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진아 역을 맡은 공승연 배우.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진아 역을 맡은 공승연 배우. ⓒ 바로엔터테인먼트


배우 데뷔 10년 차에 첫 장편영화 주인공을 맡은 만큼 책임감 또한 커 보였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진아 역을 마주했을 때 공승연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음을 고백했다. 콜센터 베테랑 직원, 혼자 사는 삶이 익숙해 타인과는 전혀 관계 맺지 않는 진아의 복잡한 속내를 공승연이 오롯이 안았다.

영화는 무표정으로 능숙하게 일처리 하는 진아가 신입 교육생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홍성은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기도 하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홍대입구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 회의실에서 만난 공승연은 "처음엔 이 작품을 하기 겁났다"며 운을 뗐다.

영화와의 인연

"그간 밝고 에너지 넘치는 역할만 해왔고, 게다가 영화를 경험해보지도 않았는데 정말 감독님이 절 캐스팅하려는 게 맞는지 물었다.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다 물어봤는데 감독님께서 그간 제가 해왔던 연기를 봐오셨다더라. 차분한 톤의 제 목소리가 콜센터 직원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처음엔 진아의 감정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제 둘째 동생이 콜센터 일을 한 적이 있어서 물어봤고, 지인들 이야기, 유튜브도 많이 참고했다. 집에서 엄청 연습해갔다(웃음)."

공승연 또한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지만 진아와는 꽤 다른 생활 방식을 갖고 있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진아처럼 침대에서 식사를 하거나 TV를 보는 게 아니기에 최대한 감독과 많이 얘기하며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갔다고 한다. 

"처음에는 '진아야 너 왜 이러고 살아' 그런 질문을 계속 던졌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진아의 변화를 표현하는 게 참 힘들었고, 그래서 도전이기도 했다. 촬영을 끝냈을 땐, 조금이라도 진아가 마음을 열고 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이렇게 고민하며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한 보상일까. 공승연은 올해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았다. 그가 연기로 받은 첫 상이라 그만큼 더 감회가 깊었던 듯, 시상식에서 공승연은 눈물을 보이며 소감을 밝혔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관련 이미지.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관련 이미지. ⓒ 한국영화아카데미

 
"사실 그간 영화 작업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오디션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전까지 받은 상은 뉴 스타상, 무슨 아이콘상 등이었거든. 연기로 받은 첫 상이라 마치 제겐 그동안 잘해왔어라는 격려처럼 다가왔다. 그때 수상 소감을 적어놓고 있어서, 무대에서 멋있게 말해야지 생각했는데 '안녕하세요'라고 말하자자마 눈물이 터졌다(웃음). 안 그래도 이 작품을 주저하고 겁냈는데, 다음부턴 더욱 과감하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혼자 살고 있고, 그게 자신과 맞는 방식이라 생각했지만 영화 후반부에 진아는 문득 깨닫는다. 누구보다 관계 맺기에 서툴고, 자신은 혼자 사는 것에 소질이 없음을 말이다. 공승연은 "진아는 관계에 대한 고민을 털어내고 오롯이 혼자 세상을 마주할 용기를 내는데,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에 더욱 생각해 볼 주제"라고 생각을 밝혔다. "혼자서 즐길 때는 즐기고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할 때도 마음을 열고 잘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그는 "역시나 사람은 혼자서만은 살 수 없는 존재"라고 되뇌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돼"

알려진대로 공승연은 국내 대형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7년간 연습생 시절을 보냈다. 아이돌 그룹 데뷔조로 치열하게 준비하다가 자사 제작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 먼저 데뷔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가수 데뷔는 멀어졌고, 소속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배우 행보를 걷고 있다.

"7년간 준비한 걸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이왕 시작한 거 포기하지 말고 버텨보자는 오기도 있었다. 제게 포기하라고 했던 사람들에게 뭔가 보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남들 시선에서 벗어나 나의 꿈, 내 선택의 의미를 찾고 있다. 가수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다. 7년간 연습했으니 춤과 노래를 엄청 잘할 것처럼 보시는데 전혀 못 한다(웃음). 지금은 그냥 배우라는 직업을 하고 있는 상태라면, 시간이 더 지나 배우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고 싶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공부해보려 대학 진학을 택했고, 생계를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도 경험했다. 때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잠시 승무원 시험을 준비한 적도 있었다. 불안과 흔들림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음을 그는 인정하고 있었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진아 역을 맡은 공승연 배우.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진아 역을 맡은 공승연 배우. ⓒ 바로엔터테인먼트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다면 너무도 좋겠지만, 못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본다. 최대한 저는 열심히 할 건데 그때 확 무너지지 않게 마음의 준비는 늘 하고 있다. 제가 1년 뒤면 서른이 되는데 30대가 되면 막연하게나마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지금까진 막연하게 버텼다면, 내년은 많이 기대가 된다. 색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고, 좀 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공승연의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독님도, 저도 모두 첫 영화였다"며 그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이 영화에 함께 모였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제 연기를 보이려 했다"고  강조했다.
공승연 혼자 사는 사람들 전주국제영화제 홍성은 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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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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