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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 폐업하고 새롭게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가게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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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만 보 걷기를 작정하고 빠짐없이 실천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이틀에 하루 정도는 만 보를 채우지 못했는데, 작정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걷는다. 대부분 집을 나서서 한두 시간은 걸어야 만 보를 채울 수 있다.

한 달 전쯤, 이곳저곳을 걷다 보니 그날 하루만 해도 폐업 후 가게 내부 공사를 새로 하는 곳을 일곱 곳이나 마주하게 되었다. 공사가 진행 중인 가게 앞에는 다음에 영업하게 될 가게의 이름과 개업일이 안내되어 있었다. 보름쯤 지나 다시 그곳들을 지나쳤을 때는 몇몇 곳은 공사가 끝나 새롭게 영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여긴 커피숍 자리였는데 다시 커피숍이 들어왔네..."
"여긴 치킨집이었는데 밥집이 들어왔구나."
"여기는 스테이크 전문점이었는데, 아직도 공사 중이고."
"여기는 커피숍이었는데 안경 체인점이 들어왔네."


매일 걷다 보니 어떤 가게가 있었는지 훤히 꿰고 있다. 문을 닫은 곳들을 지나칠 때마다 한가한 매장 안을 보며 하루의 매출을 따져 보기도 했던 곳도 있었다. 내가 장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던 곳이다. 어째 불안 불안하다며 지나친 곳들이었는데, 그곳들이 문을 닫은 것이었다.

요즘은 좀 뜸하지만, 저녁 식사 준비가 귀찮아서, 애들 생일이어서, 몸이 좋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외식을 자주 했던 때가 있었다. 나름 지역 경제를 살린다고 변명처럼 말하기도 했다. 억지스럽기는 했지만 한 곳만 찾지는 않았다. 되도록 여러 곳을 두루 다녔으니 변명 삼아 한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엔 코로나로 인한 사정과 여러 가지 이유로 외식을 자제하고 있다. 약속도 잡지 않으니 커피숍을 찾을 일도 없다. 스테이크 전문점도 집과 거리가 있어서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그 밖의 점포도 자주 드나든 곳은 아니었지만, 한꺼번에 접한 여러 곳의 폐업 소식을 무심히 흘릴 수 없었다. 

취업 대신 창업하는 청년들

지난 달부터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그런 중에도 코로나 확진자는 최근 600명 대를 훌쩍 넘어서는 중이다(9일 기준). 코로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올해 말까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동시에 코로나 이후로 가정 경제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상황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거리를 오가며 눈으로도 확인하고 있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여러 곳의 폐업과 창업이 멀리서 지켜 보기에도 걱정스러운 이유였다.

특히 청년들의 창업은 늘고 있다는 보도는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창업 시장에서 90년대생인 20대가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게 기사의 요지였다. '지난 3분기 20대의 창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늘어 전 연령층에서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고, 취업에 골몰하기보다 창업에 도전하는 20대가 늘고 있다'(아시아경제, 2020.10.24)고 했다.

특히 30세 미만의 창업이 크게 늘었는데,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2020년 10월)에 따르면, 3분기 30세 미만 창업은 4만 6809개로 전년 대비 29.9% 증가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니 새로 문을 여는 가게의 주인들이 문득 궁금했다. 혹시 그들도 30대? 얼어붙은 경기 상황 속에서 벗어나고자 선택한 업종이 무엇일까도 궁금했다. 

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울에서 문을 닫는 음식점과 PC방 등이 늘어나 상가 전체로는 2분기에만 2만개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 폐업정리 알리는 홍대의 한 상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울에서 문을 닫는 음식점과 PC방 등이 늘어나 상가 전체로는 2분기에만 2만개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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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러온 일자리 문제는 세대를 불문하고 취업과 재취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더구나 이제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20~30대의 일자리 구하기는 코로나가 시작되고 더 막막해졌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경제 상황은 어렵고, 취업 시장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말한다.

통계청 발표(2021년 2월)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줄고 있으며 2020년 연간 취업자는 1998년 이래 22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고 한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6.8%로 역대 최고라고 하고, 취업이 어려워 아예 포기한 '취포족'(취업포기족)도 약 40만 명으로 전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하니(서울신문, 2020.3.20), 청년들의 고단한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게 '창업'이란 주로 이른 '명퇴'(명예퇴직) 이후 재취업이 어려운 세대가 아직 자립하지 않은 자녀를 부양할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30대 미만의 창업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의외였고,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다. 그들 스스로 창업 자금을 마련했을 수도 있겠지만, 부모의 경제력이나 대출 등에 기댄 것은 아닐까 싶었다.

길을 걸으며 보았던 폐업한 자리에는 커피숍과 음식점, 안경 체인점이 들어섰고 나머지는 공사가 멈춘 채로 지금도 비어 있다. 동네 곳곳에 빈 상가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3년 전 들어선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는 절반 이상이 빈 채로 분양 중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은 늘 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을 통과하는 것 같다. 모두가 터널 끝을 향하여 가고는 있는데, 속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계속 달리고 있으니 언젠가는 빛을 만나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주는 공포와 두려움은 사람들의 의식을 잠식하는 것 같다.

창업과 취업, 젊은 세대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너무 간결하다. 자신만의 꿈을 가지라고 말하며 키웠고, 행복한 삶을 살라고 교육했지만, 그들이 꿈을 붙잡고 있는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올해도 공무원 시험 시즌이 시작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터 젊은이들이 창업에, 공무원 시험에 목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90년대생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 봄이 마냥 화사하지만은 않다. 그들을 미래의 주역이라고 칭한다면, 적어도 그들의 자리가 단단해질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태그:#20-30대 창업, #소상공인, #20-30대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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