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지난달 13일,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방출하겠다고 발표한 오염수의 규모는 2022년 포화 기준 약 137만 톤이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는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온 이야기로, 이번에 일본 정부가 공식화한 것이다. 일본 내에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우리에게 피해는 없을까?

지난 4일 방송된 MBC < PD수첩 > '[긴급취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편 제작진은 일본에 머물고 있는 다큐 감독의 도움을 받아 현재 후쿠시마에 남아 있는 사람들과 현장을 살펴보고 도쿄전력의 입장을 들었다. 또 제주도 해녀 등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나라가 받을 피해도 짚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3일 해당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인수 PD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 PD와의 일문일답. 

- '[긴급취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편을 취재하셨어요. 소회가 궁금합니다. 
"항상 방송 끝내면 시원섭섭한데요. 이번 편에서는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도 생각하면서도 과학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했어요.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최선을 다해 드린 것 같아요."

- 지난 4월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처리하겠다고 발표해서 취재를 시작한 거 같은데 한달이라 시간이 짧지 않으셨어요?
"한 달이 조금 안 됐는데요. 일본은 지금 제가 직접 갈 수가 없어요. 들어가는 것 자체도 힘들뿐더러 들어가도 격리해야 되니 취재가 불가능할 것 같아서 <후쿠시마의 미래>라고 2013년, 15년께 다큐 만드신 이홍기 감독님이라고 계시거든요. 그 분이 원래 방송일 잘 안 해 주시는데 < PD수첩 >이라고 흔쾌히 도움 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그 분한테 일본 현지 주제를 부탁하고 저는 국내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다행히 한 달 안에 만들 수 있었습니다."

- 직접 가서 취재하는 것과 다를 텐데 아쉽지 않으셨나요. 
"제가 직접 가서 찍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그러나 (이홍기) 감독님이 이런 원전 문제 관련해서 예전부터 관심 갖고 취재 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대단히 큰 도움 받았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직접 간 것보다 더 좋은 결과가 일본 취재 쪽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그럼 방송 전 PD님께선 원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요. 
"사실 공부를 되게 많이 했고요. 저는 베크렐과 씨버트도 헷갈리는 사람이었거든요. 하다보니 공부할 게 많고 반감기 나오면 어려운 게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만들면서도 시청자들께 이걸 어디까지 알려 드려야 되나란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설명을 잘 해도 짧은 시간에 그런 정보를 확실하게 알려 드리는 게 좀 어려워서 일정 부분 건너 뛴 것도 있어요. 그 점이 좀 아쉽긴 합니다. 하지만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서 제작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2011년 원전 폭발 사고 발생 6개월 후에 일본에 취재를 갔었어요. 그때는 후쿠시마가 너무 위험해서 거기까진 못 갔고, 그 옆에 미야기현이라는 데도 쓰나미 피해 당한 곳이긴 하거든요. 그래서 현지에서 가족 잃고 괴로워 하시는 분들도 보고 다시 재건하려고 노력 하시는 분들도 봤기 때문에 그 상황이 어땠는지 알았고요. 또 그 쪽 취재를 하며 공부하다 보니까 원전 상태도 어떤 건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제가 한 번 갔다 온 지역이기 때문에 뉴스나 이런 데 나오면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 취재는 어디부터 시작하셨어요?
"제 입장에선 크게 세 가지였는데요. 일본 취재는 이홍기 감독님한테 맡긴다라는 생각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이 해상 방류로 인해서 제일 걱정 많으신 분들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이게 정말 과학적으로 위험한가 위험하지 않은가 대해서 얘기해 주실 분들에 대한 취재도 했습니다."

- 일본에선 지난해부터 후쿠시마 앞바다의 수산물이 조금씩 판매되기 시작한 것 같은데 어민들의 반발도 있나봐요?
"후쿠시마 앞 바다가 4월 전까지만 해도 시범 조업이었어요. 그리고 4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업 허가가 났고요. 정부에서 정상 조업을 허가해서 다시 바다 나가서 물고기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방류하겠다고 하니까, 그분들 입장에선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죠. 제가 봤을 때 일본 정부가 이 해상 방류 결정하면서 제일 신경 썼던 대상이 우리나라랑 중국 세계의 이목 이런 게 아니라 자국민들 중에서도 특히 후쿠시마 뿐만 아니라 어업 협회였을 거예요. 왜냐면 그 분들은 생계와 직접 연결된 거기 때문에 방류 발표 후에도 극렬히 반대했거든요. 일본 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이야기 하고 청취하고 간담회 갖고 결정하겠다고 수차례 이야기를 했지만 어업협회가 OK를 안 했거든요. 근데 그런 결정이 나서, 그 분들이 어느 정도 충격을 받고 어떤 배신감을 느꼈을지 상상이 가잖아요. 그래서 프로그램 도입부도 후쿠시마 어부 분들의 모습으로 시작했습니다."

