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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선
 국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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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와 다른 이주 정책을 펴는 정치인들이 종종 있습니다. 가령,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유색인종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오바마는 서류미비 청소년 추방 유예 조치(DACA) 등 친이민자 정책을 추진한 사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의 이민세관집행국(ICE,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통계는 상식과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민자에 강경 입장이었던 부시 정권은 8년 동안 157만 명을 추방시킨 반면, 오바마 정권은 첫 임기 4년 동안에만 159만 명을 추방시켰습니다. 당시 전체 추방자의 절반 가까이가 단순 이민법 위반자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오바마 행정부는 추방자의 절반이 형사범이라고 밝혀 이민자는 형사범이라는 편견을 부추기기까지 했습니다.

재선 당시 이민자들의 71%나 되는 몰표를 얻는 데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기 전 4년 동안에 추방시킨 이민자가 부시 정권 8년보다 많다는 사실은 역설적입니다. 이 사실은 이주인권정책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착시 현상을 동반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바이든은 다를까 

멕시코 국경봉쇄 등 이민에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트럼프를 대신한 바이든 행정부는 어떨까요? 트럼프의 비시민권자 입국 제한 철회와 국경 장벽 건설을 동결함으로써 친이민정책의 서막을 알렸으나, 난민 상한선 등을 결정함에 있어서 지지자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이민자의 신속한 추방을 허용한 트럼프 시대의 유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유명무실했던 공중보건안전법 '타이틀42'에 의거해 코로나 예방을 핑계로 미국 국경에서 비시민권자 입국을 대폭 제한했습니다. 국경에서 서류 없이 미국에 입국하려던 미성년자를 포함한 많은 이민자들이 즉각 추방되거나 구금시설로 보내졌습니다. 미국은 이후 이 법에 따라 국경에서 61만 8000명 이상의 이민자를 추방하였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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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공중보건안전법 '타이틀 42'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다만 추방명령 거부 미등록 이민자에 부과하던 벌금 폐지와 함께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 추방을 금지했을 뿐입니다. 그러자 미성년자 입국이 급증하면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수용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3월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17만 2000명 이상의 이민자들이 체포됐습니다. 

바이든은 취임 첫해에 난민 상한선을 12만 5000명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가 번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올해 회계 연도에 미국에 입국 할 수 있는 난민 수를 6만 2500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했지만, 실행 여부는 불분명합니다.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난민수용프로그램(USRAP)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2050명의 난민을 인정했고, 이 추세대로면 연말에는 4510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직하던 지난해 1만 1814명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

꿈이 이민이라는 학생과 교사의 비애

이주문제는 국익을 우선으로 두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공약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좌로 가나 우로 가나 답이 없다는 '국제이주' 문제는 송출국이나 목적국 양쪽에서 정치 선전의 도구로 활용됩니다.

송출국 정치인들은 해외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뭔가 하겠다고 약속하고, 뭔가 한다는 흉내를 내면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려 합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현실은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이주를 꿈꾸는 이들은 넘쳐나는 게 송출국이 처한 상황입니다. 

1992년 필리핀에서 만났던 필리핀여대 수학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느끼는 자괴감을 종종 털어놓곤 했습니다. 그 이유는 대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들마저 자국에서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보다는 이주노동과 이민을 유일한 꿈으로 생각하는 사회풍토 때문이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세요. 여러분은 이 나라의 미래입니다." 
"선생님, 제 꿈은 이민 가서 사는 건데요."


열심히 공부해서 이 나라를 뜨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국의 미래를 이야기해야 했던 교사의 비애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과 같은 가정 관련 기념일이 5월에 몰려 있는 가정의 달에 더욱 그리움과 아쉬움을 달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향에 가고 싶고, 부모형제와 친지들을 만나고 싶어도 당장 어쩌지 못하는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들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특별히 코로나 이후 국경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리움이 클 것입니다. 

이주민들도 고향에 돌아가면 누군가의 사랑스런 아들, 딸이요, 아버지, 어머니입니다. 이주노동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고, 가정해체를 경험하며 살아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가족은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이 되면 사람들은 어쩌면 그 그리움이 더 간절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따뜻한 정이 있고, 함께 사는 사회를 지향한다면, 이럴 때 이주노동자들을 살피고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사회는 이주민에 대해 점점 더 많은 분노와 화를 내고 불평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분노와 화는 어떤 분명한 근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맹목적인 악감정을 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법체류자 주제에 인권이 어디 있어? 니네 나라로 돌아가라."

그들은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비방하기를 예사로 하고, 국제결혼이나 다문화정책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극단적으로 국수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이들은 국제 규범이나 인권이라는 단어를 무시하려 듭니다. 

한국의 이주노동자, 그리고 재외동포

이주노동자도 누군가의 부모와 자식임을 보여주는 사례를 들어볼까 합니다. 25년 전에 한국에 왔는데, 그 후로 한 번도 고국에 가 본 적이 없는 사람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엄마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그는 불꽃 같은 사랑을 하고 첫애를 낳았을 때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

엄마가 될 준비가 안 됐던 그는 아이를 본국 친정에 맡겼습니다. 둘째를 낳았을 때는 직접 키울까 하는 생각에 귀국하려고 했으나 아이 아빠는 귀국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둘째까지 친정엄마에게 보내고 스무 해를 넘게 보냈습니다. 그동안 아이 아빠는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살피려 들지 않았습니다. 때마다 송금하고 아이들 형편과 필요를 살피는 일은 오로지 그의 몫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잘 자라주어서 행복했습니다.

아이 둘이 대학 입학 후에 한국생활에 지쳐서 귀국한다 하자 이번에는 아이들이 말렸습니다. 자기들 공부는 어떻게 하냐며 귀국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때는 자신이 돈 버는 기계인가 싶어 아이들이 원망스럽고 속상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내 새끼들인데요..."

듣는 사람마저 속상한데 당사자야 오죽할까 싶은데도 그는 아이들을 두둔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품에 안고 지냈던 시간은 너무 짧았고 부모와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을 탓하기엔 너무 오랜 세월을 방치했던 탓입니다. 부모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안중에도 없는 철없는 아이들을 보며 2010년에 귀환이주노동자 실태 조사 때 만났던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어릴 적에 이주노동을 떠난 엄마를 두고 "엄마는 돈만 좋아하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엄마를 원망하며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이주노동을 하며 자식을 키워 보니까 이주노동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고, 그때야 엄마 마음을 조금 이해했다고 합니다. 

부모가 돼서라도 부모 마음을 헤아릴 수 있으면 그나마 낫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자식이 원수라는 말마따나 부모의 처지를 전혀 살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별과 가족 해체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아픔입니다. 

대한민국은 해외에 750만 재외동포가 사는 나라입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200만 외국인보다 네 배나 많은 재외동포가 꿈을 이루고자 해외에서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너무 야박하게 굴어서 안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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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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