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네덜란드 주최로 열린 ‘기후적응 정상회의(Climate?Adaptation?Summit 2021,?화상)’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관련사진보기

 
"정부, 국민들 기만하지 마라"        

그러나 이 위원장은 정부의 이러한 발표에 대해 "기만적인 행위"라며 날 선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에서 자꾸 북극곰을 살리려면 안 쓰는 전기 플러그를 뽑고 일회용품을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 홍보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거대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다. 이들이 탄소배출을 줄이면 되는 거다. 대표적인 것이 석탄발전소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석탄발전소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10기나 짓고 있다. 얼마나 기만적인가."

이 위원장의 말대로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10기다. 국내에서 건설 중인 신규 발전소는 신서천(한국중부발전), 고성하이 1·2호기(고성그린파워), 강릉안인 1·2호기(강릉에코파워), 삼척 1·2호기(삼척블루파워) 등 7기다. 인도네시아(자바 9·10호기)와 베트남(붕앙2)에서도 3기의 석탄화력발전이 한국전력과 두산중공업 등이 참여해 건설 중에 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석탄화력발전소 이외에도 이미 우리나라 전역에는 석탄발전소 60기가 가동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이미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 총량에서도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에 이어 7위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2018년 한국의 1인당 탄소 배출량 역시 2018년 한국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12.4t으로 세계 평균 4.8t의 2.5배를 넘었다. 석유 산유국인 사우디, 미국,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화석연료에 의한 배출량만 따졌을 경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17년 화석연료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이 6억t으로 전 세계 7위를 기록했다. 이 중 석탄화력발전소가 뿜어내는 온실가스는 3억 1200만t으로 52%를 차지했다.

잘 알려졌듯 온실가스는 지구에 온실효과를 유발해 빙하를 감소시키고 사막화를 확대하며,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등 생태계 변화를 야기한다.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등 7개 물질이 대표적 온실가스다. 

"절박하다. 단식할 만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단식 시위 중인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단식 시위 중인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
ⓒ 김종훈

관련사진보기

   
이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 내내 "이대로 가면 전 국가적인 미증유의 피해를 당할 것"이라면서 "정말로 단식까지 해야 할 만큼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이미 지난해 기후위기로 중국과 일본에서 물난리가 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재민과 큰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54일 연속으로 비가 내려 큰 피해를 봤다. 정부에서 계속 국민 개개인이 장바구니 쓰라고, 수도꼭지 잠그라고, 자전거 타라고만 강조하는데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준이 넘어섰다. 당장 P4G에서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중단한다고 발표해야 한다."

이 때문일까. 김 위원장은 이번 단식시위에 들어가기 한참 전부터 자신의 절박한 심경을 표현하기 위한 행동을 망설이지 않았다.

지난 2월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참여 중인 두산중공업 본사에 찾아가 로고 조형물에 녹색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하는 기습시위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3월에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반발해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시위하다 연행되기도 했다.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선 '공룡' 옷을 입고 비지땀을 흘리며 기후위기 운동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지난 2020년 9월 공개한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및 이상 기후 현상으로 2030년 국토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이 직접적인 침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라고 예측됐다. 예상 침수지역으로 그핀피스는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비롯해 국가 기간 시설과 항만, 화력 및 원자력 발전소, 제철소 등 서해안 일대에 자리한 여러 산업 시설을 꼽았다. 

발표 당시 그린피스는 "한반도를 강타한 유례없는 홍수를 통해 알 수 있듯 이대로 간다면 기후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해수면 상승 피해로 경제 및 국민의 주거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 당장 기후위기 비상 선언 발표와 함께 예상되는 피해를 대비하기 위한 장기 국가 계획을 세우고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 역시 <오마이뉴스>에 "지난 2020년 발생한 50일 넘게 이어진 비는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면서 "이는 온실가스 때문이다. 지금 당장 시급하게 전 국가 차원에서 시급하게 줄여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기후 젠트리피케이션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해수면이 상승해 침수로 인한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실제로 미국에선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부자들은 고지대 언덕으로 집을 찾아 이동하고 해안가에는 빈한한 주민들만 남게 된다. 이 말은 곧 무엇인가. 기후위기가 닥치면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본다는 뜻이다."

인터뷰 말미 이 위원장은 "P4G를 앞두고 정부가 더이상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을 그만했으면 한다"면서 "이번 P4G에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5월 30일 P4G정상회의가 열리는 DDP 앞에서 단식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 인근 DDP 입구에 가면 단식시위 중인 이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

태그:#기후위기, #P4G, #DDP, #이은호, #녹색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