- 그럼 일본 정부는 어민들의 반발을 어느 정도 예상했겠네요?
"네 저도 선뜻 이해가 안 가는데... 약간 서둘러서 무리하게 결정한 걸 보면 배경에 대단한 뭔가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지요. "

- 그게 올림픽 때문 아닌가요?
"상식적으로 제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올림픽인 것 같고요. 공식 명칭은 '도쿄올림픽'입니다만, 메인스타디움은 도쿄에 있지만 처음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든가 성화봉송을 시작하는 곳 다 후쿠시마에 집중돼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일본은 '아 우리 원전사고 깔끔하게 컨트롤 했다. 봐라 이제 오염수도 깨끗하게 처리 했기 때문에 바다에 안전하게 버릴 수 있다. 결국 우리 예전에 10년 전에 있었던 그 사고는 다 지나간 일이 된 것이다'라고 얘기하고 싶었다고 봐요. 그래서 이렇게 서둘러 무리한 결정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일단 방류는 자기들 계획으로는 한 2년 정도 후라고 얘기했어요. 근데 사실 정확한 프로세스가 나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긴 해요. 어쨌든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는 이제 깨끗해졌다라는 걸 주장을 하고 싶어서 방류를 결정하고 발표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올림픽이 끝난 뒤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아니오. 제가 봤을 땐 그렇지 않을 것 같고요. 왜냐하면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올림픽도 중요합니다만 후쿠시마에 더 이상 탱크를 늘리는 걸 원치 않는 것 같아요. 오염수 저장탱크를 만들면 눈에 보이잖아요. 그게 중요하죠. 어차피 방사능 오염 물질이라는 것은 반감기가 있는데 천년이나 만년 단위로 가는 것도 있습니다만 지금 제일 많이 얘기 나왔던 삼중수소 같은 건 14년 정도로 반감기가 그렇게 길지 않아요. 그래서 이게 한 100년 정도 저장 된다라고 하면 반감기를 수차례 거치기 때문에 상당히 적은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일본측이 주장한 대로 알프스 시스템으로 삼중수소와 탄소14를 제외하고 다 처리할 수 있다고 하면 그 처리를 한 오염수를 100년 이상 저장하면 삼중수소 대부분 없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게 옳지 않냐고 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분들은 '저장 탱크만 늘려서 처리를 하면 된다'라는 건데 제가 봤을 때는 일본 정부는 거기 탱크를 더 늘리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게 늘수록 자기들 치부니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대단히 부담을 느끼고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 일본도 1993년에 러시아가 오염수 방류하려고 할 때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러니까 대단히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당시는 더 과학적으로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이거 너무 위험하다라고 했는데 지금 자기들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니까 그거랑 다른 문제다라고 변명하겠죠."

- 일본측 입장은 안전엔 문제가 없고 마셔도 좋다고까지 했잖아요. 그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뭔가요. 
"도쿄전력이 내놓은 방사능물질들이 모두 기준치 이하로 나온다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들은 또 삼중수소 같은 경우 먹으면 다 배출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요. 문제는 이런 정도로 방대한 양이 나왔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모르겠다는 거예요. 과학적으로는 허용치가 정해져 있잖아요. 희석되면 허용치 기준 이하로 내려와서 그게 맞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보다 상식적으로 그렇게 많은 양을 내보내는데 그냥 과학적 허용치 기준을 믿어야 할까란 의문이 드는 거죠.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할 수 있는 생각 아닐까, 전 생각하고요.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에서 해봤더니 모두 문제 없더라는 걸 근거로 내세우죠."

- 제주도와 남해쪽 취재하셨는데 어떠셨어요?
"저한테 그러셨거든요. 뭍에 사는 것들이 뭘 알겠냐고요. 그분들은 거기가 삶의 터전이고 바다가 오염되면 그냥 큰 일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 공간이 없어지는 거기 때문에 대단히 걱정이 많으시죠. 그래서 저희보다 걱정이 훨씬 큰 것 같아요. 특히 해녀 분들 어부 분들 말씀 듣고 정신이 번쩍 나가지고 더 취재 잘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제주도 해녀분들은 물에 들어가니 건강에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분들은 배 위에서 그물로 잡는 것도 아니고 물에 들어 가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니까 더 다르겠죠. 오염수 방류 하면 자기를 어떻게 들어가냐고 그러시는데, 되게 그렇더라고요. 저도 대단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게 있을까요?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었다고 가정해요. 물론 저는 해양 방류 결정 하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정했다고 치더라도 주변국에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이 정도고 기준시 이하고 그 환경적인 영향평가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양해 하시겠습니까?'라고 의견을 구하는 게 먼저라고 봐요. 그게 분명히 맞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일본정부에서 잘못한 것이 맞아요.

사실 이건 잠깐 관심 갖고 말 문제가 아니라 계속해서 지켜봐야 되거든요. 정부에서만 나선다고 해결되기 쉽지 않아요. 국민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인수 PD수첩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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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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