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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서울 양천구 목동 예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서울 양천구 목동 예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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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날이 밝았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오늘(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37대 박원순 시장의 빈 자리를 메울 인물을 정한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후보는 모두 12명. 하지만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들은 기호 1번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기호 2번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선거일로부터 6일 전)에 들어서기 직전 상황을 보면, 오세훈 후보가 웃는 분위기다. 그는 상당수 조사에서 박영선 후보를 20%p 안팎 차이로 따돌리며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박영선 후보는 '촛불 민심'과 '샤이 진보'에 적극 호소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을 떠나 두 사람에겐 각자 힘든 선거였다.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겼지만 줄곧 하락세를 면하지 못한 박영선 후보에게도, 많은 예상을 뒤집은 경선 승리에 이어 험난한 단일화까지 거친 오세훈 후보에게도. 그런데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똑같은 악재로 끝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로 부동산과 전임 시장 문제다. 

[부동산]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vs. 오세훈 시장의 내곡동 땅
 
수도권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전북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가 3월 2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수도권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전북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가 3월 2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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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악재는 부동산이다. 충격 정도가 더 큰 쪽은 박영선 후보. 그는 후보 선출 다음날인 2일 'LH 사태'와 맞닥뜨렸다. 지난해 총선 후 줄곧 부동산 문제로 분노해온 민심에 불이 붙었다. 박 후보는 곧바로 특별검사제 도입, 3기 신도시 등 개발예정지 내 토지소유자 전수조사 등을 제안하고 부동산 투기 근절 입법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택 공시가격 급등 논란이 생겨나자 국민의힘은 '세금폭탄'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결국 박 후보는 3월 29일 첫 양자 토론에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 안 한다"며 "제가 시장이 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를 총지휘하는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도 이틀 뒤 "정부 여당은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지난 1일 김태년 당 대표 대행마저 "민주당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3월 22일 오후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처가 땅 '셀프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2009년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3월 22일 오후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처가 땅 "셀프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2009년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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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후보의 부동산 악재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그는 경선 승리 직후 2009년 서울시장 시절에 배우자와 처가 가족이 소유한 내곡동 땅의 보금자리주택사업지구 지정에 관여해 가족들이 모두 36억5000만 원의 보상금을 챙기도록 했다는 '셀프 보상' 의혹에 휩싸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전 시장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지만, 정작 자기 가족이 부동산으로 특혜를 본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오 후보는 단박에 일축했지만, 이내 곤혹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그는 즉각 "당시 이 땅의 위치도, 존재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시절인 2000년부터 꾸준히 재산신고에 그 땅을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05년 6월 처가 가족들이 내곡동 땅을 측량할 때 입회하고, 인근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었다는 다수의 증언이 나오면서 '거짓말' 논란에 갇혔다. 오 후보 스스로 "기억 앞에선 겸손해야 한다(3월 29일 TV토론)"고 했다가도, "대질신문 한 번이면 끝난다(4월 4일 아차산역 유세현장)"고 말하는 등 그때 그때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전임 시장] 2006~2011년 오세훈 vs. 2020년 7월 9일 박원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 8월 21일 오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긴급회견을 열어, 그해 8월 24일 실시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밝힌 뒤 무릎을 꿇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 8월 21일 오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긴급회견을 열어, 그해 8월 24일 실시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밝힌 뒤 무릎을 꿇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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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후보의 발목을 잡은 또다른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 즉 과거의 자신이었다. 그는 시장직까지 걸었던 무상급식 문제, 적극 추진했던 세빛섬과 수상택시의 실패 등이 거론될 때마다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5일 마지막 TV 토론에선 경인아라뱃길 사업 때문에 양화대교를 디귿(ㄷ)자 모양으로 바꾸면서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받고는 "앞으로 배가 들어올 때를 대비해서 교각 사이를 늘려놨다. 언젠가는 배가 들어온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오 후보의 뉴타운 등 무분별한 재개발 정책으로 많은 원주민들이 밀려났고,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는 용산참사까지 발생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3월 31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이 사고(용산참사)는 과도한, 부주의한 폭력 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 투입으로 생겼다. 그것이 본질"이라고 발언했다. 분노한 피해자 유족들은 이튿날 참사 현장에서 모여 "용산참사 책임자 오세훈은 사죄하라. 서울시장 자격 없다"면서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이 2020년 7월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이 2020년 7월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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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영선 후보는 '박원순 시장'이라는,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로부터 끝까지 자유롭지 못했다. 박원순 시장이 성폭력 의혹과 함께 세상을 등지자 민주당은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비위로 보궐선거가 생기면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한 당헌당규를 지키라는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이낙연 대표는 지난해 11월 전 당원투표로 공천 방침을 정했다. 많은 비난을 떠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사과에 또 사과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게 바로 기호 1번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라는 자리였다.

박 후보 스스로 상황을 돌파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는 지난 3월 17일 '2차 가해를 막아달라'는 피해자의 기자회견에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일주일 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에 "박원순은 정말 몹쓸 사람이었나"라고 쓰면서 다시금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졌다. 같은 날 관련 질문을 받은 박 후보는 "임 전 실장이 무슨 뜻으로 했는지 모르겠다"며 또 한 번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24일에야 "그런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2차 가해를 방조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몰아친 뒤였다. 

부동산 대 부동산, 전임 시장 대 전임 시장. 멀리선 비슷해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확연히 다른 두 가지 중 어느 쪽 족쇄가 더 강력할까. 그럼에도 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박영선일까, 오세훈일까. 결론은 서울시민들의 선택에 달렸다. 
 
지난 3일 서울 광진구 자양3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건너편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지난 3일 서울 광진구 자양3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건너편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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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영선,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 #4.7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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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